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의 말 내 본명은 김남순이다. 황해도 은율에서 남으로 피난와 무사히 정착한 것을 기뻐하며 할아버지께서 돌림자인 홍洪자 대신 남南자로 손주들 이름을 지어주셨다 한다. 한국사회에서는 이미 새로울 것도 없는, 우리 집안처럼 6・25때 살 길을 찾아 남으로 피난온 실향민들의 삶이 어쩌면 나의 첫 장편소설 『힐』의 중요한 단서였던 것 같다. 사람들이 늘 꿈꾸던 남쪽, 하지만 이젠 아무도 찾지 않는 남쪽, 남쪽의 어느 평화로운 부족, 그 부족을 미개하다는 이유로 굴복시킨 제국, 그러나 괴물 같은 제국에 결코 무릎 꿇지 않으려는 한 가족의 이야기. 처음은 그렇게 시작되었던 걸로 기억한다. 그 후 이 핑계 저 핑계로 거의 6년을 붙들고 있었다. 그야말로 게으름의 끝판왕이다. 2013년에 아르코 문학창작기금을 받지 못했다면 아.. 2015. 6. 29.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