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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스크로 가는 기차/추천의 말

삶의 난폭한 구절마다 달려오던 기차

by 북인더갭 2010. 11. 27.

 

내가 최초로 곰스크를 알게 되었을 때
나는 이십대의 벼랑에 매달려 있었다.
겁도 없이 곰스크,라고 발음하며
조금은 짓궂은 마음으로 타인의 표정을 살피던 시절이었다.
누구는 곰스크를 지상에 존재하지 않는 유토피아라 했고
누구는 말하지 못한 꿈이라 했으며
또 누구는 아무말 없이 슬픈 미소를 지었지만,
곰스크를 모르는 사람은 없었다.
내게 곰스크는 곰스크 그 자체인 동시에
현재진행형으로 달려가는 기차였고 거대한 물음표였다.
수시로 행방불명이었으나 삶의 난폭한 구절마다
기적소리를 내며 달려오곤 했다.
어두운 다락방에 숨어 또다시 멀어지는 기차를 바라보며
나는 생각한다. 발목을 잡는 건 행복해지려고,
최소한 불행해지진 않으려고 시작한 일들이었다고.
그리고 상처가 되는 건 아마도 사랑이나 꿈이 저지른 짓들이리라.

황경신_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