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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완성/책 소개'에 해당되는 글 1

  1. 2015.04.01 로베르트 무질의 대표 단편

로베르트 무질의 대표 단편

2015.04.01 18:22 | Posted by 북인더갭

제임스 조이스, 마르셀 프루스트와 함께 모더니즘의 3대 거장이라 불리는 오스트리아 작가 로베르트 무질의 소설집 사랑의 완성이 출간되었다. 지난 세기 가장 중요한 독일어권 작가 중 하나로 꼽히는 무질은 평생의 미완성 역작 특성 없는 남자외에도 여러 중단편을 남겼다. 이번 작품집은 그중 대표작인 지빠귀」 『세 여인』 「사랑의 완성」 『생전의 유고등을 모두 수록했다. 특히 사랑의 완성생전의 유고는 국내에서 초역되는 작품이며 무질의 대표 중단편을 한곳에 모아 출간한 것 역시 이번이 처음이다.

 

다른 도덕을 향한 모험

무질이 생도 퇴를레스의 혼란으로 등단한 이후 펴낸 주요 소설집은 합일(1911) 세 여인(1924) 생전의 유고(1936) 등 총 3권이다. 이중 세 여인지빠귀는 한국에서도 소개된 바가 있지만 합일에 실린 중편 사랑의 완성생전의 유고에 수록된 짧은 소설들은 이번에 처음 한국 독자들에게 선보이는 작품이다.

이미 한국에서도 번역, 출간중인 특성 없는 남자에서도 드러나듯이, 무질의 작품은 파격적인 소재, 사유에 바탕을 둔 서사구조, 도발적인 주제의식으로 독자들을 사로잡았다. 특히 무질의 소설은 부르주아의 상식에 맞서는 도덕적 실험을 시도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른바 생도 퇴를레스의 혼란특성 없는 남자의 동성애, 범죄, 근친애 같은 파격적 소재는 작가의 중단편에서도 꾸준히 관찰되는데 표제작 사랑의 완성에서는 그것이 여성의 성적 모험이라는 주제로 다뤄지고 있다.

사랑의 완성은 이번 작품집에서도 가장 파격적이면서도 실험적인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사실 이 작품이 발표될 당시 평단의 반응은 그리 좋지 못했다고 한다. 그때까지만 해도 전통적인 서사에 익숙했던 평자들이 입을 모아 하는 말은 난해하다는 것뿐이었다. 그러나 후에 이 작품은 20세기 독문학을 통해 가장 난해하지만 또한 가장 독특하고 뜻깊은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이 작품의 줄거리는 아주 단순하다. 한 여인이 잠시 남편을 떠나 여행을 하던 중 자신을 유혹하는 남자를 만나 부정에 빠지게 되지만 결국 남편에 대한 완전한 사랑에 도달한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소설에서 부정한 여행에 흔하기 마련인 육체적인 관계에 대한 묘사는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 남자의 유혹과 그에 따른 갈등, 번민, 욕망 등은 철저히 여자의 내면에서 영혼의 움직임으로만 서술된다. 주인공의 자아는 끊임없이 해체되며 꿈결 같은 내면의 울림에 빠져든다. 결국 이 소설에서 중요한 것은 다른 도덕을 향한 모험이며 법적·도덕적·사회적 규범으로는 도저히 규정될 수 없는 인간 내면을 들여다보는 것이다. 소설은 이성의 상실이라는 세기말 빈의 분위기, 또한 그곳에서 탄생한 심리학의 깊이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현대소설의 새로운 실험적 경향을 대변하고 있다.

전통적인 서사를 파괴하면서 인간 내면의 구조를 들여다본 실험적 소설이 사랑의 완성이라면, 세 여인은 전통 서사로 회귀한 듯한 느낌을 준다. 인간의 심리묘사는 대폭 줄어들고 서사는 사건의 흐름을 따라 진행된다. 그 덕분에 세 편의 단편으로 구성된 세 여인은 무질의 소설 중 비교적 이해하기 쉽고 그만큼 대중적인 사랑을 받는 작품이다. 하지만 서사 형식이 변했다고 해서 주제가 크게 달라진 것은 아니다.

