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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에 반대하며』는 아우슈비츠 생존 작가 프리모 레비가 1987년 자살로 생을 마감하기 두 해 전 출간된 에세이집이다. 「우리 집」 「전직 화학자」 「고통에 반대하며」 「벼룩의 도약」 「하늘로부터의 소식」 「향기들의 언어」 등 1964년부터 1984년까지 20년간 주로 일간지 『스탐파』에 기고한 짧은 에세이들을 모았다. 레비는 홀로코스트의 기억과 증언의 글쓰기로 알려져 있지만, 이와 직접 관련이 없는 자전적 회상, 과학 및 시사 이슈, 민속학, 언어학, 문학비평 등을 다룬 에세이들은 레비의 활발한 호기심, 예리한 감각, 자유로운 상상력, 폭넓은 관심사를 드러내며 그의 문학세계에 대한 이해를 넓혀준다. 



프리모 레비는 1919년 7월 31일 이탈리아 토리노에서 태어났다. 태어난 집에서 생의 대부분을 보냈고(「우리 집」에서 썼듯이 “의지에 반해 떠나야 했던 기간을 제외하고”), 1987년 4월 11일 그곳에서 눈을 감았다. 토리노 대학에서 화학을 공부했으며, 최우등으로 졸업했다. 파시스트 정권이 무너지고 독일군이 이탈리아 중북부를 점령하자 무장투쟁 단체에 들어갔다가 체포되어, 1944년 2월 아우슈비츠 제3수용소인 모노비츠에 수감됐다. 1945년 1월 소련군이 수용소를 해방할 때까지 그곳에서 인류사의 가장 어두운 순간들을 경험했다. 이후 『휴전』La tregua(1963)에 묘사한 대로 9개월간 동부 유럽에서의 방랑 끝에 마침내 고향 토리노로 돌아왔다. 


레비는 “병적일 정도로 절대적인, 말해야 한다는 의무감”에 아우슈비츠에서의 경험을 기록으로 남겼다. 처음 원고를 보낸 에이나우디 출판사에게 거절당한 뒤, 데실바 출판사에서 출간된 『이것이 인간인가』Se questo è un uomo(1947)는 초판 2500부를 찍는 데 그쳤다. 그러자 증언자-작가로서의 의무를 다했다고 여긴 그는 글쓰기를 잠시 접고 현지의 니스 공장 연구소에서 화학자로서 일을 시작했다(「솜화약 양말」에 재미있는 일화가 나온다. 레비는 1975년에 이르러서야 전업 작가의 길로 들어섰다). 1958년 에이나우디가 『이것이 인간인가』를 재출간하면서 재평가가 이루어졌고, 1959년 영어판이, 1961년 프랑스어와 독일어판이 나왔다. 일본과 한국에서는 1980년과 2007년에 각각 번역·출간되었다. 이 책은 독자들의 호평과 비평가들의 찬사를 받았고 12개 언어로 번역되었으며 라디오극과 연극으로 각색됐다. 이에 힘입어 후속편인 『휴전』도 발표했다. 이 책은 이탈로 칼비노Italo Cavino가 표지글과 추천사를 썼으며 제1회 캄피엘로상을 수상했다. 


장편소설로는 스트레가상을 수상한 『멍키스패너』La chiave a stella(1978)와 비아레조상과 캄피엘로상을 수상한 『지금이 아니면 언제?』Se non ora, quando?가 있으며, 단편집 『자연 이야기』Storie naturali(1966), 『형식의 결함』Vizio di forma(1971), 『주기율표』Il sistema periodico(1975), 『릴리트』Lilit e altri racconti(1981), 시집 『브레마의 선술집』L’osteria di Brema(1975) 등을 출간했다. 에세이집으로 『고통에 반대하며』(1985, 원제는 ‘타인의 직업’L’altrui mestiere이다)와 마지막 저작 『가라앉은 자와 구조된 자』Sommersi e i salvati(1986)가 있다. 번역가로도 유명한 레비는 카프카의 『소송』, 레비스트로스의 『먼 곳으로부터의 시선』 등을 이탈리아어로 옮겼다(「번역하기와 번역되기」에서 번역의 문제를 다뤘다). 


