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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소설 덕후극_미들마치_17_60-62장 그 시절 미들마치에선 경매가 일종의 축제였다. (우리 문화로 치면 장날이라고나 할까^^) 대지주 중 한 사람인 라처 씨의 가구, 서적, 그림 등이 지역주민을 위한 경매에 나왔다. “혹시 어머니 성함이 새러 던커크 씨죠?” 그런데 붐비는 경매장에서 누군가 윌 레이디슬로에게 말을 건다. “네, 맞습니다. 그것이 어떻다는 겁니까?” 심사가 뒤숭숭한 윌이 바로 받아쳤다. 말을 건 사람은 다름 아닌 래플스. 빌런이 돌아온 것이다. 그러니까 15화에서 언급됐던 ‘새러’라는 이름은 윌 레이디슬로의 엄마 이름이었다. “언짢게 생각지 말게. 자네 어머니가 생각났을 뿐이야… 처녀 시절의 어머니를 알고 있어서 말이야. 하지만 자네는 아버지를 닮았어.”(1033쪽) 너의 어머니 집안은 도둑 장사 집안이야, 전당포 사업이라 알.. 2024. 3. 22.
고전소설 덕후극_미들마치_05_20-22장 로마의 시스티나 거리. 커소번부인은 울고 있다. 신혼여행지 로마가 갑자기 폐허로 변해버린 것만 같다.   이 무거운 짐, 이 숨막히는 외로움, 이 밀려오는 공포와 혼돈은 무엇일까. 커소번부인은 울고 있다. 결혼과 함께 미로에 빠진 듯한 이 느낌은 무엇일까. 남편의 정신에서 더 깊은 것을 배우리라 상상했던 새신부에게 닥쳐온 이 정체 모를 분노는 무엇일까. 높이 쌓아올린 지식의 소유자인 남편과 대화할 때마다 왜 우울해지는가. 남편을 따라가면 넓은 벌판에 이르리라 예상했던 새신부 앞의 짙은 어둠은 왜 이토록 집요한가.  “당신이 늘 말씀하시던 그 몇 권이나 되는 주主를 이번에는 하지 않으실 건가요? 그 주의 어느 부분을 이용하실 건지 그걸 정하지 않으실 건가요? 그리고 당신.. 2024. 2. 5.
고전소설 덕후극_미들마치_02(4-9장) “고맙습니다, 큰아버지. 전 그분을 지금까지 만난 어떤 분보다도 진심으로 존경하고 있으니까요.” (도로시아는 커소번 신부를 지금까지 세 번인가 만났는데, 설마?) “너보다 무려 27년이나 위다. (…) 한데 그 사람한테는 상당한 재산이 있어. 교회와는 별도로 말이다. 대단한 수입이지. 하지만 (…) 몸도 그렇게 튼튼한 편이 못 된다.”(71쪽) “판단력은 물론 각 방면의 지식이 저를 능가하는 사람을 남편으로 택하고 싶어요.” 도로시아는 자신의 삶을 한 남자의 보조자로 세팅하는 중이다. 도로시아가 꿈꾸던 삶의 이상과 미래의 도전은 중년의 성직자 겸 학자 앞에서 사라지고 말았다. 설마가 사람 잡는다더니, 부모를 일찍 떠나보낸 도로시아로서는 아버지 같은 남편을 원했을 수 있다. 가르쳐주고, 바로잡아주고, 울타.. 2024. 1. 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