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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통> 마크 라이스-옥슬리, #북인더갭                                               김효주 


세상이 나를, 무엇보다 내가 나를 소외시킨다고 느낀다면 이 책을 통해 치료나 위로, 혹은 예방주사가 가능할 것이다. 우울증은 심하던 경미하던 당신의 문제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이야기는 유능한 기자이자 좋은 남편과 아빠인 한 남자의 마흔살 생일파티에서 시작한다. 우울증으로 추락하고, 회복되다가 재발하며, 다시 회복하는 과정을 섬세하게 관찰하고 진솔하게 고백한다. 현대사회에서 상당히 많은 사람에게 해당될 수 있지만 사실 누구도 우울증이 무엇인지 정확히 모른다는 점이 문제다. 


" 그렇다면 우울증이란 정확히 무엇인가? …… 나는 정말로 어느 누구도 우울증이 무엇인지 알지 못한다고 솔직히 말할 수 있다. 뇌는 우리가 세상을 이해하려고 할 때 사용하는 풍요로운 신체기관이지만 가장 이해할 수 없는 기관이기도 하다.(47p) 


우울증을 바라보는 조금 더 영적인 다른 방법들이 있다. …… 당신 인생에 있어서는 안 되는 어떤 것이 들어와 있음을 경고하는 주요 신호이자 표현인 것이다.(48p) 


내면 깊은 곳에 숨어 있는 어떤 것, 당신이 원하는 어떤 것, 당신을 참 당신으로 만들어줄지도 모를 어떤 것일 수도 있다. 

그런데 실은 그것이 당신의 핵심 자아와 비극적으로 불화하고 있는 것이다.(49p) "


69년생 영국인 남자로서의 특수성도 있을 수 있겠지만, 사실 한국에서 살고 있는 나에게도 너무 익숙하게 이해가 된다. 나는 노력과 자기계발을 통해 자기운명을 얼마든지 통제할 수 있다고 믿는 무한긍정의 시대를 살고 있는 듯하다. 모든 영광과 책임을 개인에게만 돌리는 것은 인간의 역사 전체에서 그리 오래된 일이 아니다. 이 낯선 문화는 우리 삶에 꼭 필요한 길고도 고된 수고나 희생과 인내에 대해서 많은 답을 주지 않는다.


더 이상 책을 읽을 수도 음악을 들을 수도 없고, 정상적으로 일을 하는 것은 물론 주변 가족들에게까지 절망을 주는 한 남자. 저자는 위축되고 무너지며, 자신의 우울증 밑바닥까지 들어가 관찰하고, 명상하고, 다시 회복되다 재발하며, 그로 인해 더 절망하고, 결국 받아들이며 극복해낸다. 그 과정을 날카로울 정도로 진솔하게 드러낸다.


" 나는 숨을 깊숙이 들이켜고 그 감정 속으로 들어가 정체를 파악하려 노력한다. 감정이지 실체가 아님을, 반작용이지 위협이 아님을. 이것은 전진하는 길이며, 나에게는 연습이 필요하다.(174p) "


저자는 단순히 성찰을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알아가는 것 이상으로, 우울증이라는 증상에 대해 의학적이고 전문적인 고민과 시도를 했다. 주치의, 비슷한 증세가 있는 환자들, 동료들, 아내와 부모 등 많은 사람과의 대화를 통해서도 풍성한 관점을 보여주기 때문에, 우울증이라는 병 자체에 대해서도 상당히 직접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무기력, 과잉생각, 불면증 등 실제적인 측면에 대한 부분도 재미있다.


" 불면증은 수면 부족이 아니다. 수면이 부족한 사람은 가만 두면 선 채로 존다. 그들은 본능은 있지만 기회가 없는 것이다. 그러나 불면증 환자들은 자신의 수면 능력을 믿지 않는다. 그들은 기회는 있지만 본능이 없다.(239p) "


저자 스스로의 관계에 대한 고민은 고스란히 현대 사회의 관계와 경쟁에 대한 고민과 맞닿아 있다. 우울증은 그 비교에서 오는 경쟁과 배타성에도 크게 영향을 받는 것 같다.


