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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사장 분투기(개정판)/언론기사 모음

<골목사장 분투기> 언론기사 모음

by 북인더갭 2014. 4. 14.

<한국일보>

 

"곪아 터진 한국사회 부조리의 희생양… 자영업은 망할 수밖에 없는 구조"

이희정 선임기자 jaylee@hk.co.kr

 

"자영업자들이 처한 현실은 사방이 낭떠러지로 둘러싸인 살벌한 정글과 다름없습니다. 이 정글이 이제는 누구도 헤어나올 수 없는 죽음의 늪으로 변해가고 있습니다." 한 젊은이가 부르짖는다. 물론 자영업의 위기가 낯선 이야기는 아니다. 그러나 그의 외침에는 '소상공인 57% 이상이 평균 순수익 월 100만원 이하', '창업 2년 안에 50% 폐업' 같은 통계수치들과는 다른 무게로 뭇사람들의 귀를 잡아 끄는 힘이 있다. 멋 모르고 카페를 차렸다가 쫄딱 망한 뒤 힘겹게 다시 서기를 하고 있는 자신의 경험, 실패의 원인을 복기하는 과정에서 발품을 팔아가며 만난 숱한 자영업자들의 절박한 사연이 녹아있기 때문이다.

 

최근 <골목사장분투기>(인카운터 발행)란 책을 낸 '카페 바인' 대표 강도현(34)씨가 그 주인공이다. 그는 이 책에서 생생한 경험과 사연들을 밑재료 삼아 골목사장들의 분투가 십중팔구 실패할 수밖에 없는 구조적 원인을 짚고, 나름의 대안을 제시한다. 자영업을 하고 있거나 해 보려는 사람들이 '망하지 않기 위해' 명심해야 할 원칙들도 소개한다.

 

사실 강씨는 생계형 자영업자는 아니다. 미국 리버티대 수학과를 나와 대형회계법인의 경영컨설턴트, 외국계 금융사의 파생상품 트레이더로 일하며 한때 억대 연봉을 받기도 했고, 현재는 경영대학원 박사과정을 밟고 있다. 그의 말처럼 "돈만 따지면 남부러울 것 없던" 직장인이 어쩌다 벼랑 끝에 선 자영업의 세계에 발을 들여놓고, 경제 시스템 개혁을 부르짖는 투사로 나서게 됐을까. 200쪽 남짓한 책에는 다 담지 못한 사연을 듣기 위해 지난 18일 서울 서대문구 창천동에 자리한 '카페 바인'을 찾았다.

 

-조기유학을 했는데, 집안이 부유했나 보다.

 

그렇지 않다. 남서울교회 부목사로 계시던 아버지가 1년 안식년을 얻어 가족이 함께 미국에 가게 됐다. 고1 때였는데, 마침 미국 유학 중이던 아버지 제자 분이 돌봐주겠다고 해서 동생과 함께 남아 대학까지 마쳤다. 리버티대는 버지니아에 있는 작은 기독교계 학교인데 워낙 학비가 싸서 여기 강남 친구들의 과외비도 안 되는 돈으로 공부할 수 있었다.

 

-그 후 삶이 본인의 표현대로 '롤러코스터'를 탔다.

 

졸업 후 귀국해 해군장교로 군대에 다녀온 뒤 국내에서 제일 큰 회계법인에 들어갔다. 2년 반 경영컨설턴트로 일하면서 금융시스템에 관심을 갖게 됐고, 제대로 한번 배워보자 싶어 외국계 금융회사에 지원했다. 3개월 임시직으로 들어가 냉장고에 먹을 것 채워 넣는 등 잔심부름을 하다 운 좋게 트레이더가 됐다. 이게 책상에 컴퓨터를 여러 대 놓고 수많은 숫자를 해독하면서 마치 게임하듯 숫자를 클릭하면서 기계처럼 돈을 버는 일이다. 처음엔 돈을 엄청 많이 버니까 좋았는데, 갈수록 그 과정이 견딜 수 없이 괴로웠다.

 

-억대 연봉을 포기하기가 쉽지 않았을 텐데. 가족의 반대는 없었나.

 

아내가 원래 별난 줄은 알았지만, 살아보니 진짜 특이한 사람이라고 하더라.(웃음) 그래도 말리진 않았다. 돈을 돌같이 봤다거나 그런 건 아니다. 다만 자본주의 시스템에서 부를 창출하는 근간은 제조이고 금융은 그걸 돕는 건데, 그 많은 돈을 챙기는 게 과연 온당한가 하는 의문이 들었다. 대한민국은 금융의 공공성에 관한 논의가 너무 빈약하다. 그걸 공부해보고 싶어 지난해 초 회사를 그만두고 대학원에 진학했다.

 

-트레이더로 잘나가던 시절에 어쩌다 카페까지 차리게 됐나.

 

<복음과 상황>이라고 기독교 보수계열에서 사회참여에 적극적이었던 청년들이 만든 잡지가 있다. 어려서부터 그걸 읽으며 많은 영향을 받았다. 그 선배님들이 '공의, 인애, 정직'이라는 가치를 실현하는 공간을 만들어보자고 제안했다. 그게 공정무역 소비운동을 기반으로 하면서 참여연대 느티나무 카페 등처럼 사회적 소통이 이뤄지는 '소셜 카페'로 구체화됐다. 처음엔 투자자로만 참여했는데 적자가 쌓여 위탁경영이 어렵게 되자 경영 컨설턴트로 일했던 제가 운영을 맡게 됐다. 회사를 그만둔 뒤에는 사정이 더 악화해 카드 빚으로 적자를 메우다 결국 십시일반으로 모은 총 투자금 2억원을 2년여 만에 모두 까먹었다.

 

강씨는 "쫄딱 망하고 나서야 무엇이 문제였는지 비로소 보이더라"고 했다. 유동 인구가 많다지만 주말과 심야에 주로 몰리는 상권의 특성을 모른 채 물 좋다는 홍대 앞에 카페를 낸 것부터 문제였다. 임대료 부담을 줄이려 2층(35평)을 얻었지만 임대료 300만원에 10% 부가세, 수도ㆍ전기료, 아르바이트생 인건비, 재료비를 합한 총 비용이 월 680만원에 달했다. 그러나 매출은 한 달에 한 두 번 주말에야 겨우 30만원을 넘고 보통은 10만~20만원에 그쳐 월 700만원을 넘기기 힘들었다. 주인은 한달 내내 뼈빠지게 일해봐야 제 인건비도 못 챙기는 구조였다. 1층이면 사정이 달랐을까. 서너 배로 뛰는 임대료를 감안하면 한 달 내내 하루도 쉬지 않고 문을 열어 매일 100잔씩 커피를 팔아야 겨우 100만원 남짓 가져갈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오는데, 카페들이 즐비한 이곳에선 기대하기 어려운 일이다.

 

유명 프랜차이즈 카페라고 다를까. 편의점이나 피자가게는? 명동 강남 등 다른 지역 사정은? 오지랖 넓은 강씨의 관심은 자영업 생태계 전반으로 확대됐다. 무작정 10km, 20km씩 걸으며 가게마다 들러 궁금한 것을 묻고 하소연도 들어주는 날들이 이어졌다. 밑바닥 리서치를 거쳐 그가 내린 결론은 "자영업의 위기는 개인들의 책임으로 돌릴 수 없는 구조적인 문제"라는 것이다. 이는 그가 서둘러 책을 쓰게 된 주된 이유이기도 하다.

 

-자영업의 위기를 구조적 문제로 단언하는 근거는 무엇인가.

 

현재 자영업자 수는 약 800만 명으로, 경제활동인구의 30%에 육박한다. 이미 과포화 상태이지만, 명퇴 등으로 직장을 잃고 재취업도 어려운 이들이 카페나 편의점, 식당 같은 영세 자영업으로 꾸역꾸역 몰려든다. 사회안전망도 허술해 충분한 시간을 갖고 창업을 준비할 여유가 없다 보니, 서둘러 창업하고 그만큼 쉽게 망하는 악순환이 되풀이된다. 미국 부동산 웹사이트에서 알아 보니 뉴욕 맨해튼 한복판의 임대료가 홍대나 강남과 비슷하고, 계약기간은 무려 10년이더라. 경제규모를 감안하면 우리 임대료가 얼마나 터무니없는 수준이고, 2년마다 올리는 것이 얼마나 불합리한 구조인지 단박에 알 수 있다. 고용 없는 성장, 빈약한 복지, 끝을 모르는 부동산의 탐욕 등 한국사회의 부조리가 총체적으로 얽혀 곪아 터진 것이 바로 자영업 문제라는 얘기다. 무능한 관료도 위기를 심화시키는 요인이다.

 

-정부로서도 뾰족한 대책을 내놓기 어려운 문제다.

 

해법을 찾으려는 의지조차 없다는 게 문제다. 기획재정부 장관이라는 사람이 영세 자영업 분야 고용이 늘어 취업자수가 증가한 것을 두고 '고용대박'이란 망언을 해 논란을 빚은 일이 있지 않나. 자영업 문제에 대해 정말 아무런 고민이 없다는 얘기다. 1만원 이하 매출은 카드를 받지 않아도 되도록 했다가 카드사와 가맹점을 연결하는 밴더들의 로비, 소비자단체의 반발 등에 밀려 철회한 일도 있다. 정말 영세업자들을 위한다면 3,000~5,000원 정도로 기준을 낮춰 담배나 라면값 정도는 카드 수수료 부담을 줄여주자는 식으로 사회적 합의를 끌어냈어야 한다. 한번 꼬리를 내려버리니 다시 꺼내지도 못하게 됐다.

