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너머 안골에는 누가 살길래_편집자의 말 어려서부터 변두리에 살아서인지 후미진 골목이 편하다. 나무와 풀, 흙과 지렁이, 날벌레, 털 달린 짐승 등등은 내게 ‘외계’이자 ‘낯섦’이다. 나란 인간이 참 드라이하다고 나도 생각한다. 이런 내가 올초 우리 아파트 단지내 텃밭 가꾸기 공고에 마음이 흔들렸다. 마감 전날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관리실이죠, 텃밭 가꾸기 신청하려고요… 충동적으로 통화를 마친 후, 몇몇 절차를 거쳐 2평의 텃밭을 배정받았다. 내가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틈나는 대로 마당에 나가서 물을 주고 풀을 뽑는다. 고기를 먹는 것보다 땅을 어루만지는 편이 차라리 원기회복에 훨씬 유익하다. (…) 흙이 나를 순화시키고 나의 원기회복을 돕는다. 고맙다. ― 141쪽/ 나를 순화시키는 것 『산 너머 안골에는 누가 살.. 2022. 4. 13.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