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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소설 덕후극 _미들 마치/19. 66-69 장

고전소설 덕후극_미들마치_19_66-69장

by 북인더갭 2024. 3. 28.

미들마치에도 한량들이 모이는 그린 드래건이라는 펍이 있다.

부부싸움에 빡친 리드게이트가 바로 이곳에서 당구 큐대를 휘날리고 있다.

비참하면 타락하는 것도 한순간이다. 말이 좋아 내기당구지 도박이다.

순간의 위안을 위해 아편도 몇 번 했다.

가진 것 없는 사람이 한몫 잡으려면 도박 말고 뭐가 있겠나.

 

의사로서 이상을 품고 사회 복지의 발전을 위해 매진하던 리드게이트의 모습은 급격하게 퇴색했다.

지금 내 꼴은 이게 뭐지, 정말 미들마치를 떠날까?

근데 병원 영업권을 살 사람이 있을까, 여기서 다 포기해야 하나?

골머리를 썩다가 리드게이트는 은행가 벌스트로드를 떠올린다.

정확히 말하자면, 벌스트로드가 소유한 돈이 떠오른다.

돈은 얼마나 유용하고도 사악한 해결책인가.

 

과거의 지은 죄로 자괴감과 죄책감, 우울증, 편두통, 불면증, 소화불량 등에 시달리던

벌스트로드도 마침 리드게이트에게 왕진을 부탁했다.

그러나, 기대감을 안고 은행가를 만나러 간 리드게이트는 아무것도 얻지 못했다.

은행가는 일체의 사업에서 손을 떼고 쉴까 한다고, 자신의 저택도 폐쇄하고 싶다고,

심지어 전염병 신설 병원 후원도 그만 두겠다고, 선언한다.

 

(래플스를 피해 도망가겠다는 소리겠지. 원래 가진 게 많은 사람들에겐 대안이 많은 법이다)

 

“(전염병 병원) 최초의 안은 내가 하느님의 뜻에 따라서 열심히 실현코자 생각했던 것입니다.

그러나 하느님의 마음이 나에게 그것을 포기하라고 명령하시기 때문에

나는 포기하는 것입니다.”(1155)

 

리드게이트는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해대는 은행가 벌스트로드가 경멸스러웠다.

 

(하느님이 정말 그렇게 손바닥 뒤집듯 뜻을 번복하실까?

이 부자는 도대체 뭘 믿는 거지? 왜 자기 맘껏 죄를 지으면서 하느님을 들먹거리지?)

 

헛물을 켜던 젊은 의사는 또다시 실망하고 절망할 수밖에.

하지만 부자 은행가와 대면한 이 기회를 놓치기엔 죽도록 절박했다.

저 경멸하는 인간에게 도움을 청해야만 하는 인생이라니!

 

저는 사실, 금전적으로 어려운 상태에 빠져서 ()

친척 가운데 돈을 융통해 줄 만한 사람도 없습니다.

결혼을 하고 보니 지출이 예상 이상으로 많더군요. 그 결과 지금에 와서는 천 파운드가 없으면

 

(참고로 덧붙이자면, 그 시절 페어브라더 신부가 연400파운드를 받았다.

시골교회 목사의 초라한 연봉이지만, 어쨌든 부부의 빚은 신부의 연봉 두 배가 넘는 금액이다)

 

나로서는 당신이 나의 처남 집안과 혼인한 것을 참으로 유감된 일이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 집안에는 낭비하는 버릇이 있습니다.

그래서 그 집에서는 그걸 메우느라 이미 나한테서 많은 돈을 꾸어갔습니다.”(1158)

 

의사 리드게이트는 자신이 무슨 말을 했는지도 모른 채 그 자리를 떴다.

 

한편, 성실한 가스 씨는 벌스트로드가 매입한 스톤관까지 맡아서 관리할 예정이었다.

그런데 스톤관의 낯선 사내가 문제였다.

 

낯선 사람이 와 있습니다. 건강이 퍽 좋지 못한 것 같습니다.

의사를 불러 달라기에, 그것을 알리러 왔습니다.