 

-책에서 세 가지 해법을 제시하고 있는데.

 

먼저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예비 자영업자들이 특정 업종에 몰리지 않도록 상세한 정보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 동 단위로 상주인구 수, 평균 임대료, 업종별 신규ㆍ폐업 점포 수 등을 알려주면, 이 지역에 치킨집을 냈다간 망하겠구나 정도는 알 수 있지 않나. 자영업자를 양산하는 프랜차이즈 제도의 정비도 필요하다. 프랜차이즈 치킨집 등의 거리 제한 정도로는 부족하다. 본사에서 일률적으로 인테리어를 바꾸도록 강요하거나 재료 공급 등을 독점하는 구조를 개선해 본사와 가맹점이 리스크도, 수익도 나눠 가질 수 있게 해야 한다. 자영업의 생존율을 높이려면 임대료 및 권리금 구조도 바꿔야 한다. 임대료나 권리금이 높다는 건 그 지역에 지하철이나 도로, 학교, 공원 등 공공인프라가 잘 돼 있다는 얘기다. 국민의 세금이 투입된 공공의 과실을 토지 소유주 등이 모두 챙기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지적은 옳지만, 부동산 문제는 쉽게 건드릴 수 없는 사안이다.

 

안다. 그렇다고 마냥 손 놓고 있을 순 없지 않나. 베이비부머 세대들이 줄줄이 은퇴하는 향후 20~30년간 문제는 더 심각해질 것이다. 망해나가는 자영업자는 더 이상 '불행한 누군가'의 얘기가 아니라, 나와 내 가족, 내 이웃의 얘기다. 당장 머리를 맞대고 논의의 장을 만들어 고용부터 복지, 부동산 문제에 이르기까지 사회적 합의를 끌어내기 위한 노력을 시작해야 한다. 제발 다같이 살 길을 함께 모색해보자는 소리다.

 

-얘기를 개인 차원으로 좁혀보면, 웬만하면 자영업을 하지 말라는 우울한 결론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영업 외에는 달리 할 것이 없는 분들이 많은데… 그래서 책을 쓰면서도 참 난감했다. 이런 분들을 위해 저의 실패 경험을 토대로 '망하지 않기 위한 10계명'을 어설프게나마 소개했다. 자영업의 80%는 망한다는 통계가 있지만 다들 '나는 할 수 있다'고 믿는다. 과신은 절대 금물이다. 처음부터 판을 크게 키워서도 안 된다. 카페라면 10평 정도에서 시작하는 게 좋다. 너무 뻔한 얘기라고? 바꿔 말하면 그게 기본이라는 소리다. 기본을 지켜야 재기가 불가능할 정도로 쫄딱 망하는 일만은 피할 수 있다.

 

-예비 자영업자들에게 이것 하나만은 꼭 명심하라고 조언한다면?

 

자신이 하고자 하는 업(業)의 본질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나름의 방식을 찾으라는 것이다. 업의 본질을 잘 구현한 예로 두 집을 들곤 한다. 연남동의 '도깨비 커피집'은 에스프레소 기계를 두지 않고 손으로 직접 내려주는 커피만 판다. 커피의 다양성을 지키겠다는 확신과 자부심을 읽을 수 있다. 충정로의 한 해물뚝배기 집은 매일 재료별 상태를 A,B,C 등급으로 매기고 원가를 공개한다. '정보공개서' 수첩에는 일일 매출 현황과 직원들 시급까지 적혀있고, 주문할 땐 '아줌마' '사장님' '여기요' 등 대신 직원들 이름을 불러달라고 요구한다. '조미료를 넣지 않은 2% 부족한 맛'이라는 문구도 전혀 부족함이 없는 감동을 준다. 이런 오리지널리티는 성공스토리를 담은 책 몇 권 읽는다고 얻을 수 있는 게 아니다. 자영업을 염두에 두고 있다면, 일찌감치 그런 고민을 시작해야 한다.

 

-'카페 바인' 얘기를 좀 들어보자. 자영업 생태계가 살벌한 정글을 넘어 죽음의 늪으로 변해가고 있다고 진단하면서, 생업도 아닌 카페를 포기하지 않은 까닭은 무엇인가.

 

보증금까지 다 까먹고 다음달 임대료도 못 낼 처지였다. 윤리적 노동을 주장하는 사람들이 직원들 월급도 제때 주지 못했다. 그런데 폐업을 하자니 본의 아니게 해고를 하는 꼴이어서 고민이 컸다. 생계가 걸린 일이었다면 당장 털고 떠났겠지만, 사회운동 차원에서 시작한 일이라 오히려 쉽게 포기할 수 없었다. 마침 지금 이 자리에 우리와 비슷한 컨셉트로 카페를 운영하던 교회 분들과 연이 닿아 지난 6월 다시 문을 열게 됐다. 임대료가 절반으로 줄었고 매출도 꾸준히 늘어 적자는 면했지만, 언제 다시 문 닫게 될지 알 수 없다.

 

-언뜻 보기에는 홍대앞보다 목이 좋지 않아 보이는데.

 

그렇지 않다. 우리도 여기 와서 알았는데, 주간 유동인구는 이쪽이 홍대앞보다 많다. 그래서 책에도 점포를 구할 때 부동산 말만 믿지 말고 직접 발로 뛰며 정확한 정보를 수집하라는 얘기를 넣었다. 경영 노하우도 쌓이고 커피교실과 온라인 매출도 늘었지만, 전체 매출이 30% 가량 오른 데는 장소적 요인이 가장 크게 작용했다.

 

강씨는 '카페 바인' 시즌2를 시작하면서 전문경영인(김삼중 사장) 체제를 갖추고 '소셜 카페'라는 정체성을 살릴 방안을 찾는 일에 중점을 뒀다. '강정마을커피' '와락커피'로 이름 붙인 공정무역커피상품 200g짜리 한 봉지를 사면 구매액 1만8,000원 중 5,000원이 각각 제주 해군기지 건설 저지 투쟁을 벌이고 있는 강정마을과 쌍용자동차 해고자 가족을 돕는 와락센터에 전해진다. 공정무역에 기반한 이른바 '착한 소비'에 사회적 메시지를 담은 '소셜 소비'를 결합한 셈. 지난 여름 강정마을을 방문해 사진을 찍어오면 아메리카노 1잔 값에 2잔을 제공하는 이벤트도 진행했다. 강씨는 "예전에는 '해군기지 결사 반대'라고 써 붙였는데 손님들이 이런 문구를 불편하게 느낄 수도 있다는 걸 뒤늦게 알았다"면서 "사회적 이슈를 커피라는 상품에 자연스럽게 녹여낼 방안을 찾는데 주력하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트위터 등을 통해 '이번에 정권 못 바꾸면 카페 이름을 레지스탕스로 바꾸겠다'는 등의 격한 발언을 쏟아내기도 한다. "사상의 자유마저 억압하는 가짜 보수 세력이 판치는 세상, 자영업자들이 겪는 고통을 개인의 능력 부족 문제로 치부해 버리는 사회에는 희망이 없어요. 하루 빨리 그런 낡은 틀에서 벗어나 누구나 최소한의 인간적 삶을 누릴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야죠."

 

 

<서울신문>

 

요즘 신문 경제·사회면을 장식하는 기사 중 자영업과 관련된 내용이 적지 않다. 대부분 우울한 것들이다. 폐업, 자살, 빚더미…. 이런저런 통계만 대충 들여다봐도 자영업이 얼마나 험하고 힘든 영역인지 금세 알 수 있을 정도다. ‘자영업자 비중 경제활동 인구의 28.8%’, ‘소상공인 57% 이상이 평균 순이익 100만원 이하’, ‘자영업자 80% 이상이 주말 없이 하루 10시간 이상 근무’, ‘창업 2년 내 50% 폐업’…. 최근 ‘골목 사장 분투기’(인카운터 펴냄)를 낸 강도현(34)씨 역시 그런 ‘우울한 영역’의 자영업에 뛰어들었다가 ‘쓴맛’을 본 희생자다. “망하고 나서야 자영업 생태계가 보이기 시작했다.”는 눈 뜸을 바탕으로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는 인물이다.

 

“서울 홍익대 앞에서 커피숍을 2년 남짓 운영해 보니 겉보기와는 아주 달랐습니다. 카페 하면 낭만적이고 정적인 분위기를 떠올리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거품만 둥둥 뜬 아수라장인 셈이지요.” 카페 운영에 뛰어들기에 앞서 그는 억대 연봉을 받는 고소득자였다. 미국 리버티대학 수학과를 졸업한 뒤 삼일회계법인에서 경영 컨설턴트로 근무했고 외국계 헤지펀드에서 파생 상품 트레이더로 남부럽지 않은 넉넉한 생활을 했다. 그러면서 자본주의 시스템의 심각한 폐해를 봤단다. ‘이건 아니다.’ 싶은 생각에 고액 연봉을 팽개치고 평소 가깝게 지내던 지인들과 함께 소셜 카페 운영자로 변신했던 것이다. 물론 철저하게 망했다.

