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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세대와 말 안 됨의 세계관 말이 되는 것과 안 되는 것의 세계.언제부턴가 청년 세대들 사이에서 '말이 안 된다'라는 말을 자주 듣는다. 우리 세대에는 잘 쓰지 않는 어법이니 확실히 새로운 언어라 할 만하다. 새로운 언어는 바뀐 환경에 대처하는 독특한 사고방식을 반영한다고 나는 믿는 편이다. 전 같으면 뭐랄까, 부당하다든가 아니면 정의롭지 못하다는 말을 썼을 것이다. 이런 말들에는 사회의 상식이나 제도, 도덕에 대한 강력한 구심력이 있고, 그걸 벗어나는 행동에 대한 못마땅한 감정이 담겨 있다. 그런데 '말이 안 된다'는 말 속에는 강력한 중심이 없다. 그건 제도와 도덕에 이를 필요도 없이, 이미 '내 선에서' 용납하기 어렵다는 토로에 가깝다. 요즘 자주 듣는 말로 '선 넘는다'는 말이 또한 그렇다. 이런 언어에서 중요한 것은 '말'.. 2026. 9. 1.
<언어와 반언어> 언론 서평 서울신문> 2026. 8. 14. 훔치고 싶은 문장 “선동가는 말을 붙잡는다. 예술가는 말에 사로잡힌다.”비평가 카를 크라우스는 우리에게 낯선 이름이다. 그러나 지난 세기 서구 지성의 역사를 한 번쯤 들춰본 사람이라면 어디서든 반드시 한 번은 그의 이름을 마주칠 것이다. 잡지 ‘횃불’을 창간해 당대 언론, 법, 예술의 위선을 신랄하게 비판한 지식인으로 명성을 떨쳤다. 베냐민, 아도르노, 브레히트와 같은 작가들이 크라우스에게 존경을 표했다. ‘언어와 반언어’는 그의 아포리즘과 에세이를 번역한 것으로, 크라우스의 저작이 한국어로 옮겨지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선동가의 비밀은 자신을 대중들만큼이나 어리석게 만드는 것이다. 그럼으로써 대중들은 선동가만큼이나 영리하다고 믿게 된다.” 촌철살인의 문장이 찌르듯.. 2026. 8. 15.
<언어와 반언어> 옮긴이 서문 독일어문학, 그 중에서도 오스트리아 문학을 전공했고 로베르트 무질의 『특성 없는 남자』를 번역했던 나로서는 20세기 초 오스트리아 수도 빈에서 활동했던 문인들에게 관심이 없을 수 없었다. 그 중 카를 크라우스는 빈의 문화를 다룬 책마다 등장하는 작가였고, 문제적 작가로 비중 있게 소개되는 인물이었으나 막상 그가 집필한 책들이 번역되지 않아 과연 어떤 작가이길래 이러한 주목을 받는지 늘 궁금했다. 우리가 아는 거장들의 평가 중 몇 가지만 소개하자면, 카를 크라우스가 발행한 잡지 『횃불』Die Fackel의 애독자였던 발터 벤야민은 “침묵, 지식, 정신의 깨어 있음이 논쟁가 크라우스의 특성을 구성한다”고 말했고 아도르노는 “언어를 심판함으로써 사회를 심판하는 작가”로서 크라우스를 높이 평가했다. 빈 출신의 .. 2026. 8. 12.
<언어와 반언어> 책 속에서 ▪ 책 속에서 우리가 머리만 자르고 싶을 때 이발사는 새로운 소식을 전해준다. 우리가 뉴스만을 원할 때 저널리스트는 똑똑해 보이려고 애쓴다. 둘 다 더 높은 것을 지향하기 때문이다. (17면) 선동가의 비밀은 자신을 대중들만큼이나 어리석게 만드는 것이다. 그럼으로써 대중들은 선동가만큼이나 영리하다고 믿게 된다. (23면) 문예란을 쓴다는 건 대머리에 컬을 만드는 것과 같다. (33면) 선동가는 말을 붙잡는다. 예술가는 말에 사로잡힌다. (35면) 오, 황홀한 언어체험의 환희여! 언어의 위험은 사유의 쾌락이다. 저 모퉁이를 도는 것은 무엇인가? 아직 보이지 않는데 이미 사랑에 빠진 것 아닌가. 나는 이 모험 속으로 투신한다. (43면) 형편없는 화가의 그림은, 순간 입을 벌린 모습으로 그려진 사람이 다시는.. 2026. 8. 12.
