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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을 아껴봐/저자의 말

자, 우리의 청춘을 아껴보자

by 북인더갭 2012. 3. 27.

“정태, 너는 왜 이런 일들을 그렇게 열정적으로 하는 거야?”

한 외국인 친구가 내게 물었다. 개발도상국 어린이들에게 자기 나라의 언어로 된 동화책을 기획해 보급하는 ‘북스포인터내셔널’의 혁신모델을 비즈니스 공모전에 제출하면서 인터뷰를 마친 직후였다. ‘시간관리는 어떻게 하세요?’ ‘어떤 책을 추천해주고 싶으세요?’ 같은 질문은 쉽게 답할 수 있지만, 그만큼 깊은 답이 나오기는 어렵다. 그러나 이 친구의 질문은 쉽게 만나기 어려운 질문이다. 그것은 ‘왜?’를 물어보기 때문이다. 너는 왜 사니?

그 질문을 마치 10년이나 기다려왔다는 듯 나는 주저함 없이 대답했다. 그때 내가 한 답변을 독자들은 이 책 어디인가에서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자신이 살아가는 이유를 아는 것만큼 기쁜 일이 또 어디에 있을까? 이 책을 쓰는 과정은 내가 살아갈 이유를 발견하도록 도왔던 많은 체험과 만남을 되돌아보는 흔치 않은 경험이었다. 행복하고 보람찬 시간을 회상하기도 했지만, 슬프고 부끄럽고 낙심한 시간과도 다시 조우해야 했다. 굳이 밝혀야 하나 주저하게 만드는 부끄러운 경험과 실수조차도 나눌 수 있었던 것은 무엇이 진정 독특하고 아름다운 이야기를 만드는지에 대한 깨달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19세기 후반 미국에서 태어난 윌슨 벤틀리는 어린 시절 어머니가 선물해준 현미경으로 자연을 관찰하는 걸 좋아했다. 현미경으로 바라본 것 중에 그가 특히 매료된 것은 눈송이였다. 그 아름다움에 빠져든 윌슨은 금세 녹아버리는 눈송이를 사진으로 남겨보고 싶었다. 1885년 특별하게 고안된 카메라로 그는 눈 결정 사진을 찍는 데 세계 최초로 성공했고, 평생 5천장 이상의 눈 결정 사진을 찍었다. 현재 버몬트과학박물관에 전시된 그의 사진을 보면 누구나 놀라운 사실 하나를 발견하게 된다. 바로 5천개의 눈송이 모두 똑같은 디자인이 하나도 없다는 사실이다. 윌슨은 ‘모든 눈송이는 각각 세상에 하나뿐인 걸작이다. 하나가 녹아 없어지면 그 걸작은 영원히 사라진다’라고 말했다. 눈은 하늘에서 내려오면서 자기만의 고유한 이야기를 완성해간다. 세차게 불어오는 바람, 대기 중의 이물질에서 받는 상처와 간섭은 눈의 결정을 독특하게 가다듬어준다. 눈이 땅에 도착하는 여정은 결국 걸작을 탄생시키는 위대한 조각칼과의 만남인 셈이다.

하나님은 우리를 눈송이처럼 세상으로 보내주셨다. 연약하고 쉽게 사라지는 유한한 인생이지만 우리는 이 세상에 다시 만날 수 없는 독특한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다. 날카로운 상처와 실패는 하나님이 의도하신 따듯한 조각칼과의 만남이라 할 수 있다. 눈송이는 외부 자극을 받으면 받을수록 더욱 세밀한 디자인으로 거듭난다. 홀로는 약하지만 뭉치기 시작하면 이 세상에 눈처럼 무서운 것도 없다. 첫눈이 내릴 때를 떠올려보자. 처음 내린 눈은 쉴틈없이 지나가는 자동차 바퀴와 행인의 발밑에서 사르르 녹아버린다. 하지만 역전은 시간문제다. 그 눈이 결국 온 세상을 덮을 것이다. ‘보라 내가 만물을 새롭게 하리라’고 선포하신 예수님의 말씀은 그와 같이 세상의 모든 아픔과 슬픔 그리고 악한 것들을 거룩한 ‘눈’으로 뒤덮겠다는 뜻이 아닐까?

인류 최고의 아름다운 그 이야기에 덧붙일 놀랄 만한 사실은 하나님이 우리를 일률적인 도구로 부르시지 않고, 각자가 가진 저마다의 독특함과 이야기가 있는 인격체로 부르신다는 것이다. 이 책은 그 수많은 이야기 중 하나인 나의 이야기이면서, 하나님의 이야기를 향해 나아가는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와 주고받은 대화이기도 하다. (...)

‘청춘을 아껴봐’라는 책 제목은 ‘세월을 아끼라. 때가 악하니라’(에베소서 5:16)에서 영감을 받았다. 세월을 아낀다는 것은 시간관리를 잘하라는 뜻이 아니다. 공동번역을 보면 ‘이 시대는 악합니다. 그러니 여러분에게 주어진 기회를 잘 살리십시오’라고 되어 있다. 영어성경도 그와 비슷하다. 우리에게 주어지는 모든 기회를 왜, 무엇을 위해, 어떻게 선용하라는 말일까? 하나님의 장중한 이야기가 예정된 대단원의 결말로 접어드려는 이때에 우리 ‘청춘’에게 주어진 막중한 역할이 있다. 그 역할이 무엇인지 독자들이 이 책에서 발견하고 동참하게 되기를 간절히 기도한다. 물론 여기서 말하는 청춘이 ‘인생의 어떤 기간’을 뜻하는 것이 아님은 분명하다. 사무엘 울만의 「청춘」이란 시는 세월을 아끼는 청춘이란 무엇인지를 웅장하게 밝힌다.

청춘이란

인생의 어느 기간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의 상태를 말한다

그것은 장밋빛 뺨

앵두 같은 입술

하늘거리는 자태가 아니라

강인한 의지 풍부한 상상력

불타는 열정을 말한다

(…)

육십세든 십육세든 모든 사람의 가슴속에는

놀라움에 끌리는 마음

젖먹이 아이와 같은 미지에 대한 끝없는 탐구심

삶에서 환희를 얻고자 하는 열망이 있는 법이다

그대와 나의 가슴속에는

남에게 잘 보이지 않는

그 무엇이 간직되어 있다

아름다움 희망 희열 용기

영원의 세계에서 오는 힘이

모든 것을 간직하고 있는 한

언제까지나 그대는 젊음을 유지할 것이다

영감이 끊어져 정신이 냉소하는 눈에 파묻히고

비탄이란 얼음에 갇힌 사람은

비록 나이가 이십세라 할지라도

이미 늙은이와 다름없다

그러나 머리를 드높여 희망이란 파도를 탈 수 있는 한

그대는 팔십세일지라도

영원한 청춘의 소유자인 것이다

하나님의 이야기는 이미 시작되었고 결론은 정해졌다. 하나님의 이야기를 알면 방황조차도 아름답다. 하나님이 살아계시기에 돌들이 찬양하고, 깊은 바다는 화답하며, 우리의 마음은 고동친다. 하나님을 떠올려 가슴이 뛴다면 그 사람이 청춘이다. 하나님이 계시니깐 청춘이다. 하나님을 아는 청춘은 비록 방황할지라도 세월은 아낄 수 있다.

자, 우리의 청춘을 아껴보자.

김정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