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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소설 덕후극_미들마치_08_31-33장 로저먼드는 자체발광이랄까. 미들마치 안에서는 로저먼드의 일거수일투족이 다 화제였다. 그런데 마침 의사 리드게이트가 그녀의 오빠 프레드의 전염병으로 그 집안을 들락거리게 되었으니 말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이만한 건수는 없었다.  로저먼드의 고모 해리엇(은행가 벌스트로드의 부인)도 소문을 들었다. 빈시 씨의 여동생은 조카의 앞날이 걱정되기도 했지만 사실을 확인하고도 싶었다. “도저히 믿어지지 않는 일이야. 네가 나도 모르는 사이에 약혼을 하다니.”(504쪽) “약혼 같은 것 하지 않았어요, 고모님.” “숨기지 말고 말해다오, 로저먼드, 리드게이트 씨가 실제로 청혼을 하던?” 청혼, 이란 말 앞에서 한없이 작아지는 로저먼드.  “넌 짝사랑하고 있구나.” 단칼에 로저먼드에게 굴욕감.. 2024. 2. 13.
고전소설 덕후극_미들마치_07_28-30장 눈 내리는 1월의 어느 날, 부부는 반년에 가까운 신혼여행을 마치고 돌아왔다. 새신부 도로시아는 자신의 내실에서도 묘한 위축감을 느낀다. 창밖의 풍경 또한 눈으로 덮인 창백한 언덕뿐. 부부가 되어 수많은 이야기를 나누며 저 언덕을 함께 산책하리라 소망했던 도로시아는 차마 창밖을 내다보기조차 힘들다.  그런데 그 방에서 도로시아를 위로하는 초상화 속의 한 여인. 여자의 얼굴은 매우 섬세하다. 하지만 표정은 고집스럽다. 그리고 어딘가 친밀하다.  “그것은 그녀의 소리를 들어줄 귀가 있고, 또 그것을 응시하는 그녀의 마음을 헤아려줄 것만 같았다. (…) 화면의 색이 짙어지고 입술과 턱이 커지면서 머리털과 눈은 빛을 떨칠 것만 같았다. 그것은 남자 얼굴로 바뀌어 뚫어지도록 그녀를 응시하.. 2024. 2. 13.
고전소설 덕후극_미들마치_06_23-27장 소설의 배경은 로마를 떠나 다시 미들마치로 돌아왔다. ‘내게는 이모부한테서 받을 것이 있다. 운이 트이는 것이다’ 낙천남 프레드 빈시의 착각타령 또 시작이요~~ 대책 없는 이 친구는 160파운드의 빚더미 속에서 골몰하고 있다. 그런데 철딱서니가 빚쟁이에게 써준 160파운드의 어음에 누구의 서명을 받았느냐 하면,지가 그렇게 좋다고 추앙하는 메리 아빠의 서명을 받았다는 사실.노브레인이 확실하다.  메리의 아버지 케일러브 가스 씨야말로 속이 좋아도 너무 좋은 인물. 성실하기만 하고 싫은 소리도 못해 곧이곧대로 상대방을 믿어주는 사람이다. 가세가 기울어 이팔청춘 큰딸을 고약한 페더스톤의 간병인으로 보내놓고도 이렇게 남의 빚보증을 서다니. (그때나 지금이나 돌봄 노동으로 내몰리는 건.. 2024. 2. 6.
고전소설 덕후극_미들마치_05_20-22장 로마의 시스티나 거리. 커소번부인은 울고 있다. 신혼여행지 로마가 갑자기 폐허로 변해버린 것만 같다.   이 무거운 짐, 이 숨막히는 외로움, 이 밀려오는 공포와 혼돈은 무엇일까. 커소번부인은 울고 있다. 결혼과 함께 미로에 빠진 듯한 이 느낌은 무엇일까. 남편의 정신에서 더 깊은 것을 배우리라 상상했던 새신부에게 닥쳐온 이 정체 모를 분노는 무엇일까. 높이 쌓아올린 지식의 소유자인 남편과 대화할 때마다 왜 우울해지는가. 남편을 따라가면 넓은 벌판에 이르리라 예상했던 새신부 앞의 짙은 어둠은 왜 이토록 집요한가.  “당신이 늘 말씀하시던 그 몇 권이나 되는 주主를 이번에는 하지 않으실 건가요? 그 주의 어느 부분을 이용하실 건지 그걸 정하지 않으실 건가요? 그리고 당신.. 2024. 2. 5.
