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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소설 덕후극_미들마치_05_20-22장 로마의 시스티나 거리. 커소번부인은 울고 있다. 신혼여행지 로마가 갑자기 폐허로 변해버린 것만 같다.   이 무거운 짐, 이 숨막히는 외로움, 이 밀려오는 공포와 혼돈은 무엇일까. 커소번부인은 울고 있다. 결혼과 함께 미로에 빠진 듯한 이 느낌은 무엇일까. 남편의 정신에서 더 깊은 것을 배우리라 상상했던 새신부에게 닥쳐온 이 정체 모를 분노는 무엇일까. 높이 쌓아올린 지식의 소유자인 남편과 대화할 때마다 왜 우울해지는가. 남편을 따라가면 넓은 벌판에 이르리라 예상했던 새신부 앞의 짙은 어둠은 왜 이토록 집요한가.  “당신이 늘 말씀하시던 그 몇 권이나 되는 주主를 이번에는 하지 않으실 건가요? 그 주의 어느 부분을 이용하실 건지 그걸 정하지 않으실 건가요? 그리고 당신.. 2024. 2. 5.
고전소설 덕후극_미들마치_03_10-15장 신혼여행지는 로마로 결정되었다. 그런데 더없이 행복해야 할 새신랑 커소번 신부는 묘한 허무와 고독, 슬픔의 시간을 겪는다. (얼마나 큰 탐욕을 부렸는지는 본인이 잘 알 테니 괴롭겠지) 반면 행동가 도로시아는 남편을 통해 ‘보다 완전한 가르침이 올’ 거라는 확신의 나날을 보내고 있다. 결혼을 앞둔 마지막 만찬회, 미들마치에서 방구 좀 낀다는 ‘인싸’들은 다 모였다. 작가 조지 엘리엇은 만찬회 장면을 통해 새로운 인물들을 등장시킨다. 10장부터 스토리는 자연스럽게 전환되면서 확장된다. 먼저, 외과의사 리드게이트 씨 등장. 파리에서 공부했다. 젊고 얼굴도 잘생겼다. 실력도 아주 용하다. (재래의 치료법을 뒤집어엎는 개업의다) 집안도 좋다는 소문이다. 결혼을 앞둔 우리의 주인공 도로시아와는 당연히 성적 긴장감이.. 2024. 1. 31.
고전소설 덕후극_미들마치_02(4-9장) “고맙습니다, 큰아버지. 전 그분을 지금까지 만난 어떤 분보다도 진심으로 존경하고 있으니까요.” (도로시아는 커소번 신부를 지금까지 세 번인가 만났는데, 설마?) “너보다 무려 27년이나 위다. (…) 한데 그 사람한테는 상당한 재산이 있어. 교회와는 별도로 말이다. 대단한 수입이지. 하지만 (…) 몸도 그렇게 튼튼한 편이 못 된다.”(71쪽) “판단력은 물론 각 방면의 지식이 저를 능가하는 사람을 남편으로 택하고 싶어요.” 도로시아는 자신의 삶을 한 남자의 보조자로 세팅하는 중이다. 도로시아가 꿈꾸던 삶의 이상과 미래의 도전은 중년의 성직자 겸 학자 앞에서 사라지고 말았다. 설마가 사람 잡는다더니, 부모를 일찍 떠나보낸 도로시아로서는 아버지 같은 남편을 원했을 수 있다. 가르쳐주고, 바로잡아주고, 울타.. 2024. 1. 29.
고전소설 덕후극_미들마치_01(1,2,3장) “색깔이 냄새처럼 이렇게 사람 마음에 깊숙이 스며들다니 정말 놀랍구나. 그래서 에도 보석이 영적 표상으로 적혀 있는 모양이야. 마치 천국의 단편 같아.이 에메랄드 반지가 제일 아름답지 않니?” -『미들마치』, 주영사, 25쪽 조지 엘리엇의 소설 『미들마치』의 주인공 도로시아 브룩의 대사다. 신앙심이 이 정도는 되어야 고전의 주인공 반열에 오를 수 있다. 돌아가신 엄마가 남긴 보석류를 동생 실리아와 함께 살펴보던 중 내뱉은 말 속에는 그녀의 고결한 영적 감수성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도로시아 브룩(애칭은 도도)은 ‘정말 행복한 결혼생활이란 아버지 같은 남편이 있어 원한다면 히브리어도 가르쳐 줄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또한 남편은 자신을 무지에서 해방시켜 ‘장대한 길’로 이끌어줄 .. 2024. 1. 29.
고전소설 덕후극_미들마치_연재 소개 독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북인더갭 ‘김실땅’입니다. 늦었지만 새해 인사부터 드리겠습니다. 2024년에도 모두 건강하시고, 신나는 한해 보내시길 바랍니다! 새해를 맞아, 만성 게으름을 뼈아프게 반성하며 ‘뭐라도 해보자’ 다짐했습니다. 제가 밥 먹고 하는 일이 뭐겠습니까? 읽고 쓰는 게 전부거든요. 책과 관련된 콘텐츠로 다양한 ‘꺼리’를 만들어 독자님들과 올 한해 소통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블로그 안의 묵은 먼지도 털어낼 겸, 첫 콘텐츠는 제가 장르를 직접(!) 만들어서 진행할까 합니다. 이름하야, 김실땅의 ! 첫 작품은 무려 1,400 쪽에 달하는 조지 엘리엇(본명: 메리 앤 에번스,1819-1880)의 소설 『미들마치』(이가형 옮김, 주영사, 2019)로 정했습니다. 이 벽돌책을 제 곁에서 못 떠나보내.. 2024. 1. 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