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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소설 덕후극 _미들 마치/10. 37-38장

고전소설 덕후극_미들마치_10_37-38장

by 북인더갭 2024. 2. 20.

이즈음 해서, 소설 속 영국의 사회상을 간략히 살펴본 후 스토리로 돌아가도록 하자.

 

가톨릭교도들은 공직에도 나갈 수 없었던 법안이 폐지(1828)되고,

조지4세는 치세 말 가톨릭 신자 해방안을 통과시킨 다음해 사망했다.(1830)

그를 이어 동생 윌리엄 4세가 영국의 왕이 되었다.

 

 

18세기 산업혁명으로 새로운 공업도시가 생겨나고, 농촌 인구는 도시로 날마다 이동 중이었다.

당연히 농촌에서는 주민 상당수가 사라진 선거구가 여기저기서 속출하는 상황.

그런데 주민이 줄어든 지역구라도 국회의원은 전과 똑같은 수로 선출되니

공업도시의 시민들은 저항하지 않을 수가 없다.

경제적으로나 인구수로나 꾸준히 세를 불려온 그들은

늘어난 인구수에 맞춰 대표를 선출하지 못하는 상황에 제동을 걸었다.

선거법을 개정합시다, 그래서 선거구를 개편합시다~

사람들은 개혁을 부르짖었다.

(그때나 지금이나 선거법 개정을 둘러싼 정치권의 생쇼는 우리를 빡치게 한다)

하루 빨리 선거법을 개정하고, 의회도 개혁해야 하는 크나큰 임무가

바보 같다고 조롱받는 새 국왕 윌리엄 4세에게 지워진 상황이다.

 

영국의 산업혁명-공업도시 풍경

 

 

세월이 이렇듯 다이내믹 하니 지방의 자치도시 미들마치에도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중산층과 자유의자들이 뭉친 <휘그당>과 농촌의 지주나 국교회주의자들이 뭉친 <토리당>

소도시에서 발행하는 두 신문 뒤에서 이미 뜨겁다.

19세기의 이러한 사회적 격변을 조지 엘리엇은 서사 속 인물들과 버무려 흥미롭게 그려낸다.

 

 

발단은 브룩 씨였다.

그는 진보 성향의 지역신문 <파이어니어>를 인수해버린다.

동시에, 다가오는 선거에 입후보해서 정치인으로 거듭날 생각이다.

사람들의 뒷말은 끊이지 않는다. (후보자 지명 추천을 막을 방법이 없을까!)

 

 

사실 브룩 씨는 진보적인 자유주의자처럼 행세하지만 파헤쳐보면 달랐다.

땅세(소작료)를 챙기고는 아무것도 안 해주는 악명 높은 지주라고

반대파 신문 <트럼펫>으로부터 공격을 당하기 일쑤다.

제임스 경도 한걱정이다.

소작인 다섯 명이나 아사지경에 있어도돕지도 않는 지주,

자기 농지의 밭 경계 출입문이 다 썩어도 개의치 않는지주라는 비난에

제임스 경은 스스로가 부끄럽다.

아무래도 브룩 씨는 지금으로 말하자면 입진보가 아니었을까 싶다.

그런데 더 심각한 문제는 <파이어니어>의 편집자다.

 

 

머리가 상당히 좋은 청년한테 편집을 맡긴대요”(608), 스파이래요, 외국인이래요

 

 

즉 편집자 그는 윌 레이디슬로!

 

커소번 아저씨의 지원에 빌붙어 지내던 윌 레이디슬로는

자립할 기회이자, 재능과 능력을 뽐낼 기회를 얻은 것이다.

그런데 커소번 아저씨에게 생활비를 얻어쓴 건 윌도 인정하지만

도저히 인정할 수 없는 게 있다.

 

 

만일 동굴 속에서 늙어갈 작정이라면,

그 사람은 젊은 여성을 유혹하여 평생의 반려로 삼을 권리가 없는 것이다.”(612)

 

 

때를 기다리던 윌은 스케치를 한다고 로윅 저택 근처로 나섰다.

마침 고맙게도 비가 오는 바람에 그는 저택으로 달려간다.

커소번은 출타중이고 도로시아만 혼자 있다.

 

 

사실은 당신 한 사람만 만날 수 있는 기회를 노리고 온 겁니다.”

(역시 저돌적이군)

 

 

당신하고 한 번 더 이야기했으면 하는 생각이 드는 때가 종종 있었어요.”

 

 

잘 통하는 두 남녀.

하지만 둘 사이에 커소번이라는 인물이 끼면 대화는 엇나간다.

삼각관계의 구도가 이 정도면 무르익은 상황.

도로시아는 스스로에게 최면이라도 걸 듯

그분을 도와야 한다고 말하지만 그말인즉, 나는 외로워요, 가 분명하다.