이탈로 칼비노는 레비를 “백과사전적 맥(脈)”을 지닌 작가로 정의내렸다. 그만큼 다양한 주제들을 탐구했다는 의미일 것이다. 홀로코스트와 직접 관련이 없는 글들 가운데 마지막 저서인 『고통에 반대하며』의 주제들은 ‘도락가로서의 호기심’에서 비롯됐다. 레비는 자신의 전문 영역에서 벗어나 다양한 분야에 대해 자유롭게 글을 썼다. 그리고 이러한 작업을 “‘타영역의 점유’, 다시 말해 타인의 직업에의 침입, 남의 사냥터에서 벌인 밀렵, 동물학·천문학·언어학 영토에서의 약탈”(「서문」)이라고 설명한다.  


각 글들은 재치와 아이러니, 유머와 비애가 가득하면서도 동시에 냉철한 비평적 어조를 띠며, 명확성, 정확성, 간결성의 원칙에 따라 씌었다. 레비는 「불명료한 글쓰기에 대하여」에서 “불명료한 방식으로 글을 써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며 「젊은 독자에게」에서도 “명료성과 합리성에 대한 극심한 필요성”을 느낀다고 역설했다. 그의 문체는 마치 “중세의 단선율 성가 같은 매력”을 지녔다.  


무엇보다 과학과 시(혹은 양심)의 통합, 즉 과학적 정신, 문학적 창조성, 윤리의 융합은 그의 글쓰기의 중요한 요소였다. “‘두 문화’가 양립 불가능한 것이 아니라 어떻게 선의의 인간들이 협력함으로써 서로를 이끌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가 되길 바란다”(「서문」)고 기술한 것처럼 각 글들의 무질서한 배열은 작가의 의식 속에서 각 영역이 서로를 존중하며 양립해 있음을 보여주는 듯하다. 이를테면 화학자로서의 면모를 보여주는 「화학자의 언어」 「전직 화학자」 「화학자의 표지」는 「젊은 독자에게」 「소설 쓰기」 「올더스 헉슬리」 「프랑수아 라블레」 등 문학 에세이와 나란히 놓여 있다.


작가는 “이야기하기, 증언하기는 나 자신을 구하기 위함이었다. 나는 살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 말하기 위해서 사는 것”이라고 했다. 고통의 체험은 글쓰기로 그를 이끌었고, 그는 ‘모든 피조물들의 고통에 반대한다’고 선언했다. 그것은 마치 정언명령과도 같다. “동물들은 진정 존중받아야 한다. 동물들이 ‘선’하다거나, (모든 동물이 그렇지는 않지만) 우리에게 유용하기 때문이 아니라, 우리 안에 새겨진 그리고 모든 종교와 모든 제정법이 인정하는 규칙이 우리 스스로는 물론, 고통을 감지할 수 있는 어떠한 피조물에게도 고통을 야기하지 말라고 명령하기 때문이다.”(「고통에 반대하며」) 


한계상황의 기억은 창조적 글쓰기의 원동력이었다. 그는 기억을 통해서 예리하고 명확한 자기인식을 보여주었으며, 따라서 첫번째 에세이 「우리 집」이 기억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는 것은 의미심장하다. 일견 무감한 외관을 지닌 작가의 집은 그와 가족의 지난 역사와 일상, 그의 직업적·예술적 삶과 더불어 절망의 체험과 갑작스러운 죽음을 증언하는 기억의 공간이다. 


거의 전 학문 분야에 걸친 주제를 다루고 있는 이 에세이집의 번역은 참으로 녹록지 않았다. 전문 학술용어들은 물론이고 피에몬테 지방 방언에 이르기까지 곳곳이 ‘함정’이었다. 하물며 이탈로 칼비노와 더불어 현대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작가 프리모 레비의 20년에 걸친 에세이들이라니! “모든 번역은 필연적으로 상실을 내포한다”는 작가의 위로에 힘입어 다만 그에게 누가 되지 않았기를 바랄 뿐이다. 


번역 대본으로 삼은 판본은 다음과 같다. 이탈리아어판 L’altrui mestiere (Einaudi, 1998), 프랑스어판 Le métier des autres (Éditions Gallimard, 1992), 영어판 Other people’s trades (Abacus Books, 1991).  