 

“대부분의 자영업자들이 준비 없이 무작정 뛰어들어요. 십중팔구는 망합니다. 망할 수밖에 없는 생태계를 너무 우습게 보는 것이지요.” 카페 운영을 하면서 보고 느낀 충격이 컸단다. 무엇보다 공정하지 않은 조건들을 감수해야만 하는 토양과 환경이 문제다. 망하고 나서야 전직 컨설턴트의 생리가 작동했고 그 불합리와 부조리를 파고들기 시작했다. “넉넉한 사람이 자영업을 하나요? 먹고살 다른 뾰족한 대안이 없거나 막연한 기대감으로 시작하는 것이지요.”

 

이미 과포화 상태인 자영업의 위험한 시장에 뛰어들면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감내해야만 하는 조건들이 기다린다. 하늘 높은 줄 모르는 임대료에 실체도 없는 권리금, 프랜차이즈 본사의 간섭과 요구…. 쉬지도 못 하고 밤낮으로 벌어 봐야 임대료며 인건비를 빼면 사실상 남는 게 없다. 은행 대출까지 받으면 그야말로 숨 쉬기도 힘이 들 정도다. 불합리한 조건들이 해결되지 않는 한 자영업은 영원히 위험한 영역일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더 큰 문제는 지금의 자영업 쇼크가 일시적인 게 아니라 향후 30년가량 지속될 고용 충격의 시발점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입니다. 자영업에 뛰어드는 대열의 대부분이 베이비부머잖아요. 앞날이 빤히 보이지 않습니까.” ‘자영업은 은퇴자의 무덤’이라는 말이 무색하지 않다. 그래서 지금이라도 장기 충격에 대비한 정책과 제도를 하루빨리 마련해야 한단다. 지금의 고충을 자식 세대들에까지 대물림할 게 뻔한 상황에서 ‘강 건너 불구경’할 때가 아닌 것이다.

 

자영업이 더이상 ‘실패가 뻔히 보이는 은퇴자의 무덤’이 아니기 위해 그는 지금 색다른 실험을 하고 있다. 대학에서 경영학 공부를 다시 시작하면서 올해 초 서울 동교등 근처에 소셜 카페의 문을 다시 열었다. 그 카페는 공의와 공동체의 삶이 살아 있는 실천의 공간이다. 큰 수익은 내지 못하지만 함께 나누고 공동의 목적이 실천되는 대안의 자영업이랄까.

 

“당장 먹고살기 힘든 상황에서 뜬 구름 같은 소리로 들릴 수 있겠지요. 하지만 언제까지 지금의 모순과 폐해를 답습할 수는 없지 않습니까. 화려한 소비 차원이 아니라 함께 살아가는 가치에 눈을 돌려 보자는 말이지요.”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오마이뉴스>

"자영업 창업하시려면 최소한 1년은 준비하고 하세요. 안 그러면 망합니다. 우리나라 자영업 폐업 비율이 80%예요."

 

잘라 말하는 목소리에는 '해 본 사람' 특유의 자신감이 묻어났다. 망해 봤기 때문에 할 수 있는 말이었다. 서울 홍대 인근에서 2년 넘게 카페 운영을 해 온 강도현씨가 전하는 대한민국 자영업 세계는 적자생존의 정글이나 다름없었다.

 

한국의 자영업자 수는 약 800만 명. 경제활동인구의 28.8%다. 80%의 창업자들이 망하고 흔적 없이 거리를 떠나가면 또 다른 '사장님'이 바리바리 싸온 퇴직금으로 그 자리를 메운다. 그런 과정이 반복되는 가운데 돈을 버는 것은 대개 건물 주인과 부동산 중개업자뿐. 강 씨는 자신이 보고 듣고 겪은 이런 경험들을 담아 최근 <골목사장 분투기>라는 책을 냈다.

 

무심코 홍대에 낸 카페, 매달 적자 400만 원

 

올해 서른다섯 살인 강씨의 '스펙'은 여의도에서 찾아볼 수 있는 전형적인 '금융맨'에 가까웠다. 미국 리버티 대학교 수학과를 졸업하고 국내 굴지의 회계법인에서 일했다. 외국계 헤지펀드에서 파생상품 트레이더로 일하며 억대 연봉을 받기도 했다. 동네 자영업자와는 다소 거리가 있는 삶을 살아가던 그는 어느 날 덜컥 '카페 사장'이 됐다.

 

"지인들끼리 투자금을 모아서 우리만의 공간을 만들어보자고 해서 시작한 카페였어요. '역시 카페 하면 홍대지!' 하는 생각에 홍대에 가게를 얻었지요. 근데 계속 적자가 나는거에요. 그래서 회의 끝에 그래도 제가 전공이 경영학에 가까워서 카페 운영을 맡게 됐지요."

 

하루에 많게는 2억 원씩 버는 파생상품 전문가라고 해서 적자인 카페를 흑자로 만들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강씨는 매달 300~400만 원씩 밑지는 장사를 했다. 그러나 본업 수입이 많아 별 문제는 안 됐다. 헤지펀드 회사에서 매월 1000~1500만 원씩 받던 강씨는 적자의 대부분을 자기 월급으로 메웠다.

 

문제는 강씨가 대학원 진학을 위해 잘 나가던 회사를 그만 두면서부터 시작됐다. '한국 자영업자'의 삶이 곧장 강씨를 기다리고 있었다. 카페 적자는 계속 쌓여 눈덩이처럼 불어났고 금방 1000만 원을 넘었다. 신용카드 대출로 버티다 보니 리볼빙(자유결제)서비스를 쓰고도 카드 대금이 두 달 밀렸다.

 

강씨는 10년째 A카드를 사용하고 있는 '프리미엄 회원'이었지만 카드회사는 가차 없었다. 카드사 상담원이 '가압류' 얘기를 꺼내온 것은 연체가 시작된 지 25일 정도가 지나서였다. 강씨는 "결국은 카페를 옮기면서 받은 보증금을 통해 갚긴 했지만 법원에서 압류 통지서를 받았을 때는 아찔했다"고 말했다.

 

"초보 사장님, 명동·홍대·신촌·강남에 들어가면 망해요"

 

서울 홍대 정문에서 6호선 상수역으로 가는 길에 있던 강씨네 카페 '카페 바인'은 그렇게 망했다. 카페를 열었던 기간은 총 합쳐서 2년 반 정도. 손님이 딱히 적은 편은 아니었는데 한 번도 흑자가 난 적은 없었다. 많이 '까먹는' 달에는 500만 원 적자가 나기도 했다. 강씨는 궁금했다. 열심히 했는데 왜 카페가 망했을까. 결론은 충분한 검토 없이 들어왔기 때문이었다.

 

"상수역-홍대 정문 라인은 홍대의 가장 주요한 상권이 아니에요. 그런데도 1층에 40평 카페하려면 싸면 800만 원, 비싸면 1200만 원 줘야 해요. 엄청 비싸죠. 물론 유동인구가 많긴 한데 그 시간대가 목, 금, 토 밤 10시부터 새벽 4시 사이에요. 그때가 커피 마시는 시간은 아니잖아요."

 

폐업한 강씨의 점포 임대료는 부가세 포함 374만 원. 2층에 있는 카페이고 그나마 큰길에서는 잘 보이지도 않지만 유동인구가 많은 홍대라 이 정도 임대료는 줘야 했다. 그러나 조금만 생각해보면 홍대가 카페를 하기에는 좋은 조건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는 얘기다.

 

강씨는 자영업자로 성공하기 위해 가장 충분히 검토해야 하는 요소로 점포 임대료와 권리금을 꼽았다. 높은 임대료를 내면서 도심에서 장사하는 이유는 더 많은 손님을 기대하기 때문인데, 그 손님들이 자신의 가게로 올지를 구체적으로 계산해봐야 한다는 게 강씨의 설명이다. 강씨는 "계산은 이성적으로 해야 한다"면서 "주변에 자신의 계획을 반대하는 사람이 있는데 그를 설득하지 못한다면 그 계획은 시작하지 않는 것이 좋다"고 덧붙였다.

 

최근 곳곳에 점포를 늘려 화제가 됐던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 '카페베네'의 한 달 운영비는 얼마나 될까. 그는 매출과 비용 수익을 나눠 뚝딱 계산해냈다. 도심 주요 지역에서 40평짜리 카페베네 점포를 열기 위해서는 개점 비용만 약 4억5천만 원이 들고, 장사가 매우 잘 될 경우 월 수익 260만 원을 기대해 볼 수 있다는 게 강씨의 주장이다. 이 계산에서도 가장 중요한 요소는 임대료다. 월비용 1940만 원 중 임대료가 1000만 원을 차지한다.

 

강씨는 "초보 사장님은 명동, 홍대, 신촌, 강남에 들어가면 망한다"면서 "경험 없는 사람이 성공할 수 있는 임대료가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이어 "이 지역 임대료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뉴욕 맨해튼에 비춰 봐도 전혀 밀리지 않을 만큼 높은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그가 예로 들은 점포는 맨해튼의 노른자위인 5번가에서 10분 거리에 있다. 크기가 132㎡(40평)인 이 매장의 임대료를 원화로 환산하면 보증금 4000만 원에 월 임대료 1000만 원 정도. 홍대나 강남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는 수준이다. 강씨는 "이 지역 직장인들이 받는 연봉은 서울 직장인들 평균 연봉과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높다"면서 "무슨 대단한 근거로 임대료가 이렇게 높은지 이해가 안 간다"고 토로했다.

