옮긴이의 말_ 박총 | 옮긴이의 말 | 천의 얼굴을 가진 하나님 박총 | 작가, 재속재가수도원 ‘신비와저항’ 수도사 우리는 결코 신을 모른다. 아무리 신과 살뜰한 사귐을 나눈다 해도 신을 안다고 말하는 순간 신은 아득히 먼 곳으로 사라진다. 신과 친밀하다고 믿는 사람일수록 신에 대한 사각(死角)이 너른 법이다. 신은 우리와 같은 몸을 입으면서까지 우리를 닮으려 애쓰지만 자신의 가장 깊은 존재는 불가해성의 신비 속에 남겨둔다. 그러고 보면 요즘 젊은이들이 연애의 정석으로 꼽는 ‘밀당’(밀고 당기기)의 원조는 신인 셈이다. 결국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신에 대한 경험과 지식의 퍼즐조각을 모아 최대한 그럴듯하게 신의 얼굴을 짜맞추는 것이다. 하지만 무한한 신의 얼굴조각을 아무리 열심히 긁어모은다 해도 그것은 끼워맞출 수 있는.. 2013. 10. 14.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