2016년 6월

심하은·채세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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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_프리모 레비

2016.07.16 14:57 | Posted by 북인더갭

프리모 레비 Primo Levi

 

 

1919년 이탈리아 토리노에서 태어나 토리노 대학 화학과를 수석으로 졸업했다. 그의 조상들은 19세기초 스페인에서 이탈리아 피에몬테 지방으로 이주해온 유대인들로 토리노에서 작은 공동체를 이루며 살았다. 대학졸업 후 반파시즘 파르티잔 부대에 가담했다가 파시스트 공화국 군인들에게 붙잡혀 아우슈비츠로 이송되었다. 아우슈비츠에서의 기적적인 생환과 귀향의 체험을 바탕으로 한 회고록과 소설 등을 집필하여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다. 주요 저서로 이것이 인간인가』 『휴전』 『주기율표』 『가라앉은 자와 구조된 자』 『지금이 아니면 언제?』 『멍키스패너등이 있다.



『고통에 반대하며는 일간지 스탐파에 연재된 글을 모은 에세이집으로 나비, 거미, 딱정벌레 같은 작은 미물에서부터 유년 시절, 글쓰기, 문학과 현대 문명에 대한 성찰에 이르기까지 레비의 방대하고 개인적인 관심사를 다루고 있다. 이 책을 통해 우리는 타자를 향한 한 인문주의자의 열정에 찬 호기심은 물론, 아름답고 탁월한 글쓰기의 모범을 발견할 수 있다. 저자는 1987년 토리노의 자택에서 갑작스런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옮긴이

 

심하은

서울대학교 인문대학 불어불문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다양한 해외문학을 국내에 알리고 출간하는 편집자로 일해왔다. 옮긴 책으로 향기가 있다.

 

채세진

연세대학교 인문학부에서 철학과 심리학을 전공했다. 출판 편집자 및 번역가로 활동중이며, 특히 고전문학과 인문학에 깊은 관심이 있다. 옮긴 책으로 지식의 재탄생』 『밤으로의 여행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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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2016715일자

 

증언자프리모 레비의 추억과 슬픔

 

스물넷 젊은 시절에 반파시즘 파르티잔 투쟁에 참여했다가 붙잡혔으나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 기적적으로 목숨을 건진 사람. 삶과 죽음의 경계를 넘나들며 인간을 성찰한 과학자. 이탈리아 출신 프리모 레비(1919~1987)가 자살로 생을 마감하기 두 해 전에 출간된 에세이집이 <고통에 반대하며>라는 제목의 우리말 번역본으로 나왔다. <이것이 인간인가> <살아남은 자의 슬픔> 같은 대표적인 전작들에 삶의 짙은 그림자가 드리워진 것과 달리, 이 에세이집은 정겹고 따뜻한 추억과 사유로 가득하다. 눈빛 초롱초롱한 아이의 호기심과 상상의 나래가 펼쳐지는 느낌이다.




모두 50편의 짧은 글들이 실린 이 책에서, 지은이는 어릴 적 살던 집과 할아버지의 가게를 목탄화처럼 재현한다. 딱정벌레와 나비, 다람쥐 같은 작은 생물체에서부터 달과 우주비행까지, 전세계 아이들의 놀이에서부터 글쓰기의 의미와 방법까지 방대한 분야에 대한 관심과 지적 탐구가 엿보인다. 이 모든 것을 관통하는 것은 타자를 향한 시선’(번역본 부제)이다. 지은이는 우리 시대는 머리 위에서 펼쳐지는 경이로운 사건들로부터 시를 정제하는 법을 모른다고 안타까워하지만, 그것을 받아들여야만 하는 도전으로 보고 어떻게 할 것인가를 성찰한다. 그러면서 모든 종교와 법이 인정하는 규칙은 어떠한 피조물에게도 고통을 야기하지 말라고 명령한다는 걸 환기하며 모든 생명을 오염시키는 고통의 엄청난 크기를 줄이는 것은 인간에게 주어진 어려운 과제라고 갈파한다. 나비 날개처럼 산뜻한 글들에 정제된 슬픔이 묻어나는 것도 그래서일까?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한국일보> 2016716일자

 

고통 받아 마땅한 존재는 없다

[

증언이라는 단어는 사람 마음을 괜히 무겁게 만든다. 사건, 사고를 목격하면 따라오는 하나의 과제, 또는 막중한 임무와도 같아서일까.