" 다른 사람의 성공을 기뻐하기 어려운 까닭은 무엇일까? 다른 이의 성공은 곧 우리의 실패라는 독성 논리는 어디서 오는걸까? 인생은 제로섬 게임이 아니다. 당신과 관련있는 누군가의 성공은 분명 그 관계를 부요하게 하여 당신의 세계마저 유익하게 하지 않는가?(213p) "


회복되다가도, 과제처럼 스스로와 경쟁하며 초조해하다가 재발하고 다시 더 깊은 절망에 빠졌던 저자는, 받아들이고 인정하면서 흔들리지 않는 안정을 찾는다. 혹 다시 상태가 나빠질 수도 있겠지만 이제 더 이상 문제가 되지 않는다. 역설적인 결론을 인정하며 저자는 더 자신이 되었고, 주변을 더 받아들이게 된다.


" 나는 사람들에게 아니라고 말해도 좋으며 그래도 그들은 여전히 친구, 동료, 아내일 것임을 배워야 한다. 때로는 상황이 완벽하지 않아도 충분히 좋으면 대개 훌륭하다는 것을 배워야 한다.(335p) 


비가 퍼붓는데 피신처에서 몸을 웅크리고 있다면, 물에 젖는 것이 얼마나 나쁠지 또는 해가 반짝이면 얼마나 좋을지에 관해 고민하지 마라. 그냥 물에 젖어 그게 정말 어떤 기분인지 겪어봐라. 그것이 이 병에 관한 근본적인 진리, 내가 이제야 겨우 이해하게 된 역설이다. 즉, 결코 제대로 좋아지지 않을 것임을 진정으로 받아들일 때 비로소 회복이 찾아온다.(369p) "


영국인스러운, 혹은 기자스러운 유머러스하면서도 회의적인 담담한 문장들이 더 진솔하게 마음을 움직인다. 유려한 번역 탓인지 읽히는 속도가 빠르고 몰입이 된다. 나는 서른 후반이다. 표현하기 어려운 위로와 희망이 있었다. 이 위로는 좀 신기했다. 왜냐하면 좌절과 추락을 말할 때도, 회복을 말할 때도, 재발과 다시 회복을 말할 때도 동일하게 위로가 되었기 때문이다. 결론과 교훈과 설득 이상의 울림이 이 책에 있다. 중년의 남자라면, 마흔을 기준으로 좀 지났거나 아니면 좀 남았다면, 혹은 이런 남자를 주변에 가까운 관계로 둔 여자라서 이해하고 도움을 주고 싶다면, 이 책은 참 좋을 것이다.


한 가지 더, 이 책의 원제는 <Underneath the Lemon Tree: A Memoir of Depression and Recovery> 이다. <레몬트리 아래서: 우울증과 회복에 대한 회고> 정도로 표현할 수 있을까. 이걸 <마흔통>으로 표현한 것은 이 책의 핵심을 정확히 재해석해낸 것 같다. 우리 사회는 생각보다 중년의 남자에게 실체를 보여주고 정체성을 찾아주는 일에 서툴러 보인다. 이 책을 통해 조금은 내가 가야 할 방향을 볼 수 있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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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통> 포스트 by 북인더갭

2016.11.08 10:22 | Posted by 북인더갭


런던 템스강 런던의 장미라는 배 위에 

한 남자가 있다
그의 마흔살 생일에 열린 선상 파티
이 자리에서 남자는 
어쩌다 마흔이 되었을까라는 익살스런 
자작곡을 불러 청중을 웃기고 있다.


"그래 어떤 사람들은 말하지
마흔은 새로운 서른살이라고.
이제 마흔살이라네.
내게는 1면 뉴스 같은 소식."



번듯한 직장에다 사랑하는 아내, 
세 아이와 함께 
런던에 살고 있는 남자. 
세상 부러울 것 없는 이 남자의 마흔번째 
생일 파티는 흥겹게 고조되건만, 
남자의 마음엔 불안의 씨가 자라고 있다


누구든 3초 이상 바라볼라치면 피로하고
가만히 앉아 있기조차 힘들다
남자는 파티를 마치고 집에 돌아와 
숨가쁜 햄스터처럼 자리에 눕는다
마침내 그 병이 시작된 것이다.



