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소설 덕후극_미들마치_05_20-22장 로마의 시스티나 거리. 커소번부인은 울고 있다. 신혼여행지 로마가 갑자기 폐허로 변해버린 것만 같다. 이 무거운 짐, 이 숨막히는 외로움, 이 밀려오는 공포와 혼돈은 무엇일까. 커소번부인은 울고 있다. 결혼과 함께 미로에 빠진 듯한 이 느낌은 무엇일까. 남편의 정신에서 더 깊은 것을 배우리라 상상했던 새신부에게 닥쳐온 이 정체 모를 분노는 무엇일까. 높이 쌓아올린 지식의 소유자인 남편과 대화할 때마다 왜 우울해지는가. 남편을 따라가면 넓은 벌판에 이르리라 예상했던 새신부 앞의 짙은 어둠은 왜 이토록 집요한가. “당신이 늘 말씀하시던 그 몇 권이나 되는 주主를 이번에는 하지 않으실 건가요? 그 주의 어느 부분을 이용하실 건지 그걸 정하지 않으실 건가요? 그리고 당신.. 2024. 2. 5. 고전소설 덕후극_미들마치_04_16-19장 신혼부부는 로마로 허니문여행을 보내놓고, 조지 엘리엇은 서브 스토리에 해당하는 미들마치 지역의 병원 전속신부 투표 건>으로 독자들을 안내한다. 이 에피소드를 통해 주변 인물들의 개성을 더 깊게 보여준다. (도로시아와 커소번은 잠시 잊어도 됨) 먼저, 빈시 씨 댁 만찬에 참석한 의사 리드게이트. 그 자리엔 미들마치의 상류층들이 꽤 모였다. 누구에게 투표하느냐에 따라 자신의 병원 개혁에도 영향이 있기에 리드게이트는 고민 중이다. 리드게이트는 개인적으로 페어브라더 신부를 좋아한다. 서재엔 ‘알코올에 절인 해충과 청파리와 나방으로 가득한 서랍들뿐’인 오타쿠 신부이지만 페어브라더 신부는 솔직하고 담백하다. 이제껏 병원에서 무료로 일했던 전임자이기도 하다. 그런데 돈 좀 있다는 사람들이.. 2024. 2. 5. <특성 없는 남자> 언론 서평 2024. 1. 31 빈곤·강박 속 꽃피운 무질 철학… 완전하게 즐기는 ‘미완의 사색’ 북인더갭, 번역 11년 만에 완성...“깊은 사유의 갈증 채워줄 소설” “그때서야 울리히는 아가테가 갑자기 자리를 벗어나 혼자 집으로 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녀는 자신의 결정 때문에 그를 방해하고 싶지 않다는 말을 남겼다.” 이 문장을 끝으로 작가는 결국 독자의 곁으로 돌아오지 못했다. 나치의 핍박과 경제적 궁핍 속에서 정신적으로 고통받던 그는 뇌졸중으로 쓰러지고는 그대로 세상을 떴다. 이렇게 미완성으로 남겨졌지만 세계문학사에서 불멸의 고전 반열에 오른 소설 ‘특성 없는 남자’의 로베르트 무질 이야기다. 다 쓰지도 못한 이야기에 “20세기 가장 중요한 독일어 소설”(디차이트)이라는 찬사가 쏟아진 이유는 무엇일까.. 2024. 2. 5. 고전소설 덕후극_미들마치_03_10-15장 신혼여행지는 로마로 결정되었다. 그런데 더없이 행복해야 할 새신랑 커소번 신부는 묘한 허무와 고독, 슬픔의 시간을 겪는다. (얼마나 큰 탐욕을 부렸는지는 본인이 잘 알 테니 괴롭겠지) 반면 행동가 도로시아는 남편을 통해 ‘보다 완전한 가르침이 올’ 거라는 확신의 나날을 보내고 있다. 결혼을 앞둔 마지막 만찬회, 미들마치에서 방구 좀 낀다는 ‘인싸’들은 다 모였다. 작가 조지 엘리엇은 만찬회 장면을 통해 새로운 인물들을 등장시킨다. 10장부터 스토리는 자연스럽게 전환되면서 확장된다. 먼저, 외과의사 리드게이트 씨 등장. 파리에서 공부했다. 젊고 얼굴도 잘생겼다. 실력도 아주 용하다. (재래의 치료법을 뒤집어엎는 개업의다) 집안도 좋다는 소문이다. 결혼을 앞둔 우리의 주인공 도로시아와는 당연히 성적 긴장감이.. 2024. 1. 31. 고전소설 덕후극_미들마치_02(4-9장) “고맙습니다, 큰아버지. 