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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터 히스토리아/언론이 본 피터 히스토리아

<피터 히스토리아> 저자 교육공동체 <나다> 여름특강!

by 북인더갭 2012. 7. 17.

“인문학 배우니 시야 넓어지고 훌쩍 크는 느낌”

 

<경향신문> 7월 17일

 

ㆍ청소년 인문학 강좌 인기

고등학교 3학년인 신모군(서울 장충고·18)은 여름방학이 특별히 기다려진다. 고등학교 진학 후 2년간 가지 못했던 ‘교육공동체 나다’의 여름특강에 참가할 생각에 들떠있기 때문이다. 신군은 초등학교 5학년 때 엄마의 추천으로 여름특강에 참가한 후 ‘넓은 배움’의 매력에 푹 빠져 중3 때까지 여름·겨울 방학마다 참가했다.

 

특강에선 주변에서 아무도 알려주지 않았던 것들을 가르쳐 줬다. 하나의 주제를 뒤집어 보고, 이면을 보며 깊게 생각하는 것도, 공교육·대안학교·탈학교 등 다양한 배경과 생각을 가진 친구들과 격의 없이 토론하는 분위기도 좋았다. 신군은 “매번의 방학을 거칠 때마다 세상을 보는 범위와 시야가 넓어지고 훌쩍 크는 느낌이었다”고 말한다.

 

마침 생각하고 있는 전공이 인문학과 관련이 있어 이번 방학에 다시 참가하기로 했다. 그는 “새로운 주제에 대한 기대도 크고, 그동안 혼자 공부하며 내가 얼마나 성장했는지 검증받는 느낌도 들어 설렌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대부분의 청소년들에게 방학은 밀린 공부를 보충하거나 다음 학기 교과를 준비하는 시간으로 자리매김되어 있다. 학교 다닐 때보다 더 빡빡한 학원 시간표에 아예 방학이 없어졌으면 좋겠다고 말하는 학생들까지 있을 지경이다.

 

그러나 한편에선 제도교육에서 비켜나서 영화·만화책을 보고, 다양한 인문학 서적을 읽고 토론하며 자신을 돌아보게 하는 청소년을 위한 인문학 강좌들이 하나둘 생겨나고 있다. 청소년을 위한 인문학의 필요성을 가장 먼저 느끼고 전문 프로그램을 마련한 곳이 교육공동체 나다(나다·nada.jinbo.net)이다. 2000년 12월 ‘청소년을 위한 철학교실 나다’라는 이름으로 시작했고, 2004년부터 청소년이 교육의 주체라는 생각을 강조하자는 생각에 현재의 이름으로 바꿔 재발족했다.

 

나다는 제도교육이 청소년에게 스스로의 삶에 대해 깊이 있게 사고하는 법을 가르치지 않는다는 문제의식에서 시작했다. 교실에서 가르치는, 특정 지식을 양적으로 접근하는 식의 교육이 아니라 인간이 살아가는 것에 대한 생각, 즉 인문학적 사고를 가르친다.

 

텍스트는 책·영화·만화가 될 수도 있고, 현재 겪고 있는 다양한 상황들에 대한 각자의 이야기도 될 수 있다. 수업 방식도 기존 교육처럼 수업을 이끌고, 끌려가는 방식이 아니라 모두들 자기 얘기를 주고받으며 토론하는 식으로 진행된다. 인문학적 사고의 궁극적인 목표는 삶의 변화이기 때문에 ‘공부는 곧 행동’이라는 점을 늘 강조하는 것도 제도 교육과의 차이점이다.

 

나다라는 이름은 내가 세상의 주체임을 선언하는 말이자, ‘나는 ~이다’의 주어와 술어 사이에 무수하게 채워질 가능성을 나누고 싶다는 뜻에서 붙여졌다.

 

나다는 매주 주말의 일반강좌 외에 2005년부터는 학기 중 여유가 없는 학생들을 위해 여름·겨울 방학 특강을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 14번째인 올해의 특강 주제는 ‘청소년, 권력을 마주하다’이다.

 

김희정 나다 상근자는 “올해는 한국 사회에 총선과 대선을 거치며 정치권력의 중요한 변화가 예상되는 상황이기도 하지만, 수많은 권력관계에 복잡하게 뒤얽힌 세계를 읽어내는 중요한 시도가 될 것이라 생각해 권력이라는 주제를 선택했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그는 “힘(권력)을 가져야 하는지, 갖고 싶은지, 그 힘은 어떤 것인지 등의 얘기를 함께 나누며 가족과 친구, 학교 어디서건 매 순간이 어쩌면 힘 재기의 상황일지도 모르는 우리의 현재를 짚어볼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권력을 주제로 한 중·고등부 철학 강좌 외에도 나다가 그동안 진행한 강좌를 엮어 서양사를 만화로 만든 ‘피터 히스토리아’를 텍스트로 한 서양사 강좌, 초등부 철학강좌, 인문학 입문 강좌 등이 마련되어 있다.

나다 외에도 방학 중 인문학 강좌를 접할 수 있는 곳들이 있다. 청소년을 위한 인문학 서점으로 유명한 인디고 서원(www.indigoground.net)은 영화를 보고 함께 토론하는 ‘정세청세(정의로운 세상을 꿈꾸는 청소년, 세계와 소통하다!)’ 행사를 한 달에 한 번꼴로 전국 17개 도시에서 진행한다. 2년에 한 번씩 열리는 ‘인디고 유스 북페어’도 다음달 24일부터 3일간 열린다.

 

공간 민들레(www.flyingmindle.or.kr)는 인문학과 생각하게 하는 만화를 결합한 방학 프로그램을 기획 중이다. 중학생부터 대학 신입생 정도의 연령을 대상으로 한다.

 

연구공간 수유플러스너머(www.transs.pe.kr)는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논어, 맹자를 공부하고 한시를 창작해 보는 청소년 토요서당과, 성리학 강좌를 마련했다.

 

송현숙 기자 song@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