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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소설 덕후극_미들마치_11_39-41장 도로시아는 제부 체텀 경의 제안으로 큰아버지를 만난다. 농지 경영에 선한 비전과 계획을 품고 있는 도도만이 브룩 씨를 움직일 수 있다고 체텀 경은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미 첫 회에서 말했지만, 도로시아는 농가 설계도까지 그려가며 쾌적한 농가를 꿈꾸던 사람이다) 마침, 그 시간 큰아버지 댁엔 윌 레이디슬로도 와 있다. “남편을 책 속에 내버려 두고 왔단 말이지. 그러는 게 좋아. 넌 여자니까 너무 유식해져도 곤란해.” 브룩 씨는 말 한마디를 해도 차별대마왕답게 한다. 굴하지 않고 도로시아는 큰아버지를 향해 단호하게 말한다. “킷다운스 말인데요, 아이들이 일곱이나 되는데 거실 하나와 이 테이블 크기 정도밖에 안 되는 침실 하나뿐인 집에서 살고 있어요. 큰아버지는 국민의 향상을 도모하는 의원으로서 국회에 출.. 2024. 2. 26.
고전소설 덕후극_미들마치_10_37-38장 이즈음 해서, 소설 속 영국의 사회상을 간략히 살펴본 후 스토리로 돌아가도록 하자. 가톨릭교도들은 공직에도 나갈 수 없었던 법안이 폐지(1828)되고, 조지4세는 치세 말 가톨릭 신자 해방안을 통과시킨 다음해 사망했다.(1830) 그를 이어 동생 윌리엄 4세가 영국의 왕이 되었다. 18세기 산업혁명으로 새로운 공업도시가 생겨나고, 농촌 인구는 도시로 날마다 이동 중이었다. 당연히 농촌에서는 주민 상당수가 사라진 선거구가 여기저기서 속출하는 상황. 그런데 주민이 줄어든 지역구라도 국회의원은 전과 똑같은 수로 선출되니 공업도시의 시민들은 저항하지 않을 수가 없다. 경제적으로나 인구수로나 꾸준히 세를 불려온 그들은 늘어난 인구수에 맞춰 대표를 선출하지 못하는 상황에 제동을 걸었다. 선거법을 개정합시다, 그래서.. 2024. 2. 20.
고전소설 덕후극_미들마치_09_34-36장 페더스톤 노인은 그렇게 갔다, 옆에 있는 사람을 마지막까지 괴롭히면서. 장례식 조문객들 중 슬퍼 보이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런데 갑자기, 구경하던 캐드월러더 부인이 행렬 가운데 지나가는 누군가를 가리키며 텐션 높게도 소리친다. “저기 낯선 사람이 있군요! 작고 동그란 얼굴에 눈이 툭 튀어나와서, 개구리 같네…”(555쪽) (장례식에 나타난 낯선 사람이라... 더군다나 고인은 부자가 아니었던가) 도도의 동생 실리아도 호기심에 창밖을 바라보았다. 그러다 놀란 음성으로 소리쳤다. “세상에, 도도 언니, 레이디슬로 씨가 다시 왔는데도 언니는 아무 말도 안 했잖아.” 얼굴이 새빨개진 도도, 얼굴이 굳어버린 커소번. 그때 큰아버지 브룩 씨가 껴든다. “그래, 나랑 같이 왔다. (…커소번을 향해) 자네가 건강이 .. 2024. 2. 19.
고전소설 덕후극_미들마치_08_31-33장 로저먼드는 자체발광이랄까. 미들마치 안에서는 로저먼드의 일거수일투족이 다 화제였다. 그런데 마침 의사 리드게이트가 그녀의 오빠 프레드의 전염병으로 그 집안을 들락거리게 되었으니 말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이만한 건수는 없었다. 로저먼드의 고모 해리엇(은행가 벌스트로드의 부인)도 소문을 들었다. 빈시 씨의 여동생은 조카의 앞날이 걱정되기도 했지만 사실을 확인하고도 싶었다. “도저히 믿어지지 않는 일이야. 네가 나도 모르는 사이에 약혼을 하다니.”(504쪽) “약혼 같은 것 하지 않았어요, 고모님.” “숨기지 말고 말해다오, 로저먼드, 리드게이트 씨가 실제로 청혼을 하던?” 청혼, 이란 말 앞에서 한없이 작아지는 로저먼드. “넌 짝사랑하고 있구나.” 단칼에 로저먼드에게 굴욕감을 선사한 고모님은 이번에는 리드게이.. 2024. 2. 13.