<언어와 반언어> 저자 카를 크라우스 카를 크라우스 Karl Kraus 1874년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에서 태어나 빈 대학에 진학했지만 학위를 마치진 않았다. 1899년 스물다섯의 나이에 잡지 『횃불』(Die Fackel)을 창간해 사망하던 해인 1936년 922호에 이르기까지 발간을 이어갔다. 창간 이후 12년 동안은 다른 필자들의 글도 실었지만 그 이후로는 자신의 글만 수록한 1인 잡지로서 수많은 작가들에 대한 비판과 풍자를 담았고 법제도와 언론의 위선, 전쟁 등을 신랄하게 공격했다. 독선과 조롱을 언어유희로 버무리는 데 탁월하여 치명적인 한방을 날리면서도 고도의 유머를 잃지 않는 진검승부를 벌인 결과 발간 내내 고소 고발 사건에 휘말렸다. 크라우스의 에세이와 아포리즘은 대부분 『횃불』에 실린 것을 편집해 재수록한 것이다. 장식적 예술.. 2026. 8. 12.
카를 크라우스 <언어와 반언어> 책 소개 지난 세기 서구 문화를 다룰 때마다 반드시 언급되는 작가지만 우리에겐 여전히 생소한 카를 크라우스의 아포리즘과 에세이를 한국 최초로 번역한 작품집 『언어와 반언어』가 출간되었다. 카를 크라우스는 잡지 『횃불』(Die Fackel)을 창간해 언론과 법, 예술의 위선을 신랄하게 공격하여 시대의 논쟁가로 이름을 떨쳤으며 벤야민, 아도르노, 브레히트 등 당대 거장들의 존경을 받았다. 비판과 풍자를 언어유희로 버무리는 데 탁월한 크라우스의 글쓰기는 겉과 속이 다른 표리부동의 세계를 보편적인 예술정신으로 비판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1부에는 크라우스의 촌철살인의 사유가 빛나는 아포리즘을 모았고 2부에는 시대와 일상의 풍경을 아이러니한 감각으로 포착한 짧은 에세이들을, 3부에는 저널리즘, 예술, 전쟁 등을 깊이 파헤.. 2026. 8. 12.
<좋건 싫건, 나의 시대>_ 언론 서평 경향신문> 2025. 7. 11. 금요일의 문장_좋건 싫건 나의 시대>(조지 오웰 지음, 안병률 옮김, 북인더갭) “정치적 용어로 옮기자면 예이츠의 경향은 파시스트다. 대부분의 생애 동안, 그리고 파시즘이라는 말이 떠돌기 훨씬 전부터 예이츠는 귀족적인 길을 따라서 파시즘에 도달한 사람들의 세계관을 소유하고 있었다. 그는 민주주의, 현대 세계, 과학, 기계, 진보의 개념, 무엇보다 인간 평등 같은 개념을 아주 싫어했다. 그의 작품 상당 부분을 차지한 이미지는 봉건적이며 심지어 그는 보통의 속물주의에서도 벗어나지 못했다.” 좋건 싫건, 나의 시대>, 북인더갭 영국 시인 윌리엄 버틀러 예이츠는 20세기 최고 영미 시인을 논하는 자리에서 빠지지 않고 거론되는 인물이다. BBC는 영어로 글을 쓰는 작가들에게 끼.. 2025. 7. 14.
좋건 싫건, 나의 시대 _본문 중에서 스페인에서 본 것, 그리고 좌파 정치 집단에서 일하면서 목격한 것 때문에 나는 정치 혐오에 빠져들었다. 한동안 독립노동당의 일원이었지만 이번 전쟁이 발발하자 그 조직을 떠났다. 노동당은 말도 안 되는 소릴 할뿐더러 히틀러에게 유리할 뿐인 정책 전선을 펴고 있기 때문이다. 감정적으로 나는 완전히 ‘좌파’였으나 작가라면 정당의 딱지에 상관없이 정직하게 살아야 한다는 것이 내 지론이다. (10쪽)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언어를 개혁하자는 제안이 다소 별스럽기도 하고 호사가의 일처럼 보일 것이다. 하지만 사람들 사이에,--적어도 서로 가깝지 않은 사람들 사이에--얼마나 큰 이해의 장벽이 있는지는 한번 고려해볼 만한 일이다. 새뮤얼 버틀러가 최근 지적했듯이, 최고의 예술은(그러니까 가장 완벽한 사고의 전달은) 한 .. 2025. 7.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