 

프리모 레비는 널리 알려진대로 아우슈비츠를 증언한 증언문학의 대가이다. 그는 원래 화학자를 꿈꿨다. 2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1943년 이탈리아 반파시즘 투쟁을 펼치다가 체포돼 아우슈비츠 강제수용소로 보내졌는데 기적적으로 생환했다. 수용소 안에서 목격한 무자비한 살육은 화학과 수석 졸업생이었던 그에게 다른 주제로 펜을 들게 만들었다. ‘이것이 인간인가’ ‘주기율표등 생환 회고록을 썼고, 홀로코스트에 대한 기억을 기록으로 남겼다.


이번엔 증언 대상이 사뭇 다르다. 전쟁의 잔혹함, 인간성에 대한 회의가 아닌, 평범한 일상에 대한 얘기들이 고통에 반대하며에 담겼다. 이 책에 담긴 수십 편의 에세이들간 공통점을 뽑자면 시선을 꼽을 수 있다. 아니나 다를까 부제도 타자를 향한 시선이다.


시선의 대상은 일상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사소한 사물들. 사소하다 못해 별 의미 없어 보이는 것들이다. 벼룩, 아스팔트 위에 늘러 붙은 껌 등등. 한번 보고 지나치거나, 아무리 눈여겨 본다 한들 눈길이 오래 머무를 일이 없는 것들이다. 하지만 저자는 이 대상들을 계속해서 곱씹는다. 그 결과 벼룩은 최고로 감탄해야 하는 독창적인 생리와 습관의 대상이었고, 아스팔트 위의 껌은 영혼의 게으름, 나태함의 흔적이었다.


저자의 문체는 원래 냉철하고 중립적이지만, 이 책은 작고 나약한 것, 시선을 받을 일 없는 별 볼일 없는 것들에 대한 애정 어린 시선으로 가득하다. “고통은 모든 생명을 오염시킨다. 엄청난 크기의 고통을 할 수 있는 한 줄이는 것은 모든 인간에게 주어진 어려운 과제다.“ 여러 사소한 얘기를 통해 저자가 결론적으로 말하고 싶었던 것은, 세상에 고통 받아 마땅한 존재는 없다는 한 문장으로 요약할 수 있다. 그동안 글로 써온 자신의 고통만큼이나 그의 일상에 대한 증언도 울림과 여운이 크다.

 

신재현 인턴기자

 

 

<문화일보> 2016715일자

 

아우슈비츠 밖의 일상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작가이자 화학자인 프리모 레비(1919~1987)의 책 고통에 반대하며’(북인더갭)가 이번 주에 나왔습니다.

 

레비는 기억과 증언의 작가이지요. 유대계 이탈리아인인 레비는 제2차 세계대전 말 반파시즘 저항운동에 참여하다가 체포당해 아우슈비츠로 이송됐다가 11개월 뒤에 기적적으로 생환했습니다. 그의 대표작인 이것이 인간이다는 아우슈비츠 제3 수용소에서 보낸 체험과 관찰을 기록한 책입니다. ‘휴전’ ‘가라앉은 자와 구조된 자등 그의 다른 저작들도 아우슈비츠의 기억과 연결돼 있습니다. 하지만 그는 고통스러운 기억 속에서도 언제나 생에 대한 긍정과 반짝이는 유머를 잃지 않았던 작가로 유명합니다.

 

이번 주에 나온 고통에 반대하며는 그가 1964년부터 1984년까지 20년간 주로 일간지 스탐파에 기고한 짧은 에세이들을 묶은 것으로 그가 자살로 생을 마감하기 두 해 전인 1985년에 출간된 책입니다. 레비의 전작들이 어떤 식으로든 수용소의 삶과 연결돼 있는 것과 다르게 이 책은 그가 일상 속에서 보고, 듣고, 겪는 일들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냈다는 점에서 레비의 다른 책들과는 좀 다릅니다. 이전 작품들에서 드문드문 내비치던 유머와 성찰, 따뜻한 추억과 생기있는 관찰이 전면에 드러납니다. 그래서 더 특별한 느낌이 듭니다.

 

딱정벌레, 나비 같은 작은 생명에 대한 이야기, 글쓰기에 대한 생각, 집에 대한 추억, 1984년에 처음 산 워드프로세서에 대한 경험담까지 풀어냅니다. 화학자가 어떻게 소설을 쓸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대해서도 답합니다. 그는 두 문화가 양립 불가능한 것이 아니라 어떻게 선의의 인간들이 협력함으로써 서로를 이끌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가 되길 바란다. 과학에 작가의 시각을, 문학에 과학자의 시각을 부여했다고 말합니다. 최근 일고 있는 과학과 인문학의 통섭, 과학과 인문의 융합 시도에 좋은 모범이 되는 이야기입니다.

