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베르트 무질 연보
1880
11월 6일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 클라겐푸르트Klagenfurt(현 오스트리아)에서 태어났다. 아버지 알프레트 무질Alfred Musil은 당시 클라겐푸르트에서 엔지니어로 일했으며 1890년부터는 브륀Brünn(현 체코의 브르노) 공과대학의 교수로 재직했다. 어머니 헤르미네 베르가우어Mermine Bergauer의 부친은 보헤미아(현 체코의 중서부 지방) 출신의 철도 엔지니어였다. 양가의 전통으로 무질도 기술관료로 진로를 추천받았고 청소년기까지 군사기술학교에서 공부했다.
1881-1891(1-11세)
유년 시절 아버지의 직장을 따라 호무토프Chomutov(현 체코), 슈타이어Steyr(현 오스트리아) 등을 옮겨 다니다가 브륀에 정착한다. 무질에게는 먼저 태어난 엘자Elsa라는 누이가 있었는데 유아 시절에 사망했다. 죽은 누이에 대한 모호한 동경은 무질에게 각별한 문학적 동기가 되었다. 작가의 어린 시절 아버지의 지인으로 집에 드나들면서 어머니와 친밀한 관계를 유지했던 하인리히 라이터Heinrich Reiter 역시 작가의 내면에 영향을 끼쳤고 작품의 모델이 되기도 했다(단편 「통카」Tonka에서 히아친트 삼촌으로 묘사됨). 1891년 무렵 『특성 없는 남자』 중 발터의 실존 인물인 구스타프 도나트Gustav Donath와의 우정이 시작되었다.
1892-1897(12-17세)
아이젠슈타트Eisenstadt 군사기술중등학교 및 메리쉬-바이스키르헨Mährisch-Weißkirchen 군사기술고등학교 졸업. 기숙사 학교에서 보낸 이때의 경험을 토대로 나중에 첫 장편 『생도 퇴를레스의 혼란』Die Verwirrungen des Zöglings Törleß을 쓴다.
1897(17세)
빈의 군사기술사관학교에 입학했으나 몇달 만에 브륀 공과대학으로 옮기고 이 무렵부터 19세기의 작가들, 특히 니체, 도스토예프스키, 랠프 월도 에머슨, 마테를링크 등의 작품을 탐독하면서 습작을 시작한다.
1901(21세)
작가 낭독회에 참여하는 등 처음으로 아버지의 뜻에 반하는 행동을 하면서 스스로를 작가로 규정하기 시작했고 이때부터 수년간 아버지가 원하는 기술관료 직업과 본인이 원하는 작가로서의 정체성이 충돌했다. 이 무렵 헤르마 디츠Herma Dietz와 사귀기 시작한다. 이 여성은 단편 「통카」의 실존 모델이 된다.
1902(22세)
당대 최고의 물리학자이자 실증주의 철학자인 에른스트 마흐Ernst Mach의 강연을 듣고 영향을 받기 시작한다. 슈튜트가르트 공과대학에서 조교로 근무.
1903(23세)
헤르마 디츠와 함께 베를린으로 이주. 베를린 대학(현 훔볼트 대학)에서 철학, 심리학, 수학, 물리학 등을 공부한다. 이후 형상심리학자이자 철학자인 카를 슈툼프Carl Stumpf 교수의 지도로 박사 과정을 시작.
1905(25세)
일기에 소설 『특성 없는 남자』에 관한 첫 메모가 등장한다. 친구 구스타프 도나트의 연인이자 『특성 없는 남자』 중 클라리세의 실존 모델인 알리스 샤를레몽Alice Charlemont과 교유함.
1906(26세)
전해에 탈고했으나 여러 차례 출판사에서 반려되었던 『생도 퇴를레스의 혼란』 원고가 빈에서 출간돼 알프레트 케르Alfred Kerr 등 평론가들에 의해 호평을 받는다. 마르타 마르코발디Martha Marcovaldi와 처음으로 만남. 당시 그녀는 첫 남편과 일찍 사별하고 이탈리아 출신의 상인과 재혼한 상태였다.
1908(28세)
철학, 심리학, 수학의 박사학위 시험에 통과하고 『마흐 이론의 비평에 대한 논고』Beiträge zur Beurteilung der Lehren Machs로 박사학위를 취득한다. 단편 「마법에 걸린 집」Das verzaubernte Haus, 「조용한 베로니카의 유혹」Versuchung der stillen Voronika 발표.
1909(29세)
그라츠Graz 대학의 알렉시우스 마이농Alexius Meinong 교수로부터 조교직을 제안받았으나 거절한다. 이로써 학자의 길을 단념하고 본격적인 작가의 길로 들어선다.
1910(30세)
아버지의 소개로 빈 공과대학의 사서로 취업.
1911(31세)
마르코발디와 이혼한 마르타와 결혼한다. 무질 부부는 평생 함께 살았으나 자녀는 없었다. 「조용한 베로니카의 유혹」과 「사랑의 완성」Die Vollendung der Liebe을 묶은 단편집 『합일』Vereinigungen 출간.
