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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사장 분투기(개정판)/개정판 서문

<골목사장 분투기> 개정판 서문

by 북인더갭 2014. 4. 14.

|개정판 서문|

 

자고로 개정판은 세월이 주는 시험을 견뎌낸 책만이 얻는 영광일 텐데 필자의 경우에는 다소 우울한 이유로 개정판을 내놓게 되었다. 『골목사장 분투기』는 필자의 노력으로만 나온 책이 결코 아니다. 먼저는 필자의 이야기를 들어준 선대인경제연구소의 선대인 소장이 있었고 그 다음으로는 평범한 이야기를 세상에 내놓을 만한 이야기로 기획해준 출판사의 노력이 있었다.

 

이 책이 받은 과분한 관심에 대하여 필자는 단 한번도 내 것이라 생각한 적이 없었다. 그런데 너무 아쉽게도 이 책을 함께 만든 출판사가 그 사명을 다하고 만 것이다. 출판계의 어려움은 익히 알고 있었지만 기획력과 영업력이 훌륭했던 ‘인카운터’ 출판사의 마지막을 지켜보고 있노라니 한숨이 푹푹 나온다. 이왕 새로운 출판사로 둥지를 트는 마당에 전 출판사의 이름을 굳이 언급하는 이유는 필자에게 있어서 ‘작가’라는 과분한 이름을 얻게 해준 고마운 분들이기 때문이다. 혹 필자의 부족한 필력이 출판계의 어려움을 더하는 데 일조하는 것이 아닌지 고민하게 된다. 그러나 여전히 자본주의 시장의 주변에서 힘들어하는 많은 분들에게 어떤 도움이라도 드릴 수 있을까 하여 개정판을 내게 되었다. 『골목사장 분투기』가 새롭게 둥지를 튼 ‘북인더갭’은 『착해도 망하지 않아』를 함께 펴낸 출판사이기도 하다. 이름 그대로 출판계의 주류 흐름에 편승하지 않고 틈과 틈 사이에 묻힌 이야기들, 그러나 꼭 읽혀야 할 이야기를 찾아 책으로 펴내는 좋은 출판사다. 필자의 부족한 필력에도 이렇게 좋은 분들과 함께 일할 수 있게 된 것은 천운이라 생각한다.

 

『골목사장 분투기』가 그려낸 우울한 자영업 세계의 현실에도 불구하고 많은 분들이 위로를 얻었다는 말씀을 해주셨다. 골목사장이 분투할 수밖에 없는 구조적 문제들을 부족하나마 짚어내는 것이 그 현실을 살아내야 하는 많은 분들에게는 역설적으로 힘이 되었다고 하니 감사할 뿐이다. 특별히 책을 읽고 이런저런 경로를 통해 필자의 연락처를 알아내신 분들이 꽤 있었다. 꼭 만나야 한다는 간절함으로 문자나 전화를 주셨는데 그 간절함을 피할 길이 없어 대부분 만나 뵈었다. 안타까운 사연도 많았고 조금이나마 도움을 드릴 수 있는 경우도 있었다. 하나같이 필자의 시간을 빼앗은 것 같다며 미안해하셨지만 그 시간들을 통해 필자도 더 많은 통찰을 얻을 수 있었고 인생의 후반전을 준비하면서 어떤 길로 가야 하는지에 대한 소명을 확인하기도 했다. 이 책을 기획한 출판사가 그 사명을 다하고 장렬히 마지막을 장식하는 마당에 ‘이 책 또한 함께 묻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잠시 고민했지만 여전히 연락을 주시고 조언을 구하시는 분들이 계셔서 미약한 생명을 조금 더 연장하기로 했다. 이번 개정판에서는 초판 출간 이후 필자가 주력해온 협동조합 부분을 책 끝에 ‘결론을 대신하여’ 부분에 추가했다. 협동조합에 대해 고민하시는 분들께 작은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그동안 부족한 글을 읽어주신 많은 독자들께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이 글로 인해 불편한 마음을 가지게 되신 분들께는 죄송하다는 말씀을 함께 올린다. 연구자로서, 글을 쓰는 사람으로서 부족한 면들을 다지고 좀더 도움이 되는 글들을 쓰겠노라 다짐하면서 개정판에 붙이는 인사를 마무리하고자 한다. 책에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어 주신 북인더갭의 안병률 대표님과 김남순 실장님, 카페바인 협동조합의 시작을 함께 해주신 모든 조합원 동지들, 영원의 동반자인 아내 권예은과 우리의 소중한 보물들 강해나, 강해린, 강해민, 그리고 항상 응원해주시는 양가 부모님께 감사의 말씀을 올린다. 누구보다 부족한 글을 읽어주시는 독자께 무한한 감사를 드린다.

 

2014년 3월 신촌에서

강도현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