 

"대기업이 이익 독식... 자영업자 능력과 상관없이 실패할 수밖에 없는 환경"

 

임대료와 함께 자영업자들을 위협하는 또 하나의 요소는 자신의 점포 근처에 새로 가게를 내는 다른 자영업자들이다. 이미 포화상태를 넘어선 시장 상황 때문에 망하는 자영업자들이 많지만 자영업을 하겠다는 사람들은 계속 늘어나고 있는 게 한국의 현실이다. 강씨는 그 근본적인 이유를 고용을 줄인 대기업에서 찾았다.

 

"오늘도 국제신용평가사인 S&P가 한국 신용등급을 올렸어요. 외국에서 볼 때는 우리 경제상황이 괜찮다는 얘기입니다. 현대, 삼성은 몇 분기째 최대 실적 갈아치우고 있어요. 그런데 이상한 건 밑바닥에 있는 자영업자들은 IMF 때보다 더 힘들다고 하거든요. 근본적인 문제는 대기업이 돈을 벌면서 그만큼 고용을 안 한다는 겁니다."

 

대기업이 사회 전체가 벌어들이는 이익을 독식하면서 그에 맞게 임금을 올려주거나 고용을 하지 않기 때문에 자영업자들이 우후죽순 생겨난다는 분석이다. 강씨는 "고용만 안 해주면 모르겠는데 요즘에는 골목까지 대기업이 밀고 들어와서 지역 상권 위협하고 있는 것 아니냐"면서 "자영업자들이 개인의 능력과 상관없이 실패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자신과 친분이 있는 신촌의 한 편의점 사장님을 예로 들었다. 이 사장님은 대기업 프랜차이즈로 편의점을 시작했는데 24시간 하다 보니 인건비도 많이 들고 남는 게 없어 결국 프랜차이즈 계약을 해지하기로 했다. 그랬더니 이 대기업이 한 달 후에 사장님 점포 인근에 큰 직영 매장을 열더라는 것이다. 강씨는 "'간판 내렸으니 죽으라'는 식 아니겠냐"고 말했다.

 

강씨는 회사에서 명예퇴직당하면 바로 생존으로 내몰리게 만드는 복지정책의 미비도 지적했다. 그는 "직장에서 '짤린' 사람들이 자영업을 한다고 하면 아이템을 찾고 시장조사를 하는 데 최소한 1년이 필요하다"면서 "이 기간을 버틸 수 있는 복지수단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래야 사람들이 누구나 생각할 수 있는 카페, 음식점, 치킨집, 호프집 같은 '흔한' 직종으로 몰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현재 한국 자영업자들이 직종을 선택하는 데 걸리는 기간은 평균 4개월 정도다.

 

강씨는 "지나치게 높은 임대료에서 불로소득을 걷어 들이고 기업에 고용을 압박하고 빈약한 복지를 해결하는 역할은 시장이 자체적으로 할 수 없다"면서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 관료가 이런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줘야 하는데 기재부 장관은 자영업자 늘어나니까 고용 대박이라면서 박수만 치고 있는 걸 보니 어이가 없다"고 털어놨다.

 

"'뭘 해야 먹고살지?' 하며 시작한 사람이 성공하는 경우는 드물어"

 

현재 한국의 자영업 폐업 비율은 80%. 새로 시작하는 자영업자들이 생존하는 20% 안에 들어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강씨는 "기본적으로 운이 많이 작용한다"고 전제하면서 "확고한 철학은 꼭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제가 본 사람 중에는 직장에서 떠밀려 나와서 막연히 '뭘 해야 먹고살지?' 하며 시작한 사람이 성공하는 경우는 드물었어요. 반면 확실한 철학이 있어서 자영업을 시작한 사람은 힘든 일이 와도 어떻게든 버티지요. 점포에 주인의 정체성이 드러나야 하는 것 같아요."

 

이런 깨달음을 얻은 강씨는 몇 달 전 홍대와 신촌 사이에 있는 동교동 삼거리 인근에 '카페 바인'을 다시 열었다. 강씨는 "카페에서 수익금을 통해 강정마을 지지와 이주노동자 후원도 하는데 그런 정체성을 손님들이 무의식 중에 알게끔 인테리어를 배치했다"고 설명했다. '소셜카페'라는 정체성을 더욱 살려보겠다는 취지다.

 

지난 여름에는 제주도 강정마을에서 사진을 찍어 온 고객에게 여름 내내 아메리카노 1잔을 값에 2잔을 주는 이벤트를 하기도 했다. 모 그룹 계열사가 구럼비 바위를 파괴하고 반도체 노동자들의 죽음을 외면한다는 이유로 삼성카드도 받지 않는다. 카페에 정체성이 생기니 그에 맞는 손님들이 모였고 지금의 경영 상황은 간신히 적자는 안 보는 수준까지 올라왔다.

 

"일단 가게 위치를 옮기면서 임대 유지비가 절반으로 줄었어요. 직접 세 보기 전에는 몰랐는데 이 지역이 꽤 유동인구가 있는 지역이었고 카페가 하는 후원 활동에 동의해주시는 손님들이 찾아주시면서 매출도 30% 정도 늘었지요. 홍대에서 할 때도 월 500만 원 정도면 많이 나오는 거였는데 지금은 800~900만 원 정도 나옵니다."

 

강씨는 "카페를 운영할수록 이 장사가 공간이 가지고 있는 정체성을 잘 활용해야 성공할 수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그는 "홍대 한복판에 맛없기로 소문난 프랜차이즈 카페가 있는데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그 카페에 간다"면서 "이제 생각해보면 그 공간이 주는 매력이 손님들을 만족시켰던 것 같다"고 털어놨다.

 

"저도 창업하고 망하기 전에는 이런 걸 몰랐습니다. 오히려 커피장사 하는 사람들은 자부심도 많고 고집이 세서 맛없는 프랜차이즈 커피를 무시하는 경향이 있지요. 자영업 준비하는 분들은 꼭 창업 전에 공부하시길 빕니다." 김동환 기자

 

 

<프레시안>

 

홍대 카페는 '은퇴자의 무덤'! 탈출구는?

정승일 복지국가소사이어티 정책위원

 

5000만 국민의 3분의 1이 살아가는 이야기

 

우리나라 경제 활동 인구의 33퍼센트 즉 3분의 1 가량이 자영업에 종사하고 있다는 통계 숫자는 아마도 익히 들었을 것이다.

 

다시 말해서 뭔가 직장을 가지거나 사업을 하는 사람의 3분의 1 가량이 우리가 주변에서 흔히 보는 식당, 술집, 호프집, 이발소/미용실, 카페, 문방구, 꽃집 등의 주인이거나 아니면 그 곳에서 일하는 종업원이라는 뜻인데, 한마디로 말해서 자영업자들의 살림살이 이야기는 곧 우리나라 5000만 국민의 3분의 1이 살아가는 고달픈 삶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요즘 들어 여와 야, 진보와 보수를 막론하고 모두가 자영업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그렇지만 그 자영업자들 스스로의 이야기를 책으로 읽을 기회란 흔치 않다. 자기 입에 풀칠하기도 힘든 자영업자들이 언제 시간을 내서 자신의 인생살이, 살림살이에 관한 이야기를 책으로 낸단 말인가!

 

금융 자본의 첨병에서 영세 자영업자로

 

이 책 <골목 사장 분투기>(인카운터 펴냄)을 쓴 사람은 어떻게 이런 책을 출간할 시간적 여유, 정신적 여유를 가진 것일까?

 

역시나, 이 책의 저자인 강도현은 우리가 흔히 보는 동네 아저씨가 아니다. 그는 미국 리버티 대학에서 수학을 공부한 유학파이며, 귀국해서는 한국에서 가장 잘나가는 회계법인 삼일회계법인에서 일했다. 게다가 그 뒤에는 외국계 헤지펀드에 근무하면서 파생 금융 상품 트레이더로 일하며 큰돈을 벌기도 했다.

 

이렇듯 그는 2000년대 들어 우리나라를 풍미한 "부자 되세요 신드롬"에 딱 어울리는, 미국식 월스트리트 자본주의 모델의 지배 하에서 출세하고 큰돈을 모을 수 있는 금융, 경영, 회계 직종의 한 사람이었다. 그렇지만 그는 뜻한 바 있어 갑자기 그 잘나가던 금융, 회계 업무를 그만두고 카페를 창업하게 된다. 그것도 서울의 홍익대학교 입구 근처에서 커피 전문점을 창업했었는데, 결과는 처참했다.

 

따라서 <골목 사장 분투기>는 매우 귀중한 책이다. 자영업을 실제 경험한 사람이, 그것도 "쫄~딱" 망해본 사람이, 자영업자들이 왜 망하는가, 어떻게 망하는가에 관하여 자신의 실제 체험을 바탕으로 이것저것 잘 분석해 놓은 책이기 때문이다.