고전소설 덕후극_미들마치_07_28-30장 눈 내리는 1월의 어느 날, 부부는 반년에 가까운 신혼여행을 마치고 돌아왔다. 새신부 도로시아는 자신의 내실에서도 묘한 위축감을 느낀다. 창밖의 풍경 또한 눈으로 덮인 창백한 언덕뿐. 부부가 되어 수많은 이야기를 나누며 저 언덕을 함께 산책하리라 소망했던 도로시아는 차마 창밖을 내다보기조차 힘들다. 그런데 그 방에서 도로시아를 위로하는 초상화 속의 한 여인. 여자의 얼굴은 매우 섬세하다. 하지만 표정은 고집스럽다. 그리고 어딘가 친밀하다. “그것은 그녀의 소리를 들어줄 귀가 있고, 또 그것을 응시하는 그녀의 마음을 헤아려줄 것만 같았다. (…) 화면의 색이 짙어지고 입술과 턱이 커지면서 머리털과 눈은 빛을 떨칠 것만 같았다. 그것은 남자 얼굴로 바뀌어 뚫어지도록 그녀를 응시하며 환하게 웃었다.”(468쪽.. 2024. 2. 13.
고전소설 덕후극_미들마치_06_23-27장 소설의 배경은 로마를 떠나 다시 미들마치로 돌아왔다. ‘내게는 이모부한테서 받을 것이 있다. 운이 트이는 것이다’ 낙천남 프레드 빈시의 착각타령 또 시작이요~~ 대책 없는 이 친구는 160파운드의 빚더미 속에서 골몰하고 있다. 그런데 철딱서니가 빚쟁이에게 써준 160파운드의 어음에 누구의 서명을 받았느냐 하면, 지가 그렇게 좋다고 들이대는 메리 가스의 아빠, 즉 장인이 될 지도 모를 케일러브 가스 씨의 명의를 빌려 서명했다는 사실. 노브레인이 확실하다. 메리의 아버지 케일러브 가스 씨야말로 속이 좋아도 너무 좋아 상대방을 의심할 줄도 모르는 인물이다. 성실하기만 하고 싫은 소리도 못해 곧이곧대로 상대방을 믿어주는 사람. 가세가 기울어 이팔청춘 큰딸을 고약한 페더스톤의 간병인으로 보내놓고도 아직도 이렇게 .. 2024. 2. 6.
고전소설 덕후극_미들마치_05_20-22장 로마의 시스티나 거리. 커소번부인은 울고 있다. 신혼여행지 로마가 갑자기 폐허로 변해버린 것만 같다. 구혼의 시기는 짧았다. 몇 번의 방문과 편지로 그들은 결혼에 이르렀다. 이 무거운 짐, 이 숨막히는 외로움, 이 밀려오는 공포와 혼돈은 무엇일까. 커소번부인은 울고 있다. 결혼과 함께 미로에 빠진 듯한 이 느낌은 무엇일까. 남편의 정신에서 더 깊은 것을 배우리라 상상했던 새신부에게 닥쳐온 이 정체 모를 분노는 무엇일까. 높이 쌓아올린 지식의 소유자인 남편과 대화할 때마다 왜 우울해지는가. 남편을 따라가면 넓은 벌판에 이르리라 예상했던 새신부 앞의 짙은 어둠은 왜 이토록 집요한가. “당신이 늘 말씀하시던 그 몇 권이나 되는 주主를 이번에는 하지 않으실 건가요? 그 주의 어느 부분을 이용하실 건지 그걸 정하.. 2024. 2. 5.
고전소설 덕후극_미들마치_04_16-19장 신혼부부는 로마로 허니문여행을 보내놓고, 조지 엘리엇은 서브 스토리에 해당하는 미들마치 지역의 으로 독자들을 안내한다. 이 에피소드를 통해 주변 인물들의 개성을 더 깊게 보여준다. (도로시아와 커소번은 잠시 잊어도 됨) 먼저, 빈시 씨 댁 만찬에 참석한 의사 리드게이트. 그 자리엔 미들마치의 상류층들이 꽤 모였다. 누구에게 투표하느냐에 따라 자신의 병원 개혁에도 영향이 있기에 리드게이트는 고민 중이다. 리드게이트는 개인적으로 페어브라더 신부를 좋아한다. 교리뿐인 설교를 반복하는 타이크 신부보다 전반적으로 평도 좋다. 서재엔 ‘알코올에 절인 해충과 청파리와 나방으로 가득한 서랍들뿐’인 오타쿠 신부이지만 페어브라더 신부는 솔직하고 담백하다. 이제껏 병원에서 무료로 일했던 전임자이기도 하다. 그런데 돈 좀 있.. 2024. 2.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