 

타자의 존재, 타자가 겪는 고통에 대해서도 여러 편의 글을 통해 이야기합니다. 그는 세계가 오직 나의 관념으로만 구성돼 있다는 생각은 유치한 판타지에 불과하다. 그래서 타자는 분명히 존재한다며 타자의 영역에 시선을 던집니다. 인간 존재를 넘어 존재하는 모든 것을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며 인간에게 주어진 긴요한 과제는 모든 생명을 오염시키는 실체인 고통의 크기를 할 수 있는 한 줄이는 일이라고 합니다. 레비의 따뜻하고, 예리하면서도, 유머러스한 글을 따라가며 글쓰기에 대해, 생명에 대해, 기술 문명에 대해 그리고 타자와 그들의 고통에 대해 생각하게 됩니다.

 

최현미 기자 chm@munhwa.com

 

 

<연합뉴스> 2016713일자

 

아우슈비츠 바깥의 프리모 레비'고통에 반대하며'

 

(서울=연합뉴스) 김계연 기자 = "모든 생명을 오염시키는 이 실체-모든 형태의 고통-의 엄청난 크기를 할 수 있는 한 줄이는 것은 모든 인간에게 주어진 어려운 과제다"

 

20세기 증언문학의 대가 프리모 레비(19191987)의 에세이집 '고통에 반대하며'가 번역·출간됐다. 1964년부터 20년 동안 이탈리아 일간지 '스탐파'에 기고한 에세이 50편이 실렸다.

 

유대계 이탈리아인인 프리모 레비는 아우슈비츠 강제수용소에 1년 가까이 갇혀 있다가 빠져나왔다. 아우슈비츠 경험을 그린 '이것이 인간인가', 고향 토리노로 돌아가기까지 9개월간의 방랑기인 '휴전' 등을 남겨 현대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작가로 꼽힌다.

 

프리모 레비는 에세이집에서 유년시절의 기억을 복원하고 글쓰기에 대한 단상을 풀어놓는다. 현대사회에 대한 성찰도 담겨있다. 아우슈비츠 경험을 직접 언급하지는 않지만 종종 극단으로 치닫는 인류문명에 대한 경계를 촉구한다. "우리는 타고난 급진주의적 기질을 거부해야 한다. 그것이 악의 근원이기 때문이다."

 

나비·다람쥐·딱정벌레·거미 같은 작은 동물들에 애정과 지식을 드러내기도 한다. 다방면을 향한 그의 관심은 "지속적인 매력에 이끌려 영원한 애정을 쏟을 수밖에 없는 모든 학문 영역, 즉 몰래 엿보고 싶고 꼬치꼬치 캐묻고픈 충동" 탓이다.

 

그는 과학기술에 작가의 시각을, 문학에 과학자의 시각을 부여했다고 말한다. 실제로 프리모 레비는 화학자로 일하다가 작가로 전직했다. 화학의 방법인 분리·측량·분석이 사건을 묘사하거나 상상을 구체화하는 데도 유용하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책에는 수용소에서의 어두운 경험을 소재로 한 다른 작품들과 달리 유머와 생기가 넘친다. 그러나 프리모 레비는 이 책이 유럽에서 출간된 지 2년 만에 돌연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헤럴드경제> 2016715일자

 

고통에 반대하며(프리모 레비 지음, 심하은 외 옮김, 북인더갭)=아우슈비츠 생환 회고록 이것이 인간인가로 깊은 감동을 준 프리모 레비의 에세이집. 저자의 개인사와 함께 작고 연약한 것들에 대한 애정, 과학과 문명에 대한 날카로운 성찰 등을 담았다. 평범하고 평화로운 어린시절은 누구에게나 아름답고 소중한 추억이지만 아우슈비츠를 경험한 작가에게는 잃어버린 낙원과도 같을 수밖에 없다. 저자의 주요 관심사는 서문에서 밝혔듯 타자의 존재. 그는 특히 과학문명이 초래할 위험에 예민한 촉수를 뻗는다. 나비, 다람쥐, 딱정벌레 같은 생명체들도 그의 관심 대상. 고통은 다만 인류에게만 가해지는 것이 아니라 또 하나의 타자인 동물에게도 고통을 오염시킨다는 것. 저자는 고통의 크기를 줄이는 게 인간의 수행해야 과제라고 말한다.