 

자영업자들의 영업 장부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자영업자들의 실제 영업 장부를 들여다볼 수 있다는 점이다. 저자가 경영컨설턴트 출신이며 회계법인 출신이라서 그런지, 그의 자영업자 영업 장부 분석은 매우 세밀하다. 예컨대 이렇다.

 

"매장 규모가 여섯 평인데 계속해서 손님이 들어오지 않으면 월 임대료 180만 원을 낼 수가 없어요. 그 조그마한 매장 임대료가 월 180만 원이라는 게 믿기지 않지만 어쩌겠어요? 저희만 그런 게 아니라 서울이 그런 걸."

 

"요즘은 자영업을 예전의 구멍가게처럼 생각해서는 안 된다. 초기 비용 5000만 원에 월 임대료 200만 원을 들여 음식 잘하고 친절하면 손님이 찾아올 것이라는 나태한 생각으로는 단 몇 개월도 버티기 힘들다. 문제는 초기에 자리 잡는 시간이 필요한데, 높은 임대료와 초기 투자 비용은 그 시간마저 허용하지 않고 실패를 용납하지 않는 구조를 가져왔다."

 

"손님당 단가를 8000원으로 본다면, 원가 비율이 30퍼센트 정도니까, 350명의 손님까지는 월 임대료를 지불하는데 나간다. 매일 고객 열다섯 명분 매출은 월 임대료로 지불되는 꼴이다. (…) 또 다른 고정 비용인 인건비는 손님으로 매장을 하루 두 번씩 채워야 한다. 게다가 기타 제반 비용을 생각하면 하루 네 번의 매장 회전까지는 각종 고정 비용을 채우는 격이다. 그 다음부터야 비로소 사장님 몫이다. (자영업자들이) 눈 코 뜰 새 없이 바빠도 먹고 살기 힘든 이유가 거기에 있다."

 

"배달도 마찬가지다. 배달 직원의 월급 주고, 주방 인력 인건비까지 생각하면, 매일 열다섯 판 이상 배달이 나가야 수지가 맞는다. 그런데 전문 배달 매장도 아니고, 개인 브랜드가 매일 꼬박꼬박 열다섯 개 이상 주문받기는 쉽지 않다. (…) 설령 그런 수요가 있다 하더라도 매장을 운영하면서 그 작은 주방으로, 적절한 시간 안에 배달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 고객이 와서 때로는 많이 기다리기도 하고, 배달을 완료하는데 한 시간이 소요되기도 한다."

 

 

위에서 인용한 부분만이 아니다. 이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이렇듯 자영업자들이 현실적으로 직면하는 온갖 경영상, 영업상의 어려움에 대한 훌륭한 묘사와 분석이 풍부하게 펼쳐진다. 이 책은 그야말로 자영업을 '해 본'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커피를 아무리 팔아도 도무지 수익을 낼 수 없는 카페들, 달콤한 말로 편의점 창업을 꼬드겨 놓고서 망하면 어마어마한 돈을 약탈하는 프랜차이즈 사업들, 음식이 날개 돋친 듯 팔려도 망할 수밖에 없는 높은 임대료 문제 등, 직접 경험하기 전에는 그 누구도 알 수 없는 문제들을 말한다. 망해봐야 비로소 알게 되는 이야기들은 이 책이 가지는 자장 훌륭한 읽을거리들이다.

 

게다가 이 책의 맨 앞에는 카페 창업자로서의 저자가 실제로 직면했던 카드 대출 연체와 신용 불량자로의 전락, 채권 추심의 실제 스토리가 전개된다. 그리고 저자 자신, 왜 실패한 중소기업 및 자영업 창업자들이 자살로 인생을 마감하는지, 그 심정이 비로소 이해된다고 하는 이야기도 펼쳐진다. 실제 전체 자영업 창업자의 80퍼센트가 실패하여 신용 불량자로 전락하고 그 중 상당수가 자살로 인생을 마감한다고 할 때, 이 책은 앞으로 자영업 창업을 계획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마땅히 읽어야 할 필독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자영업자들의 삶이 왜 이렇게 힘들어졌을까?

 

자영업자들의 삶은 왜 이렇게 힘든 것일까? 이 책은 자영업자들이 직면하는 여러 영업상, 경영상의 어려움에 대한 분석을 통해서 우리나라 자영업자들이 요즘처럼 힘들게 된 이유를 (따라서, 저자 자신이 창업한 카페가 망하게 된 이유를) 하나하나 밝혀 나간다.

 

저자가 말하는 가장 큰 이유는 너무 많은 사람들이 자영업에 뛰어들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자영업에 뛰어들까? 저자는 말한다.

 

"사실 그 이유는 우리 모두가 알고 있지 않은가? 1997년의 외환 위기 이후 허리 역할을 하는 중견 기업들이 대거 사라졌고, 대기업의 정리 해고와 인력 절감도 만성화되었다. 어느 누구도 안정적인 일자리를 보장받지 못하는 시대를 살고 있다. 그 결과 한국 경제에서는 사실상의 실업자, 비정규직과 함께 생계형 자영업자들이 급증하고 있다. (…) 아예 장사를 포기한 자영업자들이 속출하는데도 불구하고 여전히 숱한 이들이 자영업에 뛰어들고 있다. (…) 뒤로는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는데, 퇴로가 막힌 군중들이 계속 밀어닥친다. 앞쪽에서 밀려드는 군중들의 미는 힘을 이기지 못하고 절벽 가장자리에 선 군중들은 버티다 못해 결국 절벽 아래로 떨어지게 된다. 참혹한 상황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이 책 전체에 걸쳐 나타나는 이상한 점이 있다. 1997년 이후 만성화된 정리 해고와 명예퇴직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 한, 백약이 무효하다는 것을 저자 스스로 인정하면서도, 저자 자신은 이런 문제에 대한 해법을 전혀 제시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마치 어쩔 수 없는 불가항력적인 힘에 의해 명예퇴직과 정리 해고가 발생하는 것이기 때문에 자신으로서는 아무 대안도 말할 없다는 듯한 태도이다.

 

그렇지만 1998년 이후 만성화되어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대기업과 은행, 금융권 등에서의 대규모 명예퇴직과 정리 해고는 불가항력적인 운명적 힘에 발생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명백하게 1998년 이후 우리나라 대기업과 은행, 금융 회사들의 기업 지배 구조 및 경영 원리가 미국 월스트리트형의 단기 수익성 제일주의, 현금 흐름(cash flow) 및 자기 자본 수익률(ROE) 제일주의로 재편되면서 일어난 일이었다. 장기적으로는 몰라도 1년 내에 해당 사업부의 매출 및 수익 증대에 도움이 되지 않는 종업원을 바로 퇴직시키는 것은 1997년 이전에는 생소한 일이었다. 그렇지만 미국식 회계 기준과 수익 기준이 모든 대기업들의 경영과 회계에 전면적으로 적용된 김대중, 노무현 정부 시절에 그것은 흔해빠진 일이 되었다. 그리고 이 모든 일이 '경제 민주화'라는 미명 하에 일어났다.

 

그리고 이와 같은 재편 과정에서 가장 큰 수익을 얻으면서 영업을 대폭 확장한 수혜자들이 바로 회계법인과 각종 (헤지펀드를 포함한) 투자 펀드들이었다. 그리고 회계법인과 투자펀드, 투자은행 들이 하나의 단일한 이해관계로 움직이는 것이 바로 미국 월스트리트의 금융 자본 네트워크이며, 이들이 바로 2008년 미국발 세계 금융 위기를 일으킨 책임자들이다. 따라서 이들이야말로 자영업자를 포함한 서민들의 삶을 나락으로 빠뜨린 자들이다.

 

그런데도 저자인 강도현은 이러한 "불편한 진실"에 대해서는 단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는다. 왜 이런 걸까? 게다가 강도현은 지금도 "자본주의의 한 복판에서 비자본주의적 경제 생태계를 만들어보고 싶은 꿈을 안고" '카페바인'이라는 소셜 카페를 운영하고 있다고 한다. 혹시 저자는 아이비리그 대학을 나와 뉴욕의 월스트리트에서 일하면서도 탈자본주의(post-capitalism)를 꿈꾸는 전형적인 미국 리버럴, 즉 '헤지펀드 사회주의자'가 아닌가?

 

치솟는 부동산 임대료, 도대체 왜?

 

저자는 서울 홍익대학교 입구에서 카페 창업의 경험과 다른 이들의 체험에 대한 분석을 토대로, 자영업자들이 직면하는 최대의 도전이 높은 월세 임대료라고 지적한다. 여러 사례들을 통해 제시되는 이 지적 역시 매우 설득력이 있다. 그런데 여기서도 저자인 강도현은 또 하나의 논리적 자가당착의 오류를 범하고 있다.

 

강도현은 자신이 미국의 경제학자 헨리 조지의 사상을 신봉하고 있다고 말하면서, 토지 불로 소득이 없는 자유 시장(free market) 자본주의야말로 마르크스 사회주의보다 훨씬 더 훌륭한 사상이라고 말한다. 그렇지만 그 자신의 분석을 따르더라도, 오늘날 한국에서 토지 관련 불로 소득(예컨대 서울 홍익대학교 부근의 비정상적인 건물 임대료)이 비정상적인 높은 수준으로 나타나는 이유는 바로 '자유 시장 자본주의'이다.

