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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후감/언론이 본 덕후감

한겨레 경향 서울 연합 부산일보 등

by 북인더갭 2016. 1. 11.

<한겨레> 2016. 1. 8.

 

덕후감

김성윤 지음/북인더갭·15000

 

수면제는 잠을 재워주지만 깨워주진 않는다. 깨는 건 스스로. 아니면 누가 흔들어줘야 한다. 여가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대중문화는 한국인에게 얼마간 쉼을 유도하는 약 같기도 하다. 아이돌그룹을 쳐다볼 때, 막장 드라마를 쏘아볼 때, 오디션 서바이벌 프로그램을 지켜볼 때. 꿈같이 비현실적인데, 몰입이 된다. 대중문화의 비현실은 현실에서 비켜선 유사현실에 가깝지 판타지는 아니라서다. 대중문화는 이 땅에선 특히 현실에서 달아나려는 소망의 재현물이다. 10대에 대한 드문 인문서 <18세상>(2014)의 지은이 김성윤이 <덕후감>에서는 대중문화로 한국 사회를 망본다. 잠이 깬다.


 

엠비시 <무한도전>을 다룬 글의 제목은 연예 민주주의의 탄생이다. 지은이는 정해진 형식이 없으므로 모든 형식을 담아내는” <무한도전>완벽한 포스트모던 텍스트라 주장한다. ‘반장 선거등 시청자가 프로그램에 개입해 직접 판단하고 평가하게 하는 양식도 처음이었다. ‘무도빠를 양산한 10주년 특집은 출연자들이 무인도에서 200m 밖 배를 향해 탈출하는 미션. 물론 실패했다. ‘4월의 찬 바다에서 연출자는 말한다. “만조 때라 탈출은 애초에 불가능했다. 다만 여러분들이 직접 겪어보시라고 기획했다.”

 

아이돌 문화를 이끄는 소녀들의 팬덤은 남성성 위주의 섹슈얼리티가 무너지는 현상으로, 그 뒤에 등장한 삼촌팬현상은 근엄한 척 의뭉했던 남성성이 탈권위적으로 나타난 사례로 꼽는다. 배트맨이 민중을 덮쳐잡는 용역이 된 영화 <다크 나이트 라이즈>, 무능력한 국가를 대신하는 최고경영자(CEO)가 등장하는 영화 <아이언맨>등에선 신자유주의의 정치적 내면을 읽어낸다.

 

사회과학의 글도 생명은 객관성(재현성)이다. 과학 연구 결과처럼 동일한 논리에 독자의 경험을 대입했을 때도 같은 결론이 나와야 한다. 반대로 예술은 주관적이다. 김성윤의 글쓰기는 사회학의 안정적 객관 위에서 그만이 가진 독특함으로 예술적 만족까지 준다.

 

석진희 기자 ninano@hani.co.kr

 

 

<경향신문> 1. 9.

 

덕후감 | 김성윤 | 북인더갭

 

TV드라마나 예능프로그램들, 가요와 영화 등 대중문화 속에 숨겨져 있는 대중의 정치적 무의식을 간략하게 살피고 있다. 저자는 대중문화가 현실과 떨어진 판타지가 아니라 다양한 방식으로 정치와 경제·사회문제는 물론 대중의 집단적 욕망과 불안을 반영하고 있다고 믿는다. 걸그룹에 열광하는 삼촌팬들, ‘무한도전을 놓치면 허전해하는 무도빠까지 갖가지 분석이 이뤄진다. 15000

 

 

<서울신문> 2016. 1. 9.

 

덕후감(김성윤 지음, 북인더갭 펴냄) 저자는 대중문화를 현실에서 동떨어진 판타지가 아니라 우리 정치, 사회, 경제와 긴밀히 연결된 무의식이라는 일관된 관점으로 서술하고 있다. 책이 다루는 소재는 아이돌 스타를 향한 팬덤이나 삼촌 팬과 같은 현상부터 각종 TV 드라마와 영화까지 다양하다. 324. 15000.


 

<한겨레21> 1095호


예사롭지 않은 저자다. 전작 제목이 <18세상>. 이번엔 <덕후감>이다. 걸그룹을 보며 동공이 커지지만 촛불시위에 달려나가는 삼촌팬부터 오락 프로그램 <무한도전>의 시대사적 의미를 톺아보는 무도빠까지…. 대중문화와 정치적 무의식의 관계를 탐구한다. 독후감이 아니라 덕후감이라고 부러 잘못 적은 데서도 지은이의 감각이 반짝인다.



<주간동아> 1021호


팬픽, 팬아트, 멤버놀이, 걸크러시로 나타나는 소녀들의 성적 판타지란 무엇일까. ‘삼촌’이라는 이름으로 귀환한 신세대 남성들은 누구인가. 영화 ‘써니’ ‘건축학개론’ ‘미생’이 어른들을 위한 판타지인 이유. 영화 ‘국제시장’과 ‘변호인’을 둘러싼 해석 전쟁에서 왜 박정희와 노무현의 유령이 어슬렁거리는가. 사회학자로서 정치, 경제, 사회와 관련 있는 대중문화 현상을 분석한 글로, 여러 잡지에 기고했던 내용을 대폭 수정해 재구성했다.



<연합뉴스> 2016. 1. 5.

 

(서울=연합뉴스) 고은지 기자 = 요즈음 포털 사이트를 보면 '걸 크러쉬'(girl crush)라는 말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소녀'를 뜻하는 ''(girl)'반하다'는 의미의 '크러시'(crush)의 합성어로, 여자가 반할 만큼 멋진 여성 연예인을 지칭할 때 흔히 쓰인다. 최근 여성 래퍼의 성행 등에 힘입어 부는 '걸 크러쉬' 열풍에는 어떤 소망 혹은 욕망이 숨어 있을까.