 

 

<서울신문> 2016716일자

 

고통에 반대하며(프리모 레비 지음, 심하은·채세진 옮김, 북인더갭 펴냄) 아우슈비츠에서의 생환 회고록 이것이 인간인가로 깊은 감동을 준 프리모 레비의 에세이집이다. 이 책은 저자의 개인사, 작고 연약한 것들에 대한 애정, 과학과 문명에 대한 날카로운 성찰, 글쓰기와 연관된 단상 등을 담고 있다. 마치 중세의 단선율 성가처럼, 비애와 유머가 가득하면서도 냉철한 글쓰기의 변주가 이어지는 이 에세이집에는 참사 이전, 즉 아우슈비츠 이전 저자의 기억들을 복원한 글들이 실려 있다. 저자는 아우슈비츠에서 극적으로 생환하고도 결국 자살로 생을 마감했지만 에세이집에는 언뜻언뜻 생의 의지가 비쳐지고 있다. 392. 15500.

 

 

<매일경제> 2016716일자

 

아우슈비츠 겪은 프리모 레비의 성찰록

 

아우슈비츠에서의 기적적인 생환과 귀향의 체험을 바탕으로 한 회고록과 소설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은 프리모 레비가 아우슈비츠 이전 저자의 기억을 복원한 글들이다. 저자의 개인사, 과학과 문명에 대한 날카로운 성찰, 글쓰기와 연관된 단상 등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기존 작품과 구별된다. 미물에서부터 거대한 문명에 이르기까지 프리모 레비의 방대하고 개인적인 관심사를 엿볼 수 있다. 북인더갭 펴냄.

 

 

<경향신문> 2016716일자

 

고통에 반대하며프리모 레비 | 북인더갭

 

프리모 레비 에세이집이다. 1964년부터 20년간 이탈리아 일간지 스팀파에 기고한 글 50편을 묶었다. 아우슈비츠 수용소 생활을 주로 다룬 저자의 다른 작품들과 달리 아우슈비츠 이전의 기억들을 복원한다. 따뜻한 유머와 성찰이 글 곳곳에서 묻어난다. 레비는 이 책을 내고 2년 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심하은·채세진 옮김. 15500

 

 

<동아일보> 2016716일자

 

고통에 반대하며(프리모 레비 지음·북인더갭)=유대계 이탈리아 작가인 저자가 개인사와 과학에 대한 성찰, 글쓰기에 대한 단상 등을 엮은 에세이다. 아우슈비츠 수용소로 끌려가기 이전의 기억을 위주로 썼다. 15500.

 

<조선일보> 2016716일자

 

고통에 반대하며

 

홀로코스트에 대한 기억을 전달하는 저자가 시사 이슈, 민속학, 과학, 언어학 등에 대한 단상을 모은 에세이집. 재치와 아이러니, 유머와 비애가 공존한다.

 

 

<뉴스1> 2016716일자

 

고통에 반대하며

아우슈비츠로부터의 생환 회고록인 '이것이 인간인가'로 유명한 저자의 에세이집이다. 저자의 작품 대부분이 수용소에서의 삶을 바탕으로 한 반면 이 책은 저자의 개인사, 작고 연약한 것들에 대한 애정, 과학과 문명에 대한 날카로운 성찰 등을 담았다.(프리모 레비 지음·심하은, 채세진 옮김·북인더갭·15500)

 

 

<부산일보> 2016715일자

 

고통에 반대하며

 

아우슈비츠에서 살아 돌아온 뒤 <이것이 인간인가>를 써 인간 존재에 대한 실감 나는 물음을 던진 지은이가 일간지에 기고한 산문들을 모아 펴낸 책이다. 표제작을 보면 인간이 타자의 고통을 예민하게 감지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인간이 아닌 동물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고통은 스스로에게나 타자에게 더 큰 고통을 주지 않는 것으로 보상받아야만 용인될 수 있다.' 프리모 레비 지음/심하은·채세진 옮김/북인더갭/392/15500.