고전소설 덕후극_미들마치_04_16-19장 신혼부부는 로마로 허니문여행을 보내놓고, 조지 엘리엇은 서브 스토리에 해당하는 미들마치 지역의 병원 전속신부 투표 건>으로 독자들을 안내한다. 이 에피소드를 통해 주변 인물들의 개성을 더 깊게 보여준다. (도로시아와 커소번은 잠시 잊어도 됨) 먼저, 빈시 씨 댁 만찬에 참석한 의사 리드게이트.  그 자리엔 미들마치의 상류층들이 꽤 모였다. 누구에게 투표하느냐에 따라 자신의 병원 개혁에도 영향이 있기에 리드게이트는 고민 중이다. 리드게이트는 개인적으로 페어브라더 신부를 좋아한다. 서재엔 ‘알코올에 절인 해충과 청파리와 나방으로 가득한 서랍들뿐’인 오타쿠 신부이지만 페어브라더 신부는 솔직하고 담백하다. 이제껏 병원에서 무료로 일했던 전임자이기도 하다. 그런데 돈 좀 있다는 사람들이.. 2024. 2. 5.
<특성 없는 남자> 언론 서평 2024. 1. 31 빈곤·강박 속 꽃피운 무질 철학… 완전하게 즐기는 ‘미완의 사색’ 북인더갭, 번역 11년 만에 완성...“깊은 사유의 갈증 채워줄 소설” “그때서야 울리히는 아가테가 갑자기 자리를 벗어나 혼자 집으로 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녀는 자신의 결정 때문에 그를 방해하고 싶지 않다는 말을 남겼다.” 이 문장을 끝으로 작가는 결국 독자의 곁으로 돌아오지 못했다. 나치의 핍박과 경제적 궁핍 속에서 정신적으로 고통받던 그는 뇌졸중으로 쓰러지고는 그대로 세상을 떴다. 이렇게 미완성으로 남겨졌지만 세계문학사에서 불멸의 고전 반열에 오른 소설 ‘특성 없는 남자’의 로베르트 무질 이야기다. 다 쓰지도 못한 이야기에 “20세기 가장 중요한 독일어 소설”(디차이트)이라는 찬사가 쏟아진 이유는 무엇일까.. 2024. 2. 5.
고전소설 덕후극_미들마치_03_10-15장 신혼여행지는 로마로 결정되었다. 그런데 더없이 행복해야 할 새신랑 커소번 신부는 묘한 허무와 고독, 슬픔의 시간을 겪는다. (얼마나 큰 탐욕을 부렸는지는 본인이 잘 알 테니 괴롭겠지) 반면 행동가 도로시아는 남편을 통해 ‘보다 완전한 가르침이 올’ 거라는 확신의 나날을 보내고 있다. 결혼을 앞둔 마지막 만찬회, 미들마치에서 방구 좀 낀다는 ‘인싸’들은 다 모였다. 작가 조지 엘리엇은 만찬회 장면을 통해 새로운 인물들을 등장시킨다. 10장부터 스토리는 자연스럽게 전환되면서 확장된다. 먼저, 외과의사 리드게이트 씨 등장. 파리에서 공부했다. 젊고 얼굴도 잘생겼다. 실력도 아주 용하다. (재래의 치료법을 뒤집어엎는 개업의다) 집안도 좋다는 소문이다. 결혼을 앞둔 우리의 주인공 도로시아와는 당연히 성적 긴장감이.. 2024. 1. 31.
고전소설 덕후극_미들마치_02(4-9장) “고맙습니다, 큰아버지. 전 그분을 지금까지 만난 어떤 분보다도 진심으로 존경하고 있으니까요.” (도로시아는 커소번 신부를 지금까지 세 번인가 만났는데, 설마?) “너보다 무려 27년이나 위다. (…) 한데 그 사람한테는 상당한 재산이 있어. 교회와는 별도로 말이다. 대단한 수입이지. 하지만 (…) 몸도 그렇게 튼튼한 편이 못 된다.”(71쪽) “판단력은 물론 각 방면의 지식이 저를 능가하는 사람을 남편으로 택하고 싶어요.” 도로시아는 자신의 삶을 한 남자의 보조자로 세팅하는 중이다. 도로시아가 꿈꾸던 삶의 이상과 미래의 도전은 중년의 성직자 겸 학자 앞에서 사라지고 말았다. 설마가 사람 잡는다더니, 부모를 일찍 떠나보낸 도로시아로서는 아버지 같은 남편을 원했을 수 있다. 가르쳐주고, 바로잡아주고, 울타.. 2024. 1. 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