우울증.
전 세계 1억명 이상의 사람들에게 
고통을 주는 애물단지. 
창 밖에 내리는 빗물 이미지를 
연상시키지만, 사실 그런 우울과는 
아무 상관이 없는 심각한 정신질환.




그런데 왜 나에게?

병마와 싸우며 저자는 

우울증에 대한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된다. 

새로 아빠가 된 남자들의 

20% 이상의 우울증을 겪는다.

무리한 일과 직장에서의

스트레스 역시 주요한 우울 요인이다.


 

"우리는 목표 지향적이고, 
자아 중심적이고, 
조급하고, 분명하고, 소유욕이 강한 
존재로 키워졌다. 
어떤 일에든 인내심이나 복종, 
희생이 필요하다고 
가르쳐준 이는 아무도 없었다."



헬스를 할 때면 좀더 무거운 
역기를 들기 원했고 
사이클을 타면 남을 앞지르는 데 
목숨을 걸었다. 
그러나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성과가 아니라 쉼이다. 
심리치료사들은 말한다. 


"완벽하게 하려고 하지 말아요. 
나에게 너그러워져야 합니다."


우울증의 시작과 끝을 잔잔하게 그려낸 
한편의 수기
마음의 병을 심하게 앓는 
분들에게 드리는 책.
<마흔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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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통> 옮긴이의 말 _안병률

2016.11.03 13:16 | Posted by 북인더갭

옮긴이의 말

 

 

 

마흔이 되기 전까지는 나 역시 운이 좋은 편이었다. 이 책의 저자가 근무한 가디언같은 세계적인 언론사는 아니지만, 적어도 우리나라에서는 꽤 명망있는 출판사에 들어가 편집자로서 좋은 책들을 만들 수 있었기 때문이다. 30대를 돌아보면 그저 감사할 뿐이다. 점잖은 선배들과 깍듯하고 총명한 후배들, 이름 석 자만 대도 알 만한 필자들에다 출간하는 족족 반향을 일으키는 책들 덕분에 나는 어깨가 으쓱할 수밖에 없었다. 결혼생활도 큰 싸움 한번 없이 순탄했으며 비록 하나지만 귀여운 아이가 있어 시간가는 줄 몰랐다.


그런데 딱 마흔이 되었을 때, 뭔가 이상한 조짐들이 나타났다. 우선 내 직업에 처음으로 중압감이 밀려왔다. 편집자란 직업은 뭐랄까, 늘 어딘가에 끼어 있는 존재에 가깝다. 세상에 나서고 싶어하는 필자와 그런 욕망 따위엔 아무 관심 없는 듯 냉담한 독자들. 편집자는 그 사이에서 예리한 균형감각을 발휘해야 한다. 필자를 조율하는 한편, 독자를 고무해야 하는 이중적인 상황 속에서 나는 알게 모르게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 수천, 수만에 이르는 독자의 날카로운 눈을 생각하다보면 원고를 엄정하게 볼 수밖에 없었는데, 그러다보면 필자들의 항의에 부딪혔다. 애써 고친 원고를 필자의 불호령에 다시 원래대로 돌려놓을 때마다(물론 대부분의 필자들은 편집자의 수정 제안을 흔쾌히 받아들인다), 나는 이게 무슨 짓인가 내심 자조에 빠지지 않을 수 없었다. 한창 때라 그런지 일에 대한 욕심도 상당했던 듯싶다. 마흔에 팀장 자리에 올랐지만 나는 거기에 만족하지 못했다. 내고 싶은 책을 마음대로 기획하고 싶었다. 그런데 층층이 쌓인 조직의 서열이 너무 답답해 보였다. 결국 나는 회사에 사표를 내고 말았다.


1인출판사를 한답시고 덜렁 사무실을 냈으나 아무 대책 없이 뛰쳐나왔으니 막상 낼 책이 없었다. 일산의 한 오피스텔 옥상에 올라가 무심한 하늘을 보고 있자니 눈물이 다 났다. 내가 먹여살려야 하는 가족이 있는데, 당장 들어오는 돈 한푼이 없으니 눈앞이 캄캄했다. 결국 보험을 깨서 당분간의 생활비에 보탰다. 내 인생 처음으로 그냥 폼잡는 우울이 아니라, 제대로 된 우울이 밀려왔다. 그러던 때 가디언지 서평란을 뒤지다가 찾아낸 책이 바로 이 책 마흔통(원제 레몬트리 아래서’Underneath the Lemon Tree)이었다.