 

 

<광주일보> 2016715일자

 

타자를 향해 던지는 아우슈비츠 이전의 기억들

 

아우슈비츠에서의 생환 회고록 이것이 인간인가로 전세계 독자들에게 깊은 감동을 준 프리모 레비의 에세이집 고통에 반대하며가 출간됐다. 저자의 작품이 대체로 수용소에서의 삶을 토대로 삼은 반면 이 책은 저자의 개인사를 비롯 작고 약한 것들에 대한 애정 등을 담고 있다. 프리모 레비의 대표작들 가라앉은 자와 구조된 자’, ‘이것이 인간인가에는 어두운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었다. 저자의 관심은 딱정벌레 같은 작은 미물에서부터 우주비행 같은 거대한 문명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그러나 타자를 향한 시선이라는 부제가 말해주듯 저자는 나비, 다람쥐, 딱정벌레, 거미 같은 작은 동물에 닿아 있다. 마치 생물학자가 쓴 것처럼 냉철하고 정확한 레비의 생태적 지식들은 일반 독자를 놀라게 한다. 북인더갭·15500

 

 

 

Comment

프리모 레비,

타자를 향해 던지는 깊은 시선!

 

아우슈비츠에서의 생환 회고록 이것이 인간인가로 전세계 독자들에게 깊은 감동을 준 프리모 레비의 에세이집 고통에 반대하며가 출간되었다. 저자의 작품이 대부분 수용소에서의 삶을 바탕으로 삼은 반면, 이 책은 저자의 개인사, 작고 연약한 것들에 대한 애정, 과학과 문명에 대한 날카로운 성찰, 글쓰기와 연관된 단상 등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기존 작품과 구별된다. 마치 중세의 단선율 성가처럼, 비애와 유머 가득하면서도 냉철한 글쓰기의 변주가 이어지는 이 에세이집에는 화학자이자 열정적인 호기심을 가진 관찰자로서의 레비의 또다른 면모가 유감없이 발휘돼 있다.

 

가라앉은 자와 구조된 자』 『이것이 인간인가등 프리모 레비의 대표작들에는 어두운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 아우슈비츠에서 극적으로 생환하고도 결국 자살로 생을 마감한 그의 생을 되돌이켜볼 때 어쩌면 당연한 일이라 하겠다. 하지만 그의 글이 우리를 놀라게 하는 것은 죽음 때문만은 아니다. 그건 언뜻언뜻 비치는 생의 의지와 희미한 미소 때문이기도 하다. 왜 인간은 쉽게 죽지 않는 것일까? 고통에 반대하며에서 저자는 절망을 한층 더 억누르는 대신, 전작에서 그렇게 드문드문 내비치던 유머와 성찰, 따듯한 추억과 생기있는 관찰을 전면에 내세운다. 딱정벌레 같은 작은 미물에서부터 우주비행 같은 거대한 문명에 이르기까지 프리모 레비의 방대하고 개인적인 관심사를 엿볼 수 있는 이 책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참사 이전, 즉 아우슈비츠 이전 저자의 기억을 복원한 글들이다.

 

아우슈비츠 이전의 기억들


이 기억들은 눈이 시리도록 아름다운 반면에 묘한 슬픔을 불러일으킨다. 만약 이 작가에게 아우슈비츠와 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았다면 어떤 생이 이어졌을까. 가령, “의지에 반해 떠나야 했던 기간을 제외하고는 한 번도 떠난 적이 없는 작가의 집이 간직한 기억들은 얼마나 평범하며 평화로운가(우리 집). 그 집의 한 모퉁이는 술래잡기 놀이에서 늘 숨기 좋은 장소로 선택되는데, 예전에는 작가 자신이, 그 후에는 어김없이 작가의 딸과 아들이 거기에 숨는다. 그렇게 작가의 유년 시절은 아름다운 신비로 가득 차 있다. 직물을 파는 할아버지의 작은 가게는 점원들의 말투 하나하나, 기둥에 박힌 거울조각, 기가 막힌 그들의 상술까지 소년의 눈에는 하나같이 경이로운 동화처럼 기억된다(할아버지의 가게). 긴 대결은 청소년기의 비범한 의지, 익살스러운 고집, 오기 가득한 반항심과 기이한 우정을 빼어나게 묘사한 글로, 프리모 레비가 지닌 작가로서의 디오니소스적인, 그래서 어쩌면 문학적 역량의 바탕이 돼주었을 재능를 증언한다. 그 외에도 천진한 동심을 묘사한 동물 창조하기」 「아이들의 국제경기」 「보이지 않는 세계같은 글을 통해 프리모 레비는 아름답고 인상적인 유년의 세계를 그려낸다.