 

그가 말하는 것처럼, 만약 가게 임대료가 지나치게 높은 것이 원인이 되어 그것에 들어온 세입자 자영업자들의 폐업이 속출하게 되면, 시장의 수요-공급 원리에 따라, 상가 건물 임대료가 자동적으로 낮아지는 것이 상가 임대료 시장의 정상적인 시장 원리이다. 그런데도 우리 현실에서는 그 원리가 작동하지 않는다. 왜 그럴까? 과연 선대인 또는 헨리 조지주의자들이 말하는 것처럼 '토건족들', 그리고 그것과 결합한 '재벌들' 때문일까?

 

별로 그런 것 같지 않다. 저자인 강도현이 책에서 정확하게 지적한 것처럼, 파산한 자영업자들의 시체를 밟고, 또 다른 신규 창업자들(즉 대기업 등의 명퇴자들)의 거대한 행렬이 더 높은 상가 임대료를 기꺼이 내겠다고 하면서, 이 시장에 뛰어들고 있는 것이 더욱더 중요한 원인이다. 결국 문제의 핵심은 토건족도 아니고 재벌도 아니다. 너무 많은 명퇴자들이 배출되고 있고, 그들을 위한 사회 복지 제도가 전무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에, 그들이 갈 곳이라곤 자영업 창업 말고는 없다.

 

그렇다면 진짜 문제는 대기업에서의 명퇴를 어떻게 막을 것인지, 단기 수익성 추구와 주주 자본주의를 어떻게 막을 것인지 그리고 퇴직자를 위한 복지 국가를 어떻게 만들 것인지가 더욱 중요한 과제로 되는 것은 아닌가? 말하자면 미국 자본주의로 대변되는 '자유 시장 자본주의'를 한국 사회가 지난 1998년 이후 보수와 진보를 막론하고 무비판적으로 도입한 것이 모든 문제의 본질이 되는 것이 아닌가?

 

영세 자영업자들의 대란 : 386 세대의 대란

 

강도현이 말하는 것처럼, "더 큰 문제는 지금의 자영업 쇼크가 일시적인 게 아니라 향후 30년가량 지속될 고용 충격의 시발점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현재 자영업에 뛰어드는 대열의 대부분이 1958년 이후 태어난 베이비부머이다. 그리고 이제 곧 1960년대에 출생한 이른바 '386 세대'가 대규모의 명예 퇴직자 대열에 합류하는 나이가 될 것이다.

 

그들의 앞날이 어떻게 될지 빤히 보인다. 자영업자들의 무덤은 은퇴자들, 퇴직자들의 무덤이며, 따라서 386 세대의 무덤이 될 것이다. 그래서 지금이라도 장기 충격에 대비한 정책과 제도를 하루빨리 마련해야 한다.

 

그런데 자영업이 더 이상 '실패가 뻔히 보이는 은퇴자의 무덤'이 아니기 위해 강도현은 지금 색다른 실험을 하고 있다. 대학에서 경영학 공부를 다시 시작하고 올해 초 서울 동교동 근처에 소셜 카페 '카페바인'의 문을 다시 열었다. 그 카페는 공의와 공동체의 삶이 살아 있는 실천의 공간이다. 큰 수익은 내지 못하지만 함께 나누고 공동의 목적이 실천되는 대안의 자영업이라고 한다. 그리고 그는 이 책의 뒷부분에서 '사회적 기업' 또는 '협동조합'으로서 영세 자영업 가게들이 전환될 가능성에 대해 이야기한다. 즉 영세 자영업자들이 생존하고 번영할 수 있는 탈출구로서 사회적 경제(social economy)가 혹시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라는 꿈을 꾼다.

 

그렇지만 <골목 사장 분투기>의 맨 마지막에는 '사회적 기업'으로 지정되어 국가적 지원을 받는 영세 자영업자들이 그렇지 못한 보통의 영세 자영업자들의 몰락을 재촉하는 '불공정 경쟁자'가 되는 적나라한 현실에 관한 인터뷰 기사가 나온다. 결국 사회적 기업 또는 협동조합 역시 부분적 해법 밖에 안 된다는 것이다. 궁극적 해법은 역시 자영업 창업을 최대한으로 억제하는 것이고, 따라서 자영업 창업을 양산하는 명예퇴직과 정리 해고의 행렬(즉 죽음을 향한 행렬)을 그 시작 지점에서부터 차단시키는 일이다.

 

그런데 그러한 일이, 과연 저자가 이 책에서 자신에게 희망을 준다고 말하는 희망제작소와 같은 기존의 시민운동, 즉 신자유주의 및 금융 자본주의라는 틀을 인정하고, 더구나 필요에 따라 그것을 적절하게 활용하는 그런 차원의 운동, 다시 말해 "자본주의의 한 복판에서 비자본주의적 경제 생태계를 만들어보고자 하는" 그런 운동에 의해서 가능할까?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를 넘어서고자 하는 나로서는 저자의 견해에 대해 매우 회의적이다.

 

이 책의 내용과 논리 전개 방식에 대해 제기할 수 있는 이 모든 의문점과 논쟁점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훌륭한 책이다. 왜냐하면 저자 자신이 직접 수억 원의 돈을 들여, 게다가 수년간의 직접적인 힘든 삶과 고민을 엮어서 낸 매우 값비싼 체험기이기 때문이다.

 

 

<미디어 오늘>

 

“카페나 한번 해볼까, 그 무시무시한 도시괴담”

[서평] 골목사장 분투기 “말이 좋아 사장이지 인생 망치는 지름길이야”

 

홍대 앞, 목 좋은 곳에 자리 잡은 그럴 듯한 커피숍. 탤런트 한예슬이 모델인 카페베네 체인점이다. 3층 건물을 통째로 쓰는 이곳의 임대료는 월 2500만~3500만원 수준. 이 정도면 권리금만 3억~4억원, 인테리어 등 초기 투자 비용만 10억원에 이른다는 게 업계 상식이다. 이자를 연 5%로 잡으면 기회비용만 월 450만원인 셈이다. 대출을 받아서 사업을 시작했다면 기회비용은 더 불어난다.

 

넉넉히 잡아 주말에 600명 정도, 평일에는 200명 정도 손님을 받는다고 치면 월 5200만원 정도 매출이 나온다. 임대료를 최소 2500만원으로 잡고 아르바이트생 5명 시급 5000원씩에 매니저 한 명 인건비를 더하면 1100만원. 여기에 재료비가 780만원, 수도와 전기 등 제반 비용이 200만원, 시설 및 건물 유지비용을 50만원으로 잡으면 4630만원. 그럼 겨우 600만원이 남는다. 물론 적은 돈은 아니다.

 

그러나 생각해 보자. 10억원을 은행에 넣어두면 450만원을 벌 수 있는데 한 달 내내 일해서 150만원을 더 버는 셈이다. 문제는 이런 계산조차도 매우 낙관적인 가정에 기초하고 있다는 데 있다. 주말에 600명씩 찾는 커피숍이라면 대박을 넘어 초대박이라고 할 수 있는데 홍대 앞에 그런 가게는 거의 없다. 지금이라도 가게를 정리하면 권리금을 포함 7억~8억원 정도를 건질 수 있다는 게 부동산 중개업자의 설명이지만 그건 사실 미친 짓에 가깝다.

 

‘골목사장 분투기’는 경영 컨설턴트 출신으로 커피숍을 창업했다가 홀딱 말아먹은 강도현씨가 쓴 책이다. 강씨의 커피숍은 좀 더 규모가 작았다. 홍대 인근의 35평 2층 공간. 같은 크기로 1층에 얻으려면 임대료가 800만~1200만원에 이르지만 2층은 300만원 밖에 안 됐다. 그런데 여기에 보증금 이자와 관리비와 부가가치세를 더하면 400만원 가까이 된다. 처음 창업할 때는 몰랐지만 커피를 팔아 400만원을 번다는 게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강씨의 가게는 아메리카노 한 잔에 3500원, 객당 평균 매출은 4000원 정도였다. 100잔을 팔아야 40만원을 번다는 이야기인데 오전 11시부터 오후 11시까지 12시간 영업하는 카페가 세 번은 꽉 차야 그 정도 매출을 올릴 수 있다. 그런데 막상 가게를 열고 보니 금요일이나 토요일 정도에만 그것도 한 달에 두 번 정도만 겨우 30만원을 넘었다. 하루 평균 20만원도 쉽지 않은데 한 달이면 잘해봐야 600만~700만원 수준이다.

 

매출 700만원이면 임대료 400만원을 내고 아르바이트생 인건비가 150만원, 수도와 전기 등 공간 운영에 50만원, 원두와 음료 재료비가 150만원, 모두 더하면 비용이 680만원이 된다. 여기에는 물론 주인의 인건비는 포함돼 있지 않다. 한 달 내내 일해서 가져가는 돈이 한 푼도 없는 셈이다. 손님을 끌기 쉬운 1층에 가게를 낸다면? 매출을 1000만원 이상 끌어올려야 한다. 그게 가능할까. 홍대 정문 앞 300m 안에만 커피숍이 17개나 된다.