 

저자 마크 라이스-옥슬리의 우울 증세는 나와 비교될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하다. 나는 우울하기는 했지만 항우울제나 수면제 없이도 견딜 만했고 자살충동 같은 것은 거의 없었다. 책을 못 읽을 정도는 아니었고 좋아하는 음악도 여전히 잘 들었으며 일에도 큰 지장은 없었다. 그러나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깊은 공감을 느꼈다. 비록 내가 우울증은 아니더라도 거의 그와 유사한 심리 상태에 이르렀음을 알 수 있었기 때문이다.


가령, 저자처럼 나도 모든 것이 부러웠다. 정말 지나가는 사람들만 봐도 부러웠다. ‘저들은 나와 달라. 적어도 월급 걱정은 안하겠지.’ 그런 생각이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퇴근 무렵 관공서를 나오는 직장인들을 볼 때면 부러운 나머지 거의 눈을 뗄 수가 없었다. 그래서 저자가 모두가 부럽다. 우리 아이들마저 부럽다고 할 때의 그 눈물겨운 마음 상태를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거 같았고, 그런 저자의 모습에서 동병상련의 연민을 느꼈다.


또 하나는 직장에서의 일과 경쟁이다. 그 전까지는 일을 즐기는 편이었는데 마흔 무렵이 되자 모든 게 버겁게 다가오기 시작했다. 팀장이라는 감투를 달자 회사가 요구하는 능력도 더욱 커졌다. 일을 잘해야 하는 것은 물론 부하 직원과의 관계도 매끄러워야 했다. 회사는 더욱 뛰어난 성과를 요구하는데, 그걸 다 따라가려니 내 감정의 소모가 너무 컸다. 인정을 받으면 받을수록 더 욕심이 나고, 욕심을 키워갈수록 더 불안해졌다. 되돌이켜보면, 그때가 한발 물러설 수 있는 좋은 타이밍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저자가 대처Thatcher의 아이(성과 중심적인 신자유주의 세대)인 것처럼, 나 또한 박정희(묻지마 근대화 시대)의 아이다. 우리는 모두 단기성과를 내도록 교육받은 세대로서 물러섬이라든가 희생 같은 가치에 익숙하지 않다. 결국 그런 성향이 우리의 마음을 더욱 메마르게 했으며, 우울의 불씨에 불을 댕겼던 것이다.

 

결과적으로 저자는 그 불씨에 확 타올랐던 반면, 나는 직장을 그만두면서 위기를 모면했다. 저자는 20대에 모스크바에서 첫 기자생활을 시작해 30대에 보스니아 등지에서 AFP 기자로 활동하다 드디어 세계적인 언론사 가디언에 입사했다. 하지만 마흔살이 되는 생일에 저자는 우울증에 빠져 칩거를 시작한다. 더이상 음악을 들을 수도, 책을 읽을 수도 없다. 그는 공황장애, 불면증, 자살충동에 시달리다 비로소 자신에게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를 깨닫는다.


이 아름다우면서도 감동적인 고통의 기록에서 마크 라이스-옥슬리는 지독한 우울증의 기억을 파헤치는 동시에 의학적 치료, 명상, 마음챙김에 이르는 유용한 치료법들을 소개한다. 의사, 심리치료사, 환자와 친구들을 인터뷰하면서 그는 자신의 삶을 낱낱이 파고들 뿐 아니라 우울증이 일과 가족에 미친 끔찍한 결과들을 솔직하게 고백한다.


암이나 뇌졸중 같은 질병이 누구에게나 찾아올 수 있는 것처럼, 우울증 역시 불시에 우리를 무너뜨릴 수 있다는 사실을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깨달았다. 무엇보다, 그것을 피해가기에는 시대가 너무 악하다. 저자의 말처럼, 우리는 목표 지향적이고, 자아 중심적이고, 조급하고, 분명하고, 자만심이 강하고, 풍요롭고, 소유욕이 강한 존재로 키워졌다. 어떤 일에든 인내심이나 복종, 희생, 개방성이 필요하다고 가르쳐준 이는 아무도 없었다.” 저자와 거의 같은 시대를 살아온 동시대인이자 현재 중년의 한가운데를 통과하는 사람으로서, 이 책은 지금의 나의 생활과 정신건강을 되돌아보는 값진 체험을 전해주었다. 우울증의 변방까지 다녀온 나는, 이 책이 던져준 따듯한 위로와 솔직한 고백에서 많은 도움을 받았다.


