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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소설 덕후극_미들마치_19_66-69장 미들마치에도 한량들이 모이는 ‘그린 드래건’이라는 펍이 있다. 부부싸움에 빡친 리드게이트가 바로 이곳에서 당구 큐대를 휘날리고 있다. 비참하면 타락하는 것도 한순간이다. 말이 좋아 내기당구지 도박이다. 순간의 위안을 위해 아편도 몇 번 했다. 가진 것 없는 사람이 한몫 잡으려면 도박 말고 뭐가 있겠나. 의사로서 이상을 품고 사회 복지의 발전을 위해 매진하던 리드게이트의 모습은 급격하게 퇴색했다. 지금 내 꼴은 이게 뭐지, 정말 미들마치를 떠날까? 근데 병원 영업권을 살 사람이 있을까, 여기서 다 포기해야 하나?… 골머리를 썩다가 리드게이트는 은행가 벌스트로드를 떠올린다. 정확히 말하자면, 벌스트로드가 소유한 돈이 떠오른다. 돈은 얼마나 유용하고도 사악한 해결책인가. 과거의 지은 죄로 자괴감과 죄책감, 우.. 2024. 3. 28.
고전소설 덕후극_미들마치_18_63-65장 작가 조지 엘리엇은 윌을 멀리 떠나보내고, 도로시아도 요크셔 지방으로 땅을 알아보게끔 떠나보낸다. 그러곤 로저먼드와 리드게이트의 ‘쩐의 전쟁’에 다시금 초점을 맞춘다. (16화에서 이들은 이미 1차전을 치렀다) “하인은 한 사람만 두고 긴축된 생활을 합시다. 왕진용 말도 한 필로 참읍시다.” “소원이시라면 다른 하녀들도 해고하시죠.” “우리는 서로 사랑했기 때문에 결혼했어요. 그렇다면 사태가 잘 풀릴 때까지 어떻게 해나가지 못할 것도 없을 거요. 자, 그 일 그만두고 이리 와요.” 급화해 모드. 남편은 아내를 무릎에 앉힌다. (이해가 안 되는 장면. 싸우다말고 뭐하는 거임? 어이가 없네???) ‘여성은 연약한 것이어서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균형이 깨지기 쉽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었기 때문이리라.’(10.. 2024. 3. 25.
고전소설 덕후극_미들마치_17_60-62장 그 시절 미들마치에선 경매가 일종의 축제였다. (우리 문화로 치면 장날이라고나 할까^^) 대지주 중 한 사람인 라처 씨의 가구, 서적, 그림 등이 지역주민을 위한 경매에 나왔다. “혹시 어머니 성함이 새러 던커크 씨죠?” 그런데 붐비는 경매장에서 누군가 윌 레이디슬로에게 말을 건다. “네, 맞습니다. 그것이 어떻다는 겁니까?” 심사가 뒤숭숭한 윌이 바로 받아쳤다. 말을 건 사람은 다름 아닌 래플스. 빌런이 돌아온 것이다. 그러니까 15화에서 언급됐던 ‘새러’라는 이름은 윌 레이디슬로의 엄마 이름이었다. “언짢게 생각지 말게. 자네 어머니가 생각났을 뿐이야… 처녀 시절의 어머니를 알고 있어서 말이야. 하지만 자네는 아버지를 닮았어.”(1033쪽) 너의 어머니 집안은 도둑 장사 집안이야, 전당포 사업이라 알.. 2024. 3. 22.
