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소설 덕후극_미들마치_21_73-76장 벌스트로드는 회합 석상에서 받은 치명적인 공격으로 쓰러졌다. 그를 부축해서 회의 장소를 빠져나온 리드게이트도 확실한 공범으로 낙인 찍혔다. 쓰러진 사람을 치료하고 집으로 돌아가는 리드게이트의 발걸음은 천근만근이다. 결혼도, 의사로서의 긍지도, 인간으로서의 명예도 모두 끝났다. 로저먼드가 모든 걸 알게 된다면… 미들마치의 부인들에겐 그 어느 때보다 할 이야기가 많아졌다. 그런 남자와 같이 살다니, 저라면 독살당하지나 않을까 해서… 천 파운드를 받은 데는 다 이유가 있죠…로저먼드도 한번 혼이 날 필요가 있어요… 그래도 고모인 벌스트로드 부인이 조금 더 용감했던 걸까. 부인은 긴가민가하면서 오빠인 빈시 씨네 공장 창고로 마차를 향하게 한다. 오빠를 만나보자, 오빠는 다 알고 있겠지, 돌려 말하지 않겠지. “불.. 2024. 4. 4. 고전소설 덕후극_미들마치_20_70-72장 래플스의 생명은 끈질겼다. 잠시 눈을 부치는가 싶더니 오후 6시 경부터 다시 죽을 것만 같다고 소리 소리를 질렀다. 한잔만, 한잔만! 벌스트로드는 알코올 중독자를 가정부에게 맡기고 객실로 내려왔다. 양초에 불을 붙였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진통제 대용인 아편 복용법은 설명했지만 어느 선에서 중지해야 한다는 것까지는 설명하지 않았다. 이런 걸 깜빡하다니.(정말 깜빡한 걸까?…) 벌스트로드는 촛대를 들고 벌떡 일어섰다. 그러나 그대로 가만히 서서 생각했다. 알려줄 필요가 있을까… 시간이 흘렀다. 하인이 주인 나리를 찾으며 다급하게 달려왔다. 환자가 죽을 것 같다고, 헛소리가 심해진다고, 술만 찾는다고. “술 저장실 열쇠야. 거기 브랜디가 잔뜩 있어.”(1201쪽) 불쌍한 래플스. 래플스는 자신이 두려워하던 .. 2024. 4. 1. 고전소설 덕후극_미들마치_19_66-69장 미들마치에도 한량들이 모이는 ‘그린 드래건’이라는 펍이 있다. 부부싸움에 빡친 리드게이트가 바로 이곳에서 당구 큐대를 휘날리고 있다. 비참하면 타락하는 것도 한순간이다. 말이 좋아 내기당구지 도박이다. 순간의 위안을 위해 아편도 몇 번 했다. 가진 것 없는 사람이 한몫 잡으려면 도박 말고 뭐가 있겠나. 의사로서 이상을 품고 사회 복지의 발전을 위해 매진하던 리드게이트의 모습은 급격하게 퇴색했다. 지금 내 꼴은 이게 뭐지, 정말 미들마치를 떠날까? 근데 병원 영업권을 살 사람이 있을까, 여기서 다 포기해야 하나?… 골머리를 썩다가 리드게이트는 은행가 벌스트로드를 떠올린다. 정확히 말하자면, 벌스트로드가 소유한 돈이 떠오른다. 돈은 얼마나 유용하고도 사악한 해결책인가. 과거의 지은 죄로 자괴감과 죄책감, 우.. 2024. 3. 28. 고전소설 덕후극_미들마치_18_63-65장 작가 조지 엘리엇은 윌을 멀리 떠나보내고, 도로시아도 요크셔 지방으로 땅을 알아보게끔 떠나보낸다. 그러곤 로저먼드와 리드게이트의 ‘쩐의 전쟁’에 다시금 초점을 맞춘다.(16화에서 이들은 이미 1차전을 치렀다) “하인은 한 사람만 두고 긴축된 생활을 합시다. 왕진용 말도 한 필로 참읍시다.” “소원이시라면 다른 하녀들도 해고하시죠.” “우리는 서로 사랑했기 때문에 결혼했어요. 그렇다면 사태가 잘 풀릴 때까지 어떻게 해나가지 못할 것도 없을 거요. 자, 그 일 그만두고 이리 와요.” 급화해 모드. 남편은 아내를 무릎에 앉힌다. (이해가 안 되는 장면. 싸우다말고 뭐하는 거임? 어이가 없네???) ‘여성은 연약한 것이어서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균형이 깨지기 쉽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었기 때문이리라.’