역자로서 이처럼 아름답고 유머러스하며 지적이고 감성에 찬 책을 번역한 것을 큰 행운으로 생각한다. 우울증의 시작과 끝을 잔잔하게 그려낸 한편의 수기이자 에세이로서도 뛰어나지만, 그 증세의 사회적 의미와 의학적 현황을 파헤친 르포로서도 손색이 없는 책이다. 우울증이 얼마나 무서운 병이며 또한 그 극복을 위해 어떤 과정을 거쳐야 하는지를 가감없이 서술한 이 책이 현재 이 증세로 아픔을 겪는 분들뿐 아니라, 중년을 통과하며 마음의 병을 심하게 앓는 분들에게까지 도움이 되리라 확신한다.

 

이 책의 앞부분(처음~9)은 박명준 선생님이, 그리고 뒷부분(10~)은 필자(안병률)가 각각 번역했다. 뒷부분 번역의 일부는 채세진 선생님의 도움을 받았다. 가장 많은 부분을 유려한 문체로 번역해주신 박명준 선생님이 옮긴이의 말을 써야 마땅하지만, 이 책을 기획했다는 이유로 필자가 옮긴이 대표로 글을 썼다. 두 분 선생님께 깊은 감사를 드리고, 아울러 나의 40대 초반, 어려운 시절을 잘 참고 견뎌준 아내와 아들에게 이 자리를 빌려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이 책을 읽게 될 누구든 용기를 잃지 말고, 지금 처한 고통에서 어서 회복되기를 기원한다.

 

201610

옮긴이를 대표하여

안병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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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마크 라이스-옥슬리 Mark Rice-Oxley


 

1969년 영국 햄프셔 주 글렌딘에서 태어나 엑스터 대학에서 독일어와 러시아어를 공부하고 모스크바, 파리, 동유럽 등지에서 기자생활을 하다 가디언기자로 입사했다. 국제부 기자로 한창 일하던 나이 마흔에 갑작스레 우울증이 찾아왔고, 그 발병에서 회복에 이르는 눈물겨운 과정을 마흔통에 담아냈다.

이 책은 우울증의 시작과 끝을 감동적으로 그려낸 한편의 수기이자, 우울증이 얼마나 무서운 병이며 그 극복을 위해 어떤 과정을 거쳐야 하는지를 파헤친 르포로서 출간 당시 영국 독자들의 큰 관심과 사랑을 받았다. 저자는 현재 가디언의 국제 이슈팀 팀장을 맡아 활동하는 한편 세 아이의 아빠로 아내와 함께 런던에서 살고 있다.


 

 

역자 소개

 

박명준

1971년 서울에서 태어나 연세대학교에서 영문학을 공부했다. ‘복있는사람편집장으로 일했고 현재는 프리랜서로 편집과 번역 작업을 하고 있다. 세 아이, 아내와 함께 낯선 중국 땅에서 새로운 삶의 길을 탐색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 교회사의 보화』 『인생의 사계절』 『붉은 하나님』 『도시의 소크라테스등이 있다.

 

안병률

1970년 서울에서 태어나 연세대학교에서 독문학을 공부했다. ‘창비인문팀장을 거쳐 현재는 출판사를 운영하면서 번역 작업을 하고 있다. 서울 근교에서 아내와 함께 중2 아들을 키우고 있다. 옮긴 책으로 곰스크로 가는 기차』 『특성 없는 남자』 『신은 낙원에 머물지 않는다(공역) 차브(공역)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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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나를 공격하니까, 마흔통

2016.11.03 12:53 | Posted by 북인더갭

세상 부러울 것 없던 가디언기자,

어느날 우울증에 빠지다!

