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소설 덕후극_미들마치_12_42-47장 한편, 지금 커소번을 괴롭히는 건 그의 아내였다. 아니 새파란 조카 윌 레이디슬로였다. 『신화학전해』에 대한 의지는 사그라들었다. 어이없게도 이미 독일에선 연구와 해석이 끝난 주제였다. 성경 속 신비와 고대 신화를 버무려 신묘한 뭔가를 골방에서 혼자 연구하던 커소번은 현타를 맞은 것이다. (그건 정말 나도 유감이다) 하지만 연구자로서의 진가는 그 다음부터가 아닌가? 낡고 한물간 주제라 해도, 남들이 해석과 정리를 끝냈다 해도, 연구자의 고독과 열망이 지적으로 진솔하게 구축되었다면 그것만으로 이미 충분하지 않은가. 스스로의 역량이 부족하다는 걸 받아들이고 그 한계 안에서 할 수 있는 마무리를 수행하는 게 연구자의 저력 아니겠는가. 그러한 결과물의 가치를 어느 석학의 것과 비교하겠는가. 커소번의 멘붕을.. 2024. 2. 27.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