 

강씨의 충고와 조언은 냉정하다. “높은 임대료를 버티려면 규모의 경제를 이뤄서 상권을 독점 또는 과점해야 한다. 그러려면 초기에 대규모 자본이 소요된다. 독점의 필수 조건인 좋은 입지를 선정하기 위해서는 권리금을 엄청나게 지불해야 한다. 고작 퇴직금 2억~3억원을 들고 들어올 곳이 아니라는 이야기다. 홍대에 작은 커피숍이 있을 자리는 없다. 홍대 뿐만 아니라 메인 상권으로 불리는 곳 대부분이 마찬가지다. 몇 억 말아먹는 건 순식간이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일까. 일단 자영업자가 너무 많다. 우리나라 경제활동 인구 가운데 28.8%가 자영업자다. 소상공인의 57% 이상이 평균 순이익 100만원 이하고, 창업 후 2년 안에 50%가 폐업한다. 자영업자 중 80% 이상이 주말 없이 하루에 10시간 이상 일한다. 결국 이들은 업종을 바꾸게 되고 그때마다 빚을 내고 심지어 사채까지 쓰고 난 후, 개인회생이나 파산신청을 하게 된다. 이게 현실이다.

 

신사동 가로수길에서 피자 가게를 했던 라아무개 사장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주방 6평에 매장 6평인 공간이 월세가 180만원이나 했다. 2인용 테이블을 6개 꽉꽉 채워 장사를 했지만 공간이 좁다 보니 매출에 한계가 있었다. 주인과 쉐프, 아르바이트생 포함해서 3명의 직원이 화장실 갈 시간도 없이 계속 일을 했는데 결국 쉐프가 먼저 지쳐 떨어졌다. 월급을 올려준다고 해도 버틸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고 한다.

 

라 사장의 경우는 오히려 장사가 잘 돼서 망한 경우였다. 처음 6개월 동안 적자를 봤지만 이후 월 매출이 1000만원이 넘고 최고 1700만원까지 찍을 때도 있었다. 순이익이 500만~600만 정도 됐지만 오픈 발이 다하자 1000만원 수준으로 내려왔다. 초기 투자비용이 5000만원이었는데 그보다 넓은 곳으로 옮기려면 1억원 이상을 더 투자해야 한다. 중요한 것은 투자비용이 늘어날수록 당연히 리스크도 커진다는 사실이다.

 

라 사장의 피자 가게는 객당 단가가 8000원 정도였다. 원가 비율이 30%니까 350명까지는 임대료를 지불하는 데 나간다. 테이블이 6개니까 한 번 채우면 임대료, 한 번 더 채우면 인건비, 기타 제반 비용까지 생각하면 하루 네 번 회전을 해야 고정 비용을 뽑게 된다. 하루 종일 쉴 새 없이 일해도 남는 게 없는 시스템이다. 손님이 늘 가득 차고 가끔 줄 서서 기다리기도 했지만 결국 공간의 한계가 매출의 한계였던 셈이다.

 

골목마다 들어선 편의점들은 상황이 더욱 열악하다. 신촌에서 구두가게를 하다가 편의점으로 전업한 한 ‘사장님’의 사례를 보자. 편의점 컨설턴트라는 사람이 찾아와서 최소 수익금 500만원을 맞춰 줄 테니 편의점으로 바꾸라고 제안했다. 전체 수익의 35%를 본사가 갖고 65%를 점주가 갖는 시스템이었다. 2003년 편의점을 시작했을 때만 해도 본사에서 가져가고 남는 수익금이 월 1000만원이 넘었다고 한다.

 

“그런데 운영을 해보니까 임대료야 원래 내던 것이니 감안하고 있었는데 인건비도 임대료만큼 나가는 거야. 내가 잘 모르다 보니까 아르바이트를 3명 썼어. 24시간이니까 3교대로 10명 정도 쓴 거야. 전기세, 수도세, 이런 거 합쳐서 150만원 이상 나가고 각종 공과금과 세금, 시설 운영 등 돈 나가는 데 가 한두 군데가 아니잖아. 1000만원 수익을 올려도 이런 저런 비용으로 다 나가고 남는 게 하나도 없는 거야. 정말 한 푼도 안 남아.”

 

더 어처구니 없는 사건은 편의점 사업을 접으려고 했을 때 벌어졌다. 본사에서 위약금과 시설비, 인테리어비 등등 해서 1억500만원을 내놓으라고 했다. “계약서에 다 들어있었다는 거지. 너무 황당하잖아. 3년 동안 죽어라고 고생했는데 나한테 오히려 1억원을 물어내라니까. 그동안 35%씩 다 가져가놓고 말이야. 이런 저런 고민을 하다가 본사에 연락해서 사정했지 뭐. 그래서 본사에 현금으로 7000만원을 갖다 바쳤지. 그때 내 심정이 어땠겠어.”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프랜차이즈를 접고 구멍가게로 바꾸고 나자 바로 근처에 본사 직영점이 들어왔다. 본사 차원에서도 손해를 볼 게 뻔했지만 본보기를 삼으려는 비열한 보복이었다. 손해를 보면서 버티기를 2년, 본사 직원이 찾아와서 “사장님, 간판을 달아주시면 당장 철수하겠습니다” 그러더란다. 다시 프랜차이즈로 들어가봐야 상황이 달라질 건 아니고 결국 버텼더니 본사 직영점은 철수했고 지금은 그냥 구멍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상황이다.

 

일련의 사례들에서 발견되는 자영업의 몰락, 두 번째 이유는 높은 임대료다. “뼈 빠지게 일해서 임대료 내고 나면 남는 게 없다”는 푸념이 결코 과장이 아니다. 자영업을 하겠다는 사람들이 꾸역꾸역 밀려드니 장사가 안 되는데도 임대료가 떨어지지 않는 이해할 수 없는 상황도 벌어진다. 권리금을 덤터기 씌워 이익을 챙기는 성공사례도 없지는 않지만 이런 시스템이 수많은 피해자들을 만든다. 극단적인 사례가 용산 참사다.

 

일산의 핵심 상권에 자리잡은 10평짜리 샌드위치 가게가 있었다. 목이 좋은 곳인만큼 권리금이 1억2000만원이나 됐지만 버거킹과 맥도날드 인근이라 장사가 잘 안 됐다. 임대료가 월 180만원, 인건비 150만원, 기타 등등 비용을 더하면 연 매출 1억원이 돼야 월 150만원을 집에 가져갈 수 있다. 1년에 2만개의 샌드위치를 파는 게 가능할까. 10명이 겨우 앉을 수 있는 좁은 가게에서 날마다 55개를 팔아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아니나 다를까 이 가게는 1년 뒤 문을 닫았고 커피숍이 들어섰다. 권리금은 1억원으로 깎였다. 샌드위치 가게 주인이 큰 손실을 봤을 것으로 보인다. 2년 동안 2억원 정도 손해를 봤을 거라는 게 주변 사람들 이야기다. 안타깝지만 그 자리에 들어선 커피숍 역시 같은 운명을 맞게 될 가능성이 크다. 장사가 잘 되는 곳이 매물로 나올 리 없고 안 되는 곳에 들어가 성공하기가 쉬울 리 없다. 절망을 확대 재생산하는 구조다.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이후 15년, 신자유주의 구조조정 과정에서 노동시장에서 퇴출된 사람들이 선택할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이 창업이었다. 성공 신화를 꿈꾸는 수많은 자영업자들이 뒤늦게 깨닫는 건 어마어마한 임대료와 턱없이 낮은 서비스 요금, 최소한의 생존 조차 보장하지 못하는 열악한 수익구조다. 자영업 창업은 도시괴담이 되고 있다. 경제활동인구의 3분의 1이 자영업자인 이런 나라는 세상에 우리나라 밖에 없다.

 

강씨는 이 책에서 자영업자는 기업이 아니라 사람이라는 사실을 강조한다. 자영업의 위기는 사람의 위기다. 강씨는 “시장이라는 다소 기계적인 메커니즘을 통해 접근해야 할 필요도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자영업 대책은 복지 관점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노동자의 개념까지 나가지는 않지만 자영업자를 기업이나 자본가가 아니라 사람으로 봐야 한다는 접근 방식과 문제의식이 새롭다.

 

물론 대박을 터뜨리는 자영업자들도 있다. 이 책에 소개된 사례들이 커피숍이나 24시간 편의점, 소규모 요식업에 한정돼 있는 게 사실이지만 사실 대부분의 초보 자영업자들이 그나마 안정성을 고려해서 선택하는 게 이들 업종이다. 그리고 이들 가운데 대부분이 1년을 버티지 못하고 엄청난 빚더미와 함게 문을 닫는 게 현실이다. 먹는 장사가 남는 장사라는 옛말이 먹히지 않게 된 게 오래 전 일이지만 단 돈 몇 천만원으로 할 수 있는 일이 마땅치 않은 게 또 현실이다.

 

정신과 전문의인 안병은 수원시 자살예방센터 센터장의 조언도 의미 심장하다. “문제는 수익이 적다는 게 아니라 안정성이 없다는 거에요. 수익이 적으면 최소한의 안정성은 있어야 되는 게 투자의 기본이잖아요. 그런데 기대수익은 작으면서 위험 또한 크단 말이죠. 자영업자들은 이런 상황을 어떻게 느낄까요. 경쟁 자체가 공정하지 않다고 생각해요. 쉬운 말로 억울한 거에요. 결국 피해의식으로 발전할 수밖에 없거든요. 일을 하면서 정서적으로 안정이 돼야 하는데 계속 불안한 상태로 있는 거죠. 일에만 집중하지 못하고 자꾸 다른 것들을 하게 돼요. 투잡, 쓰리잡, 그럼 또 사업은 힘들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거죠. 정말 큰 문제는 이런 악순환이 가정의 붕괴로 이어진다는 건데요. 가장 중요한 것은 죽도록 힘든 상황까지는 가지 않도록 해야 해요. 자영업은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에요.”