 

20대 모스크바에서 첫 기자생활, 30대 보스니아에서의 AFP 통신원, 마흔을 바라보는 나이에 드디어 세계적인 언론사 <가디언>에 입사. 하지만 마흔살이 되는 생일에 저자는 우울증에 빠져들어 직장을 쉬고 칩거를 시작한다. 그토록 좋아하던 음악을 들을 수도, 책을 읽을 수도 없다. 그는 공황발작, 불면증, 자살충동에 시달리다 비로소 자신에게 우울증이 찾아왔음을 깨닫는다. 이 감동적인 고통의 기록 <마흔통>에서 마크 라이스-옥슬리는 지독한 우울증의 기억을 파헤치는 동시에 의학적 치료, 명상에 이르는 유용한 대처법들을 소개한다. 또한 의사, 심리치료사, 같은 병을 앓는 환자와 친구들을 인터뷰하면서 우울증의 실체를 파고들 뿐 아니라 쉼이 없는 삶이 마음에 끼친 끔찍한 영향들을 솔직하게 고백한다.


 

왜 중년의 마음은 쉽게 무너지는가?

런던 템스 강 런던의 장미라는 배 위에 한 남자가 있다. 그의 마흔살 생일에 열린 선상 파티. 이 자리에서 남자는 어쩌다 마흔이 되었을까라는 익살스런 자작곡을 불러 청중을 웃기고 있다. 번듯한 직장에다 사랑하는 아내, 세 아이와 함께 런던 인근 킹스턴에 살고 있는 남자. 세상 부러울 것 없는 이 남자의 마흔번째 생일 파티는 이렇듯 흥겹게 고조되건만, 남자의 마음속엔 알 수 없는 불안의 씨앗이 자라고 있다. 누구든 3초 이상 바라볼라치면 피로해지고, 가만히 앉아 있기조차 힘들다. 눈은 불거지고 얼굴은 파랗게 질린다. 남자는 파티를 마치고 집에 돌아와 숨가쁜 햄스터처럼 자리에 눕는다. 당황한 아내가 눈물을 흘린다. 마침내 그 병, 우울증이 시작된 것이다.

전 세계 1억명 이상의 사람들에게 고통을 주는 애물단지. 창 밖에 내리는 빗물 이미지를 연상시키지만 사실 그런 우울과는 아무 상관이 없는 심각한 정신질환. 그럼에도 그 원인이나 치료법이 명확히 정립되지 않아 미스터리에 휩싸인 병. 미약한 전조 증상으로 시작된 병은 점점 더 심각한 증세들을 동반하기 시작한다. 우선 나 아닌 모든 것들이 부러워지기 시작한다. 세상에서 가장 초라한 사람, 그 사람이 나인 것만 같다. 어떤 것에도 관심을 기울일 수 없고 두렵고 불안한 나머지 잠을 이루지 못한다. ‘그런데 왜 하필 나에게?’ 지나온 삶에 힌트가 있을까 싶어 저자는 자신의 마흔 인생을 되돌아본다.

자식을 아끼고 헌신적으로 사랑해온 부모님, 누구보다 사이좋게 유년 시절을 함께해온 여동생과 누나들, 무난한 학창시절. 나름대로 열심히 살았고 그에 합당한 직장과 가족과 집을 얻었으니 누가 봐도 불행하거나 불우한 삶은 아니었다. 저자는 점점 더 심각해지는 증세에 결국 무급안식년을 신청하고 회사를 쉰다. 그리고 칩거 기간에 들어서야 비로소 자신의 숨겨진 모습에 눈을 뜨기 시작한다. 우선 일과 직장이 문제였다. 발병 전 저자는 <가디언>의 야간 뉴스 편집인으로 일했다. 낮 시간에는 각 나라에 자국 뉴스를 내보내는 알바까지 했다. 아침에 아이들을 챙겨 학교와 유치원에 보내고 낮에는 프리랜서로 활약하다 밤에는 본업인 가디언기자 생활을 하는 무리한 일과가 이어졌다. 저자는 모든 것을 가진 사람이었지만, 또한 그것 때문에 모든 것을 챙겨야 하는 가차없는 삶을 살았던 것이다.