전 그분을 지금까지 만난 어떤 분보다도 진심으로 존경하고 있으니까요.” (도로시아는 커소번 신부를 지금까지 세 번인가 만났는데, 설마?) “너보다 무려 27년이나 위다. (…) 한데 그 사람한테는 상당한 재산이 있어. 교회와는 별도로 말이다. 대단한 수입이지. 하지만 (…) 몸도 그렇게 튼튼한 편이 못 된다.”(71쪽) “판단력은 물론 각 방면의 지식이 저를 능가하는 사람을 남편으로 택하고 싶어요.” 도로시아는 자신의 삶을 한 남자의 보조자로 세팅하는 중이다. 도로시아가 꿈꾸던 삶의 이상과 미래의 도전은 중년의 성직자 겸 학자 앞에서 사라지고 말았다. 설마가 사람 잡는다더니, 부모를 일찍 떠나보낸 도로시아로서는 아버지 같은 남편을 원했을 수 있다. 가르쳐주고, 바로잡아주고, 울타.. 2024. 1. 29. 고전소설 덕후극_미들마치_01(1,2,3장) “색깔이 냄새처럼 이렇게 사람 마음에 깊숙이 스며들다니 정말 놀랍구나. 그래서 에도 보석이 영적 표상으로 적혀 있는 모양이야. 마치 천국의 단편 같아.이 에메랄드 반지가 제일 아름답지 않니?” -『미들마치』, 주영사, 25쪽 조지 엘리엇의 소설 『미들마치』의 주인공 도로시아 브룩의 대사다. 신앙심이 이 정도는 되어야 고전의 주인공 반열에 오를 수 있다. 돌아가신 엄마가 남긴 보석류를 동생 실리아와 함께 살펴보던 중 내뱉은 말 속에는 그녀의 고결한 영적 감수성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도로시아 브룩(애칭은 도도)은 ‘정말 행복한 결혼생활이란 아버지 같은 남편이 있어 원한다면 히브리어도 가르쳐 줄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또한 남편은 자신을 무지에서 해방시켜 ‘장대한 길’로 이끌어줄 .. 2024. 1. 29. <특성 없는 남자> 4권 양장판_편집자의 말 |편집자의 말| 김조을해 편집자이자 소설가. 작품으로 장편 과 단편집 이 있다. 프롤로그-자기애 열아홉에 과부가 된 여자가 있다. 이삼년 지나 아버지의 뜻에 따라 재혼을 했지만 결혼(재혼)생활은 수치스러울 뿐이다. “그러면 왜 다른 남자를 찾아보지 않았니? 아니면 공부를 하거나 독립적인 생활을 해보지 그랬어?”(28쪽) 다 맞는 말이지만 여자는 고개만 가로젓는다. 그런데 잔인한 돌직구를 던진 이 사람은 후에 다음과 같은 고백도 남긴다. “나는 이제 네가 누군지 알아. 너는 나의 자기애야!”(341쪽) 초교 로베르트 무질의 『특성 없는 남자』 3부(천년왕국으로-범죄자들)가 드디어 마무리되었다. 무질이 고릿적 소설가로 잊혀선 안 되는데, 북인더갭 라인업답게 고통스러운 지루함을 타협해선 안 되는데, 기다려준 .. 2024. 1. 26. <특성 없는 남자> 1-4권 완간_옮긴이의 말 이번에 펴내는 『특성 없는 남자』 4권은 3부 「천년왕국으로(범죄자들)」의 1-38장을 옮긴 것으로 로베르트 무질이 1932년에 펴낸 원서의 2권에 해당한다. 무질은 1930년 『특성 없는 남자』 1권을 펴낸 이후 곧바로 후속권 작업에 돌입하여 2년 후에 2권을 출간했다. 그러나 3권을 준비하던 중 1942년 갑작스런 뇌졸중으로 사망함에 따라 『특성 없는 남자』 2권은 무질이 생전에 펴낸 마지막 책으로 남고 말았다. 『특성 없는 남자』 원서 1권을 번역한 1-3권에 이어, 원서 2권을 번역한 4권 출간으로 무질이 생전에 펴낸 『특성 없는 남자』 1, 2권이 북인더갭에서 완간되었다. 1권을 번역 출간한 지 근 10년이 지나 4권이 나올 때까지 지켜봐주시고 기다려주신 독자님들께 감사드리고, 또 뒤늦게나마 완.. 2024. 1. 26. 이전 1 2 3 4 5 6 7 8 ··· 28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