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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소설 덕후극 _미들 마치/25. 연재를 마치며_최종

고전소설 덕후극_미들마치_연재를 마치며_최종

by 북인더갭 2024. 4. 29.

메리 앤 에번스 언니, 안녕하세요?

 

<조지 엘리엇1819-1880>이라는 필명 말고

진짜 이름을 불러드리니 기분이 어떠셔요?

부르는 나는 친근하고 좋아요.

 

고전소설 덕후극 미들마치연재를 드디어 마쳤어요!

(2개월에 끝내야지 했는데, 3개월이나 끌었네요 ㅎㅎ)

 

좋은 작품을 다시금 읽으며 인생 공부를 했으니,

감사의 마음도 전할 겸 메리언니에게 편지를 쓰고 싶었어요.

그리고 무엇보다,

부치지 못할 이 편지는 바로 저의, 또한 북인더갭의

독서인구 저변확대 마케팅이자 ㅎㅎ,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저희의 콘텐츠예요^^

우리가 펴낸 책도 아닌 책을 붙잡고 3개월을 연재하다니,

좀 이상한 출판사의 이상한 마케팅이 맞을 거예요 ㅋㅋㅋ

 

 

메리언니,

근래 프랑스에서 있었던 일 하나 알려드릴까요.

루브르박물관 가면 그 유명한 그림 <모나리자> 있잖아요?

근데 그 그림이 수프 세례를 받았대요.

프랑스 정부가 농가 지원을 축소하면서

더 어려워진 프랑스 농민들이 한창 시위 중이었는데요,

두 명의 환경운동가가 과감하게 행동으로 보여준 거죠.

두 사람은 그림에 수프를 뿌리더니 이렇게 외치더라고요.

 

환경운동가들이 그림에 수프를 뿌리고 있다 - AFP/연합통신

 

무엇이 더 중요합니까?

예술입니까? 아니면

건강하고 지속 가능하게 먹고 살 권리입니까?”

 

 

 

언니, 이 뉴스를 보며 나는

엉뚱하게도 도로시아 브룩을 떠올렸어요ㅋㅋㅋ

우리의 도도가 21세기에 태어났다면

이런 활동가가 되지 않았을까요!!!

(기억이 가물가물한 분들은 05화를 참고할 것)

 

도로시아는 19세기의 여성으로 태어나 아내이자 엄마로 살다

찾는 이 없는 무덤으로 조용히 사라졌지만,

이상과 열정을 결코 포기하지 않았어요.

도로시아로서는 도와주고 보조하는 역할만

맡을 수밖에 없던 현실이었잖아요.

그런 엄혹한 상황 속에 빛나는 영혼을 툭, 던져놓으시다니

메리언니, 참으로 잔인하세요.

그 인생이 얼마나 고달팠겠어요.

그걸 생각도 못한 건 아니시겠죠?

그래도 도로시아는 전인격을 다해 자신의 인생을 살았어요.

아마도 도도는 메리언니 본인의 치열한 의지로 탄생한 캐릭터였겠지요.

 

조지 엘리엇 - 위키백과

 

그리고 세상에,

도도가 그런 빌런 중에서도 경건한 척 사악하기 그지없는

커소번 신부에게 넘어가도록 소설 첫 부분부터 막 나가시다니!

빡쳐서 죽는 줄 알았어요.

도도에게 뒤늦게라도 사랑을 찾아주셨으니 이정도로 그치지만,

너무 가혹하셨다고요.

물론 이러한 설정 안에도 나름 메리언니의 메시지가 있었겠죠.

(넘어진 게 대수니? 일어나, 움직여, 공부하면서 저항해!)

 

그리고요,

부부(예비부부 포함)가 나오는 장면마다

어찌나 깨알 같은 오글거림과 리얼 투쟁이 이어지는지,

그런 부분들도 참 재미있었어요.

부부의 오순도순 사는 모습, 혹은 싸우는 모습,

싸웠다 화해하는 모습,

의심하는 모습, 무시하는 모습,

그러다 또 불쌍히 여기는 모습

이 소설의 부제가

지방 생활 연구 A Study of a Provincial Life’ 잖아요.

그런데 제 생각에는 부부생활가이드라고 해도 손색이 없을 것 같아요^^

돈 문제(빚 문제), 과거 문제, 집안 문제, 신의의 문제 등등

미묘하고 치사한,

하지만 결국엔 용납하고 감싸주는

부부들의 신박한 삶을 엿볼 수 있었어요.

 

 

메리언니,

일정 시간이 지나면 나는 또 미들마치를 찾아 읽겠지요.

까닭은 나도 잘 모르겠어요.

메리언니의 텍스트를 곱씹으며 제 곁에 가까이 두고 싶어요.

그래서 전에는 발견하지 못했던 빛나는 사유를 다시금 찾아내고,

소설의 결과 틀, 스토리와 인물, 현실과 허구, 추억과 열망 등을

기억에 반복해서 되새기고 싶어요.

그 반복이 지겹지 않겠느냐고요?

1도 안 지겨워요.

내 인생의 단 하나 소망이 있다면,

나도 그런 소설을 쓰고 싶을 뿐이에요.

 

 

메리언니, 언니 덕분에 이 나이에 덕질을 처음으로 해봤어요.

덕질은 생각보다 참 재미있었어요.

읽어주시는 분들도 재미있었다면 더 바랄 게 없을 정도예요.

 

진심으로 고마워요, 메리언니.

 

언니가 살던 시대의 사람들은

언니더러 남성성의 흔적을 가진 변종이라고 했다면서요?

언어, 문학, 철학, 자연과학 등등을 거의 독학으로 통달한

언니의 빛나는 지성을 그래,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기형취급하는 사람들이라니.

오죽하면 필명으로 작품을 썼을까요.

특히, 허버트 스펜서(1820-1903)란 사람 있잖아요.

, 진짜 그런 사람은 걸러야 한다고 말해주고 싶었는데,

언니는 정작 스펜서를 좋아했다니.

맘이 좀 씁쓸했어요.

(남자 보는 눈은 저랑 다르시네요ㅋㅋㅋ

이 이야기는 나중에 기회 되면 다시 해요^^)

 

 

암튼, 그런 야만의 빅토리아 시대를

진짜 멋지고도 치열하게 살아낸 쎈 언니, 메리언니!

나에게 언니는 소설가로서

월드클라스 중에서도 원탑, 1티어에요!

메리언니, 추앙해요!!!

 

나도 더 열심히 살며, 열심히 공부하며,

열심히 쓰며, 좋은 책 열심히 펴낼게요!

다시 한번 찐하게 감사드려요!

 

-2024년 봄, 대한민국 북인더갭 출판사 김실땅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