윌은 미국 극서부 지방의 새로운 개척지 개발 계획에 관심이 많아졌다.
개척 기금도 마련하면서,
리드게이트&로저먼드 부부네 놀러 가서 간만에 노래나 부르며
쉬어야지 했던 나름 야무진 계획은 엉망진창이 돼버렸다.
도착하자마자 악몽이었다.
스스로가 한심스러웠다.
무엇부터 해결해야 되지?
아무것도 모르는 남편의 눈을 피해 로저먼드는 윌에게 쪽지를 건넨다.
로저먼드의 쪽지에 의하면,
커소번부인은 너와 나를 조금도 오해하지 않는다,
부인이 다시 우리 집에 와서 모든 얘기를 솔직히 나누었다,
나는 이제 너한테 비난받을 일이 없다
나를 비난하지 마라.
도둑이 제 발 저린다고, 경솔했던 스스로를 학대하던 윌의 마음은
어느 정도 진정되었다.
그러곤 결심했다. 도로시아를 만나야만 해!
이번에야말로 사랑의 메신저가 필요했다.
페어브라더 신부님네 헨리에타 이모님이 나섰다.
“(레이디슬로 씨가) 부인의 기분을 상하게 했다면서 걱정하고 계세요.
단지 몇 분이면 되니까 만나 주시도록 부탁드려 달라고…”
도로시아의 마음은 분명 ‘사모의 정’이었다.
지나치게 흥분될까봐 겁이 났다. 거절당할까봐 불안했다.
온몸이 갑자기 굳는 것 같기도 했다. 가슴이 메었다.
말이 쉽게 나오지 않았다.
“제 출생에 어떠한 사정이 있건 간에 그 일로 하여
당신이 저에게 결코 편견을 가지시지는 않으리라 믿고 있었습니다.”
“이제 당신을 의심하거나 하지 않을 거예요.”
‘도로시아는 손을 내밀었다. 그에 대한 막연한 염려가,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애정으로 나타났다.
그는 가까스로 울음을 참으면서 그녀의 손을 잡고
입술로 가져갔다.’(1365쪽)
그런데 바로 그날 그 시각,
변덕스런 영국 날씨답게 갑자기 폭풍우가 몰아치기 시작했다.
두 사람의 가슴 속에서도 동시에 격동이 몰아치기 시작했다.
“당신이 한마디 걸어 주시기를 바란 것은 좋지 못한 일이었는지도 모릅니다.
저는 사라져 버렸어야 했습니다.
그러나 저로서는 도저히 그렇게 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런 말씀은 마세요.”
두 사람은 떨면서 입을 맞췄다. 그러면서도 윌은 비참함을 느꼈다.
이 사랑이 내게는 위대하고 아름답지만 당신에게는 하찮은 감정 아닌가요…
나는 정말 당신을 사랑하지만, 우리에게는 가망이 없는데,
도대체 나는 언제 성공할 건데, 왜 나는 이렇게 못났는데?…
(아, 진짜 윌, 왜케 못나게 구냐?
그럴거면 왜 찾아왔고 입은 왜 맞췄냐?)
거부할 수 없는 사랑에 빠져놓고도 윌은
오만함으로 그 사랑을 포장하려 한다.
오랜 침묵이 흘렀다. 빗줄기도 약해졌다.
윌은 빗줄기에 깨끗이 씻긴 창밖 세상만 내다보았다.
‘윌이 그녀에게 눈길을 돌려준다면, 그녀의 곁을 떠나지 않는다면,
모든 것이 잘되어 갈 텐데, 하고 그녀는 생각했다.’
그러나 못난 윌은 마지막까지 못나게 굴었다.
안녕히 계십시오…
(아, 윌 이 쫘식 진짜 마지막까지 비겁하게 구네.
너가 완벽해서 도로시아가 너를 사랑했냐?
너가 돈이 많아서, 너가 잘 생겨서 도로시아가 널 사랑했냐고?
네 존재 그대로를 받아들여주는 사람,
네 모습 그대로를 사랑스럽게 여기는 사람을 만나 놓고
비겁하게 뭔 헛소리냐!)
“너무해요… 가슴이 찢어질 것 같아요.”
그제야 윌은 어린애처럼 흐느껴 우는 도로시아를 끌어안았다.
미들마치 BBC미니시리즈-윌과 도로시아
그나저나, 선거법 개정안은 상원에서 부결되었다.
사람들은 브룩 씨의 얼굴이 부루퉁한 이유도 그때문인 줄 알았다.
그런데 이유는 그게 아니었다.
“실은 도로시아가 재혼한다는 거야.”(1375쪽)
한자리에 모인 사람들은 탄성을 내지르며 다들 놀랐다.
설마? 진짜? 과부로 살긴 너무 젊잖아, 그래도…
너무 갑작스런 결정 아닌가, 제정신이야?
“신랑은 레이디슬로 군입니다.”(브룩 씨의 대답)
“일 년 전에 그 녀석과 결투해서 죽여 버렸어야 하는 건데.”
(제임스 체텀 경의 살벌 발언. 이 사람은 왜 이리 오버하는지.
혼자 된 처형이 네 맘에 드는 사람과 시키는 대로
재혼이라도 해야 된단 소리냐?
왜 이리 꼴통 독재자가 되었지?)
동생 실리아는 당장 로윅으로 달려간다. 현실 자매의 티키타카 시작.
“한데, 언니, 그건 옳지 못한 일이야.”
“어머, 키티, 잘 왔어.”
“그분한테는 재산이고 뭐고가 없잖아.
분명히 언니는 늘 무슨 방법으로든지
자신을 괴롭히지 않고는 못 견디는 것이 틀림없어.”
(실리아의 말이 아주 틀리진 않은 듯.
이상적인 도도와 달리 실리아는 현실적이으니까)
“내 얘기 좀 들어봐, 실리아.”
“레이디슬로 씨가 언니한테 어울리는 남편감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
“그래, 실리아, 내가 좀더 현명한 인간이었더라면 좋았을 걸.”
“그분, 언니를 무척 좋아해?”
(그래, 자매라면 이런 걸 물어야지.
도로시아와 실리아의 친자매 인증 대사 완료ㅋ)
“그랬음 좋겠어. 나는 그이를 퍽 좋아해.”
“그건 다행이네. 대관절 어떻게 해서 이런 일이 일어난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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