병마와 싸우며 저자는 우울증에 대한 새로운 사실들을 알게 된다. 가령 아빠가 되는 것엄마의 산후우울증만큼이나 심각한 우울 요인이다. 새로 아빠가 된 남자들의 20% 이상이 첫 자녀가 십대에 접어들기 전에 우울증을 겪는다고 한 보고서는 지적한다. 정신과 의사들은 여성 대 남성의 우울증 발병 비율이 3:1에서 2:1로 바뀌었다며 생계를 책임지는 동시에 아이들의 잠자리를 챙겨주는 부드러운 아빠라는 새로운 시대적 요구가 이런 경향을 낳았다고 진단한다. 더욱 큰 문제는 이렇듯 육아 환경이 바뀌는 동안 일과 직장에서 받는 스트레스는 거의 줄어들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신자유주의 초기에 학창시절을 보내고 사십줄에 이른 세대들에게 인내나 희생 같은 덕목을 가르쳐준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이들은 목표 지향적이고 자아 중심적인 데다 조급한 아이로 키워졌다. 그러니 육아가 큰 스트레스로 다가올 수밖에 없는 것이다.

 

우울증의 시작과 끝

급기야 저자는 정신과 의사를 찾아갔고, 우울증이란 최종 진단을 받는다. 이때부터 저자는 우울증의 파괴적인 특징들을 기록하기 시작한다. 먼저 생각이 망가진다. 나쁜 생각이 뇌를 파고들어 꼬리를 물고 이어지면서 근심을 불러일으킨다. 우리 시대에 덕목으로 칭송받는 생각이 우울증 환자에게는 악덕이 된다. 저자는 자신의 지나친 생각자체에 회의를 품기 시작한다. 또 하나는 무기력이다. 철인3종을 섭렵할 정도로 활기찬 운동광인 저자는 이제 움직이는 것조차 버겁다. 그런데 돌이켜볼수록 자기가 해온 운동이 일종의 자기 학대였음이 분명해진다. 헬스를 할 때면 좀더 무거운 역기를 들기 원했고 사이클을 타면 남을 앞지르는 데 목숨을 걸었다. 그런 괴팍한 스포츠 정신은 일에도 고스란히 이어진다. 저자를 비롯한 중년 세대는 무슨 일이든 열심히 하고 본다. 성과와 숫자에 집착하며 어떡하든 더 나은 스토리를 만들어보려고 노력한다. 그러나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성과가 아니라 쉼이다. 심리치료사들은 말한다. “완벽하게 하려고 하지 말아요. 자신에게 너그러워져야 합니다.”

이 책의 마지막 회복파트에서 저자는 우울증에 유용한 몇가지 대처법을 제시한다. 우선 명상은 우울증의 모든 증세와 반대로 행할 것을 요구한다. 그것은 현재를 그대로 보고 느끼고 인식하는 것이며 무심하면서도 객관적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것이다. 가령 건포도 하나를 먹을 때도 그 주름을 관찰하며 조용히 무게를 느껴본다. 이렇게 뭔가를 마음으로 하는 것을 통해 우리는 분노, 히스테리, 격분 같은 나쁜 상태에서 벗어날 수 있다. 로라제팜 같은 항우울제도 도움을 줄 수 있다. 하지만 효과를 보기까지 인내심을 갖고 기다려야 하며, 끊을 때는 천천히 복용량을 줄여 의존성을 극복해야 한다. 저자가 투병기간 동안 기록한 차트 역시 도움이 된다. 우울증은 단번에 낫는 병이 아니다. 끊임없는 재발 과정을 통해 천천히 좋아진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이 아름답고 유머러스하며 지적이고 감성에 찬 책은 우울증의 시작과 끝을 잔잔하게 그려낸 한편의 수기이자 에세이로서도 뛰어나지만, 그 증세의 사회적 의미와 의학적 현황을 파헤친 르포로서도 손색이 없다. 마흔 즈음 우울증으로 아픔을 겪는 분들뿐 아니라, 나이와 상관없이 마음의 병을 심하게 앓는 분들에게까지 이 책이 도움이 되리라 확신한다.

Comment

  1. 11월생 2016.11.18 11:48 신고

    제목부터 통증이 느껴진다. 이 통증은 내면의 것이라 증명하기도 힘들다.하지만 인생의 전반전을 마무리하며 꼭 읽어야 할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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