1914(34세)
『노이엔 룬트샤우』Neuen Rundschau 지의 편집자가 됨. 릴케와 카프카를 만났고 카프카의 소설과 로베르트 발저Robert Walser의 산문집을 호평함. 전시 예비군 장교로 린츠의 중대에 배치되었다가 이탈리아 북부의 전선으로 차출됨.
1916(36세)
병을 얻어 여러 군병원을 전전하다가 프라하로 이송돼 카프카를 방문함. 전방에 나가기 어렵게 되자 전시 프로파간다 매체인 『군사신문』Soldaten-Zeitung의 편집자로 1918년까지 복역한다.
1919(39세)
토마스 만과 교유한다. 장편 『특성 없는 남자』 구상에 대해 공개적으로 이야기하기 시작.
1921(41세)
희곡 『몽유병자들』Die Schwärmer 발표. 단편 「그리지아」Grigia 발표.
1922(42세)
단편 「통카」 발표. 연극평론가로 활동함.
1923(43세)
알프레트 되블린의 추천으로 『몽유병자들』이 클라이스트 상을 수상. 오스트리아 독일작가협회의 부회장으로 임명됨(회장은 후고 폰 호프만스탈).
1924(44세)
앞서 발표한 「통카」 「그리지아」와 새 작품 「포르투갈 여인」Die Portugiesin을 묶어 단편집 『세 여인』Drei Frauen 발표. 빈 시 예술상 수상. 희곡 『빈첸츠 그리고 유력한 남자들의 여자친구』Vinzenz und die Freundin bedeutender Männer 출간. 1월과 10월에 어머니와 아버지가 사망한다.
1925(45세)
새로운 대작 소설 『특성 없는 남자』를 출간하는 조건으로 베를린의 로볼트 출판사가 작가에게 생계비를 지원하기 시작. 소설 「쌍둥이누이」Zwillingsschwester를 빈과 프라하의 잡지에 발표.
1927(47세)
릴케의 죽음을 애도하는 연설 발표.
1928(48세)
단편 「지빠귀」Die Amsel 발표.
1929(49세)
『몽상가들』이 베를린에서 초연됨. 원작이 심하게 축약돼 내용 파악이 어려워진 것에 작가가 공개적으로 항의함. 심리적 요인으로 인한 업무장애 판정을 받아 소설 작업이 일시 중단됨. 게르하르트-하우프트만 상 수상.
1930(50세)
『특성 없는 남자』 1권(1-2부, 123장)이 베를린 로볼트 출판사에서 출간됨. 150건 정도의 서평이 발표되면서 상당한 관심을 이끌어내지만 경제적 도움은 되지 못함.
1931(51세)
빈에서 베를린으로 이주. 『특성 없는 남자』 2권 작업 중 경제 사정이 더 불안정해짐.
1932(52세)
『특성 없는 남자』 2권(3부, 38장)이 출간됨. 1권 때의 절반 정도의 서평이 발표됨. 예술사학자 쿠르트 글라저Kurt Glaser가 무질 부부의 생계를 지원하기 위해 베를린에 무질 협회Musil-Gesellschaft를 설립.
1933(53세)
토마스 만 등의 추천으로 프로이센 예술아카데미의 창작지원금을 받음. 3월 로볼트 출판사가 생계지원 중단을 통보. 베를린에서 다시 빈으로 이주.
1934(54세)
베를린의 무질 협회가 해산되고 빈에 새로운 무질 협회가 꾸려짐.
1935(55세)
그간 발표한 소설과 산문 등을 모아 산문집 『생전의 유고』Nachlass zu Lebzeiten 출간.
1936(56세)
뇌졸중 발발로 병고에 시달리다 회복. 소설 작업이 더욱 어려워짐.
1938(58세)
오스트리아가 나치 독일에 흡수 합병됨. 나치가 독일과 오스트리아에서 『특성 없는 남자』를 금지 서적으로 지정함. 무질 부부가 『특성 없는 남자』 원고를 가지고 스위스 취리히로 망명. 조각가 프리츠 보트루바Fritz Wotruba와 교유. 개신교 목사 로베르 르쥔Robert Lejeune이 무질 부부의 생계를 지원함.
1939(59세)
취리히에서 제네바로 이주.
1940(60세)
20여 명의 청중들 앞에서 생애 마지막 작품 낭독회를 가짐.
1942(62세)
4월 15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뇌졸중으로 사망. 욕실에 쓰러진 무질을 부인 마르타가 발견했으나 이미 숨진 뒤였다. 부인의 증언에 의하면 살아 있는 듯한 모습이었다고 한다. 8명의 조문객 앞에서 르쥔 목사가 추도사를 낭독함.
1943
마르타 무질이 스위스 로잔에서 무질이 교정쇄 상태로 수정하던 후속 장들과 나머지 유고를 바탕으로 『특성 없는 남자』 3권을 자비로 출간.
1949
에른스트 카이저Ernst Kaiser가 무질의 작품을 재조명하는 기사를 발표. 마르타 무질 사망.
1952
아돌프 프리제Adolf Frisé가 편집한 『특성 없는 남자』 3권짜리 판본이 새롭게 출간됨으로써 본격적인 관심을 불러일으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