 

골목사장 분투기 / 강도현 지음 / 인카운터 펴냄.

 

 

<주간경향>

 

건물주. 말 그대로 건물 주인이라는 뜻이다. 하지만 요새 대한민국에서 건물주는 단순한 주인이 아니다. 고객이 왕이라면 그 위에 있는 신이 바로 건물주다. 악성 고객은 쫓아내면 그만이지만, 악덕 건물주는 마음대로 바꿀 수조차 없다. “건물이 아니라 스트릿을 가지고 계시냐”는 드라마 대사가 버젓이 방영되는 세상이니 아빠 건물, 엄마 건물은 귀여울 지경이다.

 

얼마 전 ‘자영업자 최대의 위기는 바로 건물주 아들의 군 제대, 딸의 조기 귀국, 사위의 사업 실패와 함께 시작된다’는 트윗이 폭풍 RT을 일으키며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장사하는 입장에서 “이봐, 김 사장. 우리 아들이 뭐 좀 해보겠다는데 이제 그만 나가줬으면 좋겠어”라는 말보다 무서운 말이 또 있을까?

 

이런 건물주들의 마음을 헤아렸는지 아예 본사가 직접 위탁경영을 맡긴다고 홍보하는 커피전문점 프랜차이즈도 등장했다. 건물주에게 매장 자리만 제공받은 뒤 매장 운영에 대한 모든 걸 대행해준다는 것. 목 좋은 상권에 자리한 건물은 커피점 운영을 통해 더 큰 수익 창출이 가능하다는 것이 업체의 설명이다. 이렇다보니 좋은 상권 요지의 빌딩 1층을 차지한 커피 프랜차이즈는 건물주이거나 건물주의 자녀 것이라는 분석은 꽤나 설득력 있다. 안 그러면 천정부지로 솟아오른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하고 진작에 장사를 접어야 할 테니…. 자영업의 성공비결은 정확한 상권 분석과 경영혁신이 아니라 본인이 건물주여야, 그것도 빚 없는 건물주여야 한다는 농담은 말 그대로 ‘웃프다’(웃기다와 슬프다를 합성한 신조어).

 

이 시대의 슈퍼 갑(甲) 건물주의 횡포는 다양하다. 잘되는 가게 내쫓은 다음 똑같은 가게 차리기, 철마다 혹은 해마다 임대료 및 보증금 올리기, 마음에 안 들면 재계약 안 해준다고 협박하기, 재계약할 때 시설물 보수공사 요구하기, 세금계산서 금액 바꾸기 등등 흥부가에서 놀부의 만행을 노래하는 대목처럼 느껴질 정도다. 하지만 사장님들이 이런 횡포에 대응할 수 있는 방법은 거의 없다. 그저 로또 추첨처럼 마음 좋은 건물주를 만나길 기도할 수밖에.

 

임대료 폭등은 건물주 중계인 합작품

게다가 부동산 중개인들도 사장님들의 편이 아니다. 임대인은 계속 바뀌지만, 건물주는 바뀌지 않고 권리금이나 보증금이 올라갈수록 수수료가 높아지니 당연하다. 세입자가 성공해야 건물의 가치가 높아지므로, 장사가 좀 된다 싶으면 ‘어떻게 임대료를 올릴까’부터 생각하는 건물주와 이를 방조하는 부동산 중개업자의 합작품이 바로 지금의 임대료 폭등인 것이다. 선대인 선대인경제연구소장은 부동산 임대료가 100만원 오를 때마다 알바 일자리 하나가 사라지거나 최저임금도 지키지 않게 된다며, 부동산값이 오르면 사람값이 떨어지는 이유를 설명한 바 있다. 높은 임대료 때문에 사장님도 결국 알바랑 비슷한 시급을 받게 되고, 사장님이 힘드니 알바생들 사정이 좋을 리 없다.

 

보증금, 임대료, 권리금은 좋은 상권일수록 비싸고, 초기자본이 적어 목 좋은 상권에 진입하지 못하면 장사가 안 된다. 임대료나 권리금이 비싸면 그만큼 리스크가 커지는데, 리스크를 감수하고 얻은 좋은 입지가 성공을 의미하는 것은 또 아니다. <골목사장 분투기>의 저자 강도현씨는 크고 입지 좋은 공간을 무턱대고 건물주가 요구하는 임대료와 기존 매장 운영자가 요구하는 권리금을 다 내고서 시작했다면 망할 가능성은 80%라고 지적한다. 자영업 폐업 비율과 정확히 맞아떨어지는 비율이다. 그나마 은행빚이라면 낫다. 카드빚과 사채를 쓰기 시작하는 순간 이 3대 위기는 걷잡을 수 없는 상황으로 추락한다.

 

높은 임대료와 빚, 재벌의 골목상권 침범, 고물가와 경제위기에 짓눌린 영세자영업자들의 현실은 갈수록 막막해져가고 있다. 이 막막한 현실은 통계로도 확인된다. 2011년에 자영업자 6명 중 1명이 문을 닫았고, 창업 후 절반가량은 3년 안에 휴업하거나 폐업하며, 10년 이상 장사를 한 자영업자의 70%가 창업 당시 빌린 돈을 갚지 못했다. 가계부채에도 잡히지 않지만 사실상의 가계부채인 자영업자 부채는 430조원에 달한다. 이마저도 지난 3월 말 기준 통계인데, 작년 1월보다 16.9%나 급증했다. 자영업자 가구당 부채는 9500만원. 임금근로자 가구당 부채인 4600만원의 두 배 이상이다.

 

자영업자에게 없는 세 가지는 바로 휴일과 육아시간, 노동대책이며 자영업자의 3대 위기는 임대료, 월급, 카드빚이라는 말은 무시무시하지만 정확하고 현실적인 진단이다. 휴일도 없이 하루 12시간 이상씩 일하다 보니 가정을 챙길 시간도 거의 없다. 가장 부담스러운 지출항목인 인건비를 아끼기 위해서 가족 모두 장사에 매달린다. 중노동에 시달리며 가족 모두 함께 버는데 소득은 점점 줄어만 가니 가정이 화목할 리 없다. 같이 장사를 할 수 없는 어린 자녀를 둔 경우 자녀의 육아나 교육에 소홀해지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망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지만, 살아남을 방법은커녕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위기의 상황인 것이다.

 

자영업자 부채 임금근로자의 두 배 이상

사정이 이런데도 정부는 낮아진 실업률을 ‘고용 대박’이라고 환호하는가 하면, 창업비용을 지원해 취직 대신 창업을 독려하고, 프랜차이즈 박람회를 고용대책이라고 내놓는 우를 범하고 있다. 임대료 인상을 방지하기 위해 조정위원회를 설치하겠다는 대선후보의 공약도 약하기는 마찬가지다. 경제활동 인구의 29%를 차지하는 718만 자영업자들의 고통을 언제까지 방치할 것인가. 부모세대는 은퇴 후 노후대책으로, 자녀세대는 취직 대신 가게를 열 수밖에 없는 구조와 현실을 정확히 인식하고 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

 

 

2000년을 강타했던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는 경제위기를 거치며 ‘건물주 아빠, 사장님 아빠’로 옷을 갈아입었다. 12년 전 가난한 아빠들에게는 ‘10년 동안 10억 모으기’로 대표되는 재테크가 해법으로 제시되었지만, 무늬만 사장님인 이 아빠들은 어떻게 해야 망하거나 죽지 않고 살아남을 수 있을까. 이 엄혹한 경제 저성장의 시대에.

 

(제목은 이지민 씨의 소설집 제목 ‘망하거나 죽지 않고 살 수 있겠니’를 인용한 것입니다.)

 

정지은 <문화평론가>

 

 

<한국경제신문>

 

◇골목사장 분투기=외국계 헤지펀드에서 파생상품 트레이더로 일하며 억대 연봉을 받았던 저자가 소셜카페 운영 경험을 토대로 쓴 대한민국 자영업 리포트. 커피를 아무리 많이 팔아도 돈을 남길 수 없는 카페 운영 실태 등 장사를 하다가 망한 자영업자들의 얘기를 담았다. 법으로 보호받지 못하는 권리금과 수익 이상을 요구하는 임대료 계산법 등 망해봐야 알 수 있는 얘기들이 가득하다. 저자는 “자영업 생태계는 붕괴된 지 오래지만 이를 알면서도 뛰어들 수밖에 없는 게 자영업자의 비극”이라며 “정부는 카드수수료 인하, 임대료 대책, 프랜차이즈 규제 등 실효성 있는 정책을 내놔야 한다”고 주장한다. (강도현 지음, 인카운터, 208쪽, 1만2000원)

 

 

<매일경제신문>

 

◆ 골목사장 분투기 / 강도현 지음

서울 홍대 앞에서 카페를 경영하다 망해본 저자가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골목상권의 암울한 문제를 진솔하게 풀어냈다. 북인더갭 펴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