 

유럽의 영혼이 도달한 막다른 골목

각기 다른 시공간에 거주하는 세 여인 그리지아」 「포르투갈 여인」 「통카를 제목으로 내세웠지만 사실상의 주인공은 이들과 관계를 맺는 남성들, 즉 호모와 케텐의 영주, 그리고 통카의 연인인 이다. 사랑의 완성의 여주인공 클라우디네가 그렇듯이 이들은 각자의 파트너를 통해 다른 상태에 이르고자 한다. 다른 점이 있다면, 이들은 결코 클라우디네와 같은 내면적 합일에 이르지 못한 채 처절하게 좌절한다는 것이다.

그리지아에서 지질학자인 호모는 가족을 팽개치고 금광 개발사업을 위해 먼 변방으로 떠난다. 이곳에서 그는 마치 자연의 화신과 같은 시골 여인 그리지아를 만나 사랑을 나누고 처음으로 자신의 삶에서 싱싱한 생명력을 느낀다. 그러나 결국 그는 그리지아의 남편에 의해 폐광에 갇혀 죽음을 기다리는 신세가 된다. 통카의 주인공 남자는 시민계급 출신으로 미래가 촉망받는 화학자지만 도시빈민 출신의 노동자 통카를 선택한다. 그에게 통카는 하나의 신비로운 타자이자 어머니의 속물적 세계에 저항하게 해주는 매개자였다. 그러나 과학적으로는 설명하기 힘든 통카의 임신과 성병이 발견되면서 그는 연인의 죽음을 끝까지 방치하고 만다. 포르투갈 여인의 케텐 영주 역시 아내에 대한 망상적 질투에 사로잡혀 자신을 억누르지 못하는 남자에 불과하다. 이들 남자들이 의미하는 바에 대해서는 여러 해석이 가능할 것이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이들이 막다른 골목에 다다른 유럽의 영혼을 상징한다는 점이다. 남자들은 신화적이고 동화적이며 신비한 타자로 다가온 여인들을 제대로 이해하지도, 받아들이지도 못한다. 만약 이들 유럽인들이 다른 도덕의 세계를 제대로 실현했다면, 전쟁과 학살로 이어진 유럽의 야만적인 길도 우회로를 찾을 수 있었을지 모른다.

비록 무질이 유럽의 정치적 상황에 대해서 직접적 언급을 피하긴 했지만, 그의 소설이 유럽으로 대변되는 서구적 상황에 대한 비판적 언급을 담고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이는 신문에 연재된 짧은 이야기들을 모은 생전의 유고에도 드러난다. 겉으로 보기에 이 이야기들은 그저 우화적으로 씌어진 아주 사소한 에피소드처럼 보인다. 그러나 그 안을 들여다보면 무질이 의도한 바가 그리 만만치 않음을 읽어낼 수 있다. 가령 ()도 웃을 수 있을까?에서 (전쟁) 뒤로 말은 더이상 웃지 않았던 것 같다는 문장에서 우리는 말의 웃음조차 멈추게 한 끔찍한 전쟁체험을 서늘하게 감지한다. 파리잡이 끈끈이역시 그저 어리석게 죽어가는 파리의 모습을 우스꽝스럽게 묘사한 것이 아니라, 그처럼 현대라는 끈끈이에 매달려 벗어나지 못하는 유럽인 전체를 풍자한 것으로 봐야 한다. 이런 촌철살인의 비판정신은 카프카의 짧은 소설들에 비견해서도 뒤지지 않는다.

생전의 유고에 실린 단편 지빠귀는 여러모로 무질 소설의 모든 특징을 압축해놓은 듯한 수작이다. 동화적이고 환상적인 설정, ‘다른 상태를 향한 주인공의 모험은 아름답기까지 하지만, 그 속에는 전투기에서 떨어지는 화살 아래서 꼼짝하지 못하는 현대의 무기력한 상황이 수시로 목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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