서문에서도 밝혔듯이, 이 책에서 저자의 주요 관심사는 타자의 존재. 저자가 보기에 유아론(唯我論), 즉 세계가 오직 나의 관념으로만 구성돼 있다는 생각은 유치한 판타지에 불과하다. 그래서 타자는 분명히 존재하며그 타자의 영역에 시선을 던지는 것은 이 책의 긴요한 주제가 된다. 저자가 바라본 그 첫번째 타자는 과학과 현대 문명이다.


저자가 보기에 현대 문명이 일궈낸 과학의 대혁신은 놀랄 만한 사회 변화를 야기했으나 전혀 상상할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하기도 했다. 가령 핵에너지, 살충제, 살진균제 같은 것들은 지구의 환경을 심각하게 위협함으로써 시급한 재평가를 요구하고 있다(달과 우리). 무엇보다, 우리의 시대는 안타깝지만 시()의 시대가 아니다. 이제 인류는 별이 그저 원자로에 불과하며 때로는 차() 한잔보다도 따듯하지 않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하늘로부터의 소식). 더이상 별이 시적 소재로서 어떤 사랑이나 평화의 메시지도 전하지 못하는 시대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프리모 레비에게 그것은 우리 이성에 닥친 거대한 도전을 의미한다.

 

타자를 향한 시선


하지만 그것은 받아들여야만 하는 도전이다. 우리의 뇌는 그 도전을 받아들일 수 있는 우주의 유일한 예일지도 모른다. 마치 체스 선수처럼, 어떤 수든 뒤로 무를 수 없는 우리는 수를 두기 전에 숙고해야만 한다. 또한 잘못된 수는 대가를 치른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그건 좀더 예민해져야 한다는 것이며, 바로 이 예민함이야말로 시인과 체스 선수의 공통점이자 이 시대가 요구하는 미덕이다(예민한 체스 선수들). 과학 문명은 반드시 위험을 초래할 것이며 지금도 끊임없이 초래하고 있다. 그 모든 위험을 제거하는 것은 결코 불가능하지만, 모든 해결된 문제는 인간의 생명을 지켰다는 점에서 하나의 승리다(호박의 힘). 이런 정교한 해결 능력, 끊임없는 숙고와 신중함, 언어적 타협의 가능성 같은 것들이 바로 시가 죽어가는 시대에 인류가 모색할 대안임을 레비는 역설하고 있는 것이다.


저자의 왕성한 호기심을 자극한 두번째 타자들은 나비, 다람쥐, 딱정벌레, 거미 같은 작은 동물들이다. 마치 생물학자가 쓴 것처럼 냉철하고 정확한 레비의 생태적 지식들은 우리를 다시금 놀라게 한다. 또한 그 관찰은 그저 박학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따듯하고 경이로운 인문적 시선을 담고 있어 더욱 값지다. 이 박정한 시대에 고통은 다만 인류에게만 가해지는 것이 아니다. “우리의 길동무이자 또하나의 타자인 동물들이 겪는 고통을 바라볼 때, “고통은 모든 생명을 오염시키는 실체이며 이 고통의 크기를 할 수 있는 한 줄이는 것이 인간에게 주어진 긴요한 과제임을 새삼 깨닫게 된다(고통에 반대하며).

 

이 책의 여러 글에서 강조되고 반복되는 또 하나의 주제는 글쓰기에 관한 것이다. 왜 쓰느냐는 문제에서부터 어떤 글을 써서는 안 되는지에 이르기까지 프리모 레비는 상세하고 구체적인 조언을 마다하지 않는다. 특히 불명료한 글쓰기에 관해서 저자는 매우 비판적이다. 아무리 시라 하더라도 글은 정확한 의미를 전달해야만 한다고 저자는 말한다(불명료한 글쓰기에 대하여). 그런데 이런 주장조차 고통과 연결돼 있음을 우리는 염두에 둬야 한다. 프리모 레비처럼 온몸으로 고통을 증언해야만 했던 작가에게 불명료한 글쓰기란 불미스러운 것들에 대한 모호한 찬양과 연결되기 때문이다. 저자가 말하듯, 초인에 대한 믿음에 빠져 파시즘에 경도된 에즈라 파운드의 경우가 바로 그렇다. 여기에 예외가 있다면, 죽어가는 인간의 가르랑거리는 소리 바로 그것을 증언한 파울 첼란 같은 경우가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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