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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해도 망하지 않아/베스트 서평

새드 카페와 함께읽는 <착해도 망하지 않아>

by 북인더갭 2012. 11. 24.

새드 카페와 함께읽는 <착해도 망하지 않아>

 

김실땅

 

중학교 때 라디오에서 그룹 이글스의 새드 카페(Sad cafe)를 듣고 완전 매료됐던 기억이 난다. 제목도 얼마나 멋진가, 슬픈 카페라니, 그 공간을 가득 채운 기류는 지금 나의 생활밀착형 일상과는 다른 공기겠지….

 

내 생각엔 카페라는 공간을 향한 맹목적인 미화작업은 그룹 이글스가 부른 이 노래 덕분에 세계적으로 퍼져나갔을 것만 같다. 현실 어느 자리에 있지만 결코 현실적이지 않고, 시공간에 좌지우지되지 않으며, 오로지 나만을 위한 작은 공간이 우주 저 멀리 있는 게 아니라 우리가 지나다니는 이 거리에 있다는 믿을 수 없는 마술, 나를 떠날 연인이지만 밤이 깊은 후 떠나달라 기대할 수 있는 위로의 공간.

 

지난봄부터 기획에 들어가 원고가 완성되기까지 기다리면서 김실땅은 (언제나 그랬듯) 밀려오는 대박 본능에 혼자 미리 전율했다. 원고를 받아들고 정리하며 편집하는 중에는 한 사람의 독자로 이미 가슴이 벅차올랐고,  『착해도 망하지 않아』란 제목과 ‘착한 게 뭐 어때서?’란 띠지 문안이 확정됐을 때는 터무니없는 자신감에 경도된 스스로를 발견했다. 도전적인 기획, 『골목사장 분투기』 저자 강도현 샘의 열정적이고도 경제적인 문장, 따뜻하고도 군더더기 없는 편집, 이미지가 아닌 마치 시처럼 읽히는 잔잔한 사진들.

 

이글스의 노래를 들으며 ‘카페’라는 외래어에서 묘한 멜랑꼴리를 맛보았던 여중생 김실땅은 자영업으로서의 ‘카페’ 날 것의 모습과 카페 운영자들의 희로애락, 무엇보다 사회를 향해 강력하고도 착한 힘을 발휘하는 ‘카페’란 위대한 공간의 가능성을 2012년 가을에서야 맛보았다. 그러니까 카페가 지닌 복합적이고도 다의적인 공간의 의미를 이제야 깨달았다고나 할까.

 

새삼스런 소리지만 모든 건 사람이 한다. 당연 돈벌이도 사람이 한다. 돈 벌려는 기계가 하는 게 아니다. 그러니 카페도 커피머신이 하는 게 아니라 사람이 하는 거다. 기계는 모든 스토리와 컨텐츠가 마련된 후의 계량화나 대량생산화 과정을 맡는다. 사람이 하는 일이라면 그 일을 왜 하는지 분명 이유가 있을 테고 그 까닭을 따라가노라면 그 사람의 스토리를 알 수가 있다.

 

스토리는 결코 똑같지 않아서 그 안에는 ‘닥치고 돈벌어’를 무색케 하는 진심이 담겨 있다. 그 진심이 카페 공간 구석구석을 가득 채울 때 공간의 인테리어는 드디어 완성된다. 신자유주의와 무한경쟁의 파고를 넘은 이러한 착한 공간이 우리 주변 곳곳에 있다는 게 얼마나 큰 위로인가. 이런 소리 처음 듣는가, 믿기지 않는가? 그렇다면 당장 『착해도 망하지 않아』를 사서 읽어보길 바란다.(본론이 요기서 나왔뿌렸다ㅎㅎ…)

 

이글스의 새드 카페는 다시 들어도 참 아름답다. 노래 좀 할 줄 아는 중딩 김실땅이 흥얼거리며 따라했던 세련되면서도 우수에 젖은 멜로디에는 여전히 우울과 낭만이 혼재해 있다.

 

and I remembered the times we spent inside the Sad cafe.

Oh, it seemed like a holy place protected by amazing grace.

 

한 공간을 이해하는 데는 이러한 10대 시절의 감수성이 우선이었을 수도 있겠다. 그러나 이제 나에게는 사회적 감수성을 계발할 시간이 온듯하다. 너무 늦된 건가. 아마도 그럴 것이다.

 

아직도 이뤄지지 못한 꿈들이 어딘가 틀어박혀 있는 그곳 새드 카페에서 당신도 일어서길 바란다. 그 공간을 당신의 스토리로, 당신과 함께하는 동지들의 스토리로 채워보길, 이 늦가을 영원한 초보자 김실땅이 조심히 권해본다. 착해도 망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