고전소설 덕후극_미들마치_16_55-59장 “듣자니까, 리드게이트는 일이 잘 풀리지 않아서 빚을 진 모양이야. 조만간 로저먼드가 찾아올 테지.(964쪽) 빈시 씨는 딸과 사위를 생각하며 한숨을 쉰다. 커소번 신부가 죽으면서 이제부터 소설의 무게중심은 리드게이트와 로저먼드에게로 옮겨진다. 또한 뭔가 과거가 있을 것 같은 은행가 벌스트로드도 정체를 드러내기 시작한다. 리드게이트의 사촌인 젊은 대위가 신혼집을 방문했다. 남성 편력이 있는 로저먼드는 아주 살판이 났다. 남편이 만류했는데도 로저먼드는 뜻을 굽히지 않는다. “하지만 여보, 집 안에 있어도 사고가 안 일어나란 법은 없잖아요.” (로저먼드 왜케 고집이지?) “당신 일에 관해 판단을 내리는 건 내 역할이야.” (이런 태도로 나올 줄 알았어. 리드게이트는 대화법부터 배우고 결혼을 했어야 함) 이렇.. 2024. 3. 12.
고전소설 덕후극_미들마치_15_51-54장 얼그레이 가향차로 더 유명한 찰스 그레이 백작은 1830년 영국 총리직에 오른다. 1832년, 그는 선거구를 조정하고 중산층, 상인에게까지 선거권을 확대시키는 첫 선거개혁법을 단행한다.(The Reform Act 1832) 소설에도 일명 ‘10파운드 세대주안’이라는 용어가 나오는데, 이는 연 임대료가 10파운드 이상인 세대주나 그에 준하는 주택을 소유한 자에게 선거권을 확대한다는 내용이다.(846쪽) 치사한 ‘개혁’이 아닐 수 없다. 여성이나 노동자 계급에게 선거권이란 아직 먼 이야기다. (선거권에 대한 추가 배경설명은 10화의 내용을 참조하길 바람. 1903년에 여성 참정권에 인생을 바친 우리의 에멀린 팽크허스트가 등장하고, 1928년에야 보통선거가 이뤄짐) 이러한 와중에, 후보자 추천일을 앞두고 브룩.. 2024. 3. 11.
고전소설 덕후극_미들마치_14_49-50장 대답하러 왔다니까요, 자 어서 일어나세요, 여보! 도도는 머리맡에 있는 사람을 붙잡고 애원했다. 남편에게 말씀 좀 전해주세요, 제가 다 설명하겠어요… 그러나, 커소번은 영원히 움직이지 않았다, 영원히. 도로시아의 제부 제임스 체텀 경은 그 누구보다도 흥분한 상태다. “처형은 이미 주위 사람의 부주의로 희생이 되었다는 사실입니다. 이번만큼은 제가 처형을 지키기 위해서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할 겁니다.”(824쪽) 남편은 석조 테이블에 엎드린 채 죽었다. 남편이 사라진 자리에 나타난 친족 성인 남성 제임스 체텀 경. 패밀리로서 처형의 명예를 위해 애쓰겠다는 그의 마음은 알겠다. 그런데 이 남자 때문에 도로시아의 운신의 폭이 좁아질 수 있겠다는 불안이 격하게 몰려온다. 물론 선의로 시작하는 마음을 모르는 .. 2024. 3. 5.
고전소설 덕후극_미들마치_13_48장 도로시아의 마음도 편치 않았다. 윌과 인사도 제대로 못한 것도 그렇지만, 남편의 태도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 예배당에 온 조카를 보고도 아무 말 없이 지나쳐버리다니. 남편의 매정함에 더욱 놀란 것이다. 도도는 이제 무력함마저 느꼈다. 그날 밤, 도로시아는 얼핏 잠에서 깼다. 둘러보니 난로 옆 두 자루 촛불 사이에 남편이 앉아 있다. 놀란 도도는 어디가 불편하냐고 묻는다. 남편은 그냥 잠에서 깼다고 대답한다. 한 시간가량 책을 읽다가 부부는 다시 잠자리에 든다. “잠들기 전에 부탁할 일이 있소.” 도로시아는 두렵다. 남편은 무슨 말을 하려는 걸까. 내게 무엇을 부탁하려는 걸까. “내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일은 피하고, 내가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는 일을 해줄 것인가를 알고 싶소.”(809쪽) 더 무거운.. 2024. 3.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