 

김성윤 문화사회연구소장은 신간 '덕후감'에서 대중문화를 우리의 정치·사회·경제와 관련짓는다. 대중문화는 결코 현실에서 떨어져 존재하는 '판타지'가 아니며 어떤 방식으로든 우리 사회와 연결돼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대중문화는 현실을 그대로 재현하지 않는다. 오히려 현실에서 달아나려는 소망을 재현한다. 예컨대 과거 큰 인기를 끌었던 '남자 셋 여자 셋'과 같은 캠퍼스 드라마는 현실과 동떨어진 '낭만적인' 캠퍼스 생활로 대학문화를 왜곡했다. 이른바 '막장 드라마'의 시청률이 높은 것도 시청자의 불안심리를 끊임없이 자극하며 그 속에 숨겨진 집단적 욕망을 끄집어냈기 때문이다.

 

서태지와 아이들의 '교실이데아'가 큰 주목은 받은 배경에는 당시 전 지구적으로 전개됐던 정치경제적 변동, 즉 신자유주의에 대한 저항이 깔렸다. 책이 다루는 소재는 아이돌 스타를 향한 '팬덤'이나 '삼촌팬'과 같은 현상부터 각종 TV 드라마와 영화까지 다양하다. 대중문화라는 비교적 말랑말랑한 소재를 가지고 이야기하지만, 책이 말하는 바는 가볍지 않다.

 

저자는 "책을 보고 난 후 독자들에게 '''는 어째서 소망의 거울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걸까', '현실 속의 ''(소망의) 거울 속의 ''가 소망하는 것과 같은 소망을 품고 있은 걸까', '애초에 ''란 존재가 소망하는 것은 무엇일까'와 같은 질문이 남길 바라는 마음에서 이 책을 기획했다"고 말했다.


 

<부산일보> 2016. 1. 8


삶에 지친 사람들은 '판타지'에 몰입한다


우리가 견디는 세상은 브레이크 없이 질주 중이다. 새해가 왔다는 것만으로 느닷없이 희망적일 수 없는 이유다. 팍팍한 삶에 지친 사람들은 추억에 젖고 판타지에 빠져든다.

 

그래서 '대중문화는 현실을 재현하는 게 아니라 현실로부터 달아나고자 하는 소망을 재현한다.' 김성윤 문화사회연구소 소장은 '대중문화란 '해리 포터' 시리즈에 나오는 '소망의 거울'(The Mirror of Erised) 같은 것'이라고 했다.('Erised'는 소망을 뜻하는 단어 'desire'를 거울에 비치는 것처럼 거꾸로 쓴 것이다)

 

그의 책 '덕후감'은 이 '소망의 거울' 대중문화에 숨겨진 정치적 무의식을 읽어냈다. 대중문화는 그저 판타지가 아니라 어떤 방식으로든 정치, 경제, 사회와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덕후'''을 뜻하는 '덕후감'은 대중의 집단적 욕망과 불안이 대중문화를 통해 어떻게 전도됐는지 짚어낸다. 서태지와 아이들의 '교실이데아'에선 신자유주의에 대한 저항을 읽어내고, 영화 '귀여운 여인'에선 '기업 사냥꾼' 리처드 기어를 통해 신자유주의적 기업가 정신을 찾아내기도 했다.

 

영화 '써니''건축학개론', 드라마 '미생'에선 '어른들을 위한 판타지'를 찾아냈다. '우리 모두는 누군가의 첫사랑이었다.' 이 카피로 '어쩌다 보니 어른이 된' 이들의 마음을 흔들었던 영화 '건축학개론'. 저자는 이 영화에서 뜻밖에 1996년 여름 연세대 캠퍼스를 폐허로 만들었던 백골단의 대대적인 한총련 진압 작전의 흔적을 짚었다. 1996년 가을. 2학기에 어색한 '개론' 수업을 하는 대학. 수업 중 학교로 가는 동선의 끝 지점은 신촌 캠퍼스지만 영화 촬영 장소는 경희대 캠퍼스였다. 관객을 '첫사랑의 추억'에 젖게 해야 하는데 이 지독했던 여름을 이야기할 순 없었기 때문이다. 학생운동은 연세대 사태 이후 완전히 내리막길을 걸었고 젊은이들은 표적을 잃었다.

 

저자는 드라마 '미생'도 판타지물이라고 단언한다. '사실은 있지만 현실은 부족했기' 때문이다. 저자가 '미생'''거짓'이 아닌 ''으로 사람들을 호도하는 새로운 수법을 보여준 작품'이라고 까지 한 것은 드라마에서 '미생이기에 더 많은 자기 계발과 자기 책임이 필요하다'는 이데올로기적 환상을 읽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2PM의 박재범을 단 며칠 만에 미국으로 쫓아버린 '박재범 사태'에선 '사회적 불평등'에 대한 강한 불만을 읽어냈다. '한국에서 돈 벌고' '그 인기로 덕을 누리면서' '다 해 처먹는'(다고 여겨지는) 사람이 한국의 평범한 '흙수저'들을 비하했다고 여긴다면. 그게 누구든 상관없이 대중은 (사실 여부를 가릴 겨를 없이) 언제든 폭발할 준비가 돼 있다. 저자는 '이런 소망의 거울 속 나를 근심하고 진찰해 보자'고 권한다. '나란 존재가 진정 소망하는 것은 무엇일까' 되짚어보길 바라는 책. 김성윤 지음/북인더갭/324/15천 원. 강승아 기자 seung@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