(1.. 2024. 3. 25. 고전소설 덕후극_미들마치_17_60-62장 그 시절 미들마치에선 경매가 일종의 축제였다. (우리 문화로 치면 장날이라고나 할까^^) 대지주 중 한 사람인 라처 씨의 가구, 서적, 그림 등이 지역주민을 위한 경매에 나왔다. “혹시 어머니 성함이 새러 던커크 씨죠?” 그런데 붐비는 경매장에서 누군가 윌 레이디슬로에게 말을 건다. “네, 맞습니다. 그것이 어떻다는 겁니까?” 심사가 뒤숭숭한 윌이 바로 받아쳤다. 말을 건 사람은 다름 아닌 래플스. 빌런이 돌아온 것이다. 그러니까 15화에서 언급됐던 ‘새러’라는 이름은 윌 레이디슬로의 엄마 이름이었다. “언짢게 생각지 말게. 자네 어머니가 생각났을 뿐이야… 처녀 시절의 어머니를 알고 있어서 말이야. 하지만 자네는 아버지를 닮았어.”(1033쪽) 너의 어머니 집안은 도둑 장사 집안이야, 전당포 사업이라 .. 2024. 3. 22. 고전소설 덕후극_미들마치_16_55-59장 “듣자니까, 리드게이트는 일이 잘 풀리지 않아서 빚을 진 모양이야. 조만간 로저먼드가 찾아올 테지.(964쪽) 빈시 씨는 딸과 사위를 생각하며 한숨을 쉰다. 커소번 신부가 죽으면서 이제부터 소설의 무게중심은 리드게이트와 로저먼드에게로 옮겨진다. 또한 뭔가 과거가 있을 것 같은 은행가 벌스트로드도 정체를 드러내기 시작한다. 리드게이트의 사촌인 젊은 대위가 신혼집을 방문했다. 남성 편력이 있는 로저먼드는 아주 살판이 났다. 남편이 만류했는데도 로저먼드는 뜻을 굽히지 않는다. “하지만 여보, 집 안에 있어도 사고가 안 일어나란 법은 없잖아요.”(로저먼드 왜케 고집이지?) “당신 일에 관해 판단을 내리는 건 내 역할이야.”(이런 태도로 나올 줄 알았어. 리드게이트는 대화법부터 배우고 결혼을 했어야 함) .. 2024. 3. 12. 고전소설 덕후극_미들마치_15_51-54장 얼그레이 가향차로 더 유명한 찰스 그레이 백작은 1830년 영국 총리직에 오른다. 1832년, 그는 선거구를 조정하고 중산층, 상인에게까지 선거권을 확대시키는 첫 선거개혁법을 단행한다.(The Reform Act 1832) 소설에도 일명 ‘10파운드 세대주안’이라는 용어가 나오는데, 이는 연 임대료가 10파운드 이상인 세대주나 그에 준하는 주택을 소유한 자에게 선거권을 확대한다는 내용이다.(846쪽) 치사한 ‘개혁’이 아닐 수 없다. 여성이나 노동자 계급에게 선거권이란 아직 먼 이야기다. (선거권에 대한 추가 배경설명은 10화의 내용을 참조하길 바람. 1903년에 여성 참정권에 인생을 바친 우리의 에멀린 팽크허스트가 등장하고, 1928년에야 보통선거가 이뤄짐) 이러한 와중에, 후보자 추천일을 앞두고 브.. 2024. 3. 11. 고전소설 덕후극_미들마치_14_49-50장 대답하러 왔다니까요, 자 어서 일어나세요, 여보! 도도는 머리맡에 있는 사람을 붙잡고 애원했다. 남편에게 말씀 좀 전해주세요, 제가 다 설명하겠어요… 그러나, 커소번은 영원히 움직이지 않았다, 영원히. 도로시아의 제부 제임스 체텀 경은 그 누구보다도 흥분한 상태다. “처형은 이미 주위 사람의 부주의로 희생이 되었다는 사실입니다. 이번만큼은 제가 처형을 지키기 위해서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할 겁니다.”(824쪽) 남편은 석조 테이블에 엎드린 채 죽었다. 남편이 사라진 자리에 나타난 친족 성인 남성 제임스 체텀 경. 패밀리로서 처형의 명예를 위해 애쓰겠다는 그의 마음은 알겠다. 그런데 이 남자 때문에 도로시아의 운신의 폭이 좁아질 수 있겠다는 불안이 격하게 몰려온다. 물론 선의로 시작하는 마음을 .. 2024. 3. 5. 이전 1 2 3 4 5 6 ··· 28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