이름이 래플스라고 하더군요.”(1173)

 

미들마치 BBC 미니시리즈-은행가 벌스트로드, 관리인 케일러브 가스, 그리고 래플스

 

가스 씨가 말하길, 통행세 징수소 갈림길에서 래플스라는 사내를 만났다고, 전에 스톤관에서 봤던 사람임을 기억했는지 마차에 태워 달라고 해서 태워주었다고, 건강이 좋지 못한 것 같다고그러곤 가스 씨는 어렵게 말을 이었다.

 

의뢰하신 일은 제가 아닌 다른 사람에게 맡겨 주셨으면 합니다.”

 

래플스가 은행가 벌스트로드에 관해 뭔가를 발설했음이 분명했다.

가스 씨의 성격상 내키지 않는 일, 특히 함께 일하는 사람의 양심까지 투명하기를 바라는 그로서는

은행가를 믿을 수 없었다.

 

당신은 그 사나이의 말을 무조건 믿고서 나를 모욕하시는군요.”(1178)

 

하여튼, 가스 씨는 돈이면 다 되는 사람이 아닌 것이다

 

식겁한 벌스트로드는 말을 타고 스톤관으로 달렸다. 벌스트로드는 달리는 말 위에서 생각했다.

하느님의 뜻이 이루어지게 하소서.

그러나 그가 강렬히 바란 것은,

그 하느님의 뜻이라는 것이 밉살스러운 인간의 죽음이었으면 하는 것이었다.’(1180)

 

손에 총칼만 안 들었지, 은행가는 래플스라는 사내를 벌써 수백번도 넘게 죽인 셈이다.

 

래플스는 정말 병색이 완연했다. 극도로 쇠약해져서 다시 나타난 것이다.

한 시간 정도 지나 의사 리드게이트도 나타났다.

스톤관에서 두 사람은 환자 래플스의 보호자와 의사로 다시 만났다.

 

래플스라는 사내는 전 주인인 조슈아 리그의 먼 친척이라고,

염치없게도 새 주인인 나한테까지 돈을 요구한다고, 벌스트로드는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굳이 이 염치없는 사내를 자신이 직접 돌보겠다는 은행가를 보며

의사 리드게이트는 생각했다.

원래 괴벽이 있는 은행가니까, 근데 돈이라면 벌벌 떠는 인간이 자선의 맘은 대단하네

리드게이트는 그에게 간호 방법 등을 일러주었다.

 

잊지 말아 주십시오.

만약 병자가 무슨 종류건 술을 마시고 싶다고 하더라도 절대로 주어서는 안 됩니다.”

 

알코올 중독이지만 꽤 버틸 거라 예상하며 의사 리드게이트는 스톤관을 떠났다.

 

밤이 깊었다. 하지만 래플스는 브랜디를 달라고,

몸이 빠져 들어간다고, 땅이 발밑으로 꺼진다고,

무섭다고, 제발한잔만달라고 밤새 애원했다.

 

악몽 같은 하룻밤이 지났다. 의사 리드게이트가 다시 방문했다.

 

미들마치 BBC 미니시리즈-래플스, 의사 리드게이트, 그리고 은행가 벌스트로드

 

가망이 없어졌습니까?”

(벌스트로드의 희망사항)

 

아니, 아직은 회복할 것 같습니다.”

(정말 안 반가운 말이었겠지?)

 

하인들은 이런 일에 익숙지 못하니 계속 자기가 래플스를 돌보겠다고 벌스트로드는 나선다.

리드게이는 다시금 지시 사항을 전달한다.

 

진통제로서의 아편 1회분의 양과 그것을 몇 회까지 복용하고 중단해야 한다는 것을 의사는 자세하게 이야기했다.

그리고,

복용을 중단하지 않았을 경우의 위험을 장황할 만큼 설명하고,

한 술은 어떠한 것도 주어서는 안 된다고 거듭 주의시켰다.’(1194)

 

무슨 꿍꿍이인지 은행가는 가겠다는 의사를 붙들고 주저리주저리 떠든다.

 

고쳐 생각하니 어려움을 겪는 당신을 돕지 않는다는 것은 옳지 못합니다.

다소간의 희생을 치르더라도 당신을 돕는 것이 올바른 도리라고 생각합니다.

천 파운드가 있으면 부채를 전부 정리하고 다시 한번 일어설 수 있다고 하셨지요?”

 

(왜 갑자기 친한 척?)

 

다음 회 읽기  : https://bookinthegap.tistory.com/2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