내가 내 발등 찍었어요, 하지만 이 사실을 누구에게도 들키고 싶지 않아요,

내가 최악의 선택을 했다는 걸 인정하고 싶지 않아요

 

 

저는 장래만 기대하고 아무 일도 하려 하지 않는다고 늘 비난받았습니다.

그런데 저보고 하지 않겠느냐는 일이 나타난 겁니다.

당신이 저에게 그 일을 맡지 말라고 하신다면 맡지 않겠습니다.

하지만 허락하시면 이 고장을 떠나기는커녕 머물러 있고 싶습니다.”(624)

 

 

브룩 씨가 자신에게 <파이어니어> 경영을 맡겼다고 전하면서

윌이 속마음을 말하자 도로시아도 주저않고 대답한다.

 

그야 물론 이곳에 계시는 게 좋지요.”

 

두 사람이 헤어진 후 오후 4, 커소번이 집에 도착한다.

도로시아는 윌 레이디슬로 씨가 집에 왔었다고, 큰아버지가 그에게 신문 발행과 경영 등을 맡겼다고,

당신의 생각은 어떠냐고 물었지만 커소번은 아무 대답도 하지 않는다.

(이렇게 사람을 개무시하다니. 내 속이 다 부글부글 끓는다!)

 

그리곤 날이 밝자 그는 조카에게 편지를 쓴다.

 

미들마치 미니시리즈 - 커소번과 도로시아, 그리고 윌

 

나와 친척 관계에 있는 사람이 미들마치 근처에서,

내 지위에 현저히 뒤떨어질 뿐 아니라 고작해야 문학적 내지

정치적 사기꾼의 섣부른 지식과 관련된 직업으로 남의 눈에 띄는 그런 행동을 한다면, ()

자네가 내 집에 드나드는 것을 금하지 않을 수 없네. 이만.”(629)

 

(돈 좀 보태줬다 이건가? 정말 상종하고 싶지 않은 스탈)

 

남편이 윌에게 손절하자는 편지를 보낸 줄도 모르는 도로시아.

도도는 내실에 앉아 생각에 빠졌다.

자신에게 아이가 태어났을 경우에, 라는 조건부로

재산의 대부분이 그녀에게 양도되기로작성된 남편의 유언장은

마땅히 수정되어야 한다고 도도는 생각했다.

남편 재산의 일부는 당연히 남편의 조카인 윌에게 일부라도 양도되어야 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윌에게 가야 할 재산까지 모두 남편 쪽으로 몰빵된 게 맞긴 맞으니까.

 

마침 자다가 새벽에 일어난 부부.

머릿속이 복잡하니 숙면은 어림도 없었을 것이다.

도로시아는 윌을 도우려는 스스로의 마음을 사심 없는 마음,

즉 어려운 사람을 도우려는 친족 아주머니의 마음이라고 믿는 듯하다.

그런데 과연 그럴까

 

우리는 부자로 사는데 그 사람은 가난을 못 벗어나고 있다는 건 잘못된 일이에요.

그리고 그 사람이 말한 큰아버지의 제안이 좋지 못한 것이라면,

그 사람한테 온당한 위치를 찾아 주거나,

틀림없이 그 사람 것인 재산을 나누어 준다면,”

 

레이디슬로 군이 당신한테 말했다는 게 바로 그 문제로군.”

 

(문제를 바로 으로 귀결시키며 꼬아버리는 남편. , 진짜 말이 안 통한다)

 

그렇지 않아요.”

(새벽부터 싸우는 건가)

 

지시하는 그런 말참견은 삼가요.

나와 레이디슬로의 일에 간섭하는 건 당신이 할 일이 아니오.

더구나 그를 부추겨서 내 행동에 대해 비난하게 만들려 하다니,

당치도 않은 짓이오.”

 

커소번은 분노에 차 내뱉었다.

남편이 거친 숨을 몰아쉬자 도로시아는 남편의 몸이 상할까봐 더이상 입을 열지 못한다.

잠 못 이루는 밤이 이어진다.

 

이튿날, 커소번 앞으로 편지가 도착한다.

 

 

제가 좋아하는 곳에서 살고,

제가 택하는 합법적인 직업에 의해서 생계를 꾸려가려는 평범한 자유를 방해할 수 있다고는,

죄송하지만 저로서는 승복할 수 없습니다.

은혜를 베푸는 것은 전적으로 아저씨 쪽이었던 이 관계에 대해

우리의 의견이 이렇게 갈리는 것을 유감으로 생각함과 아울러,

어디까지나 은혜를 느끼면서

-윌 레이디슬로”(637)

 

윌 레이디슬로는 아저씨에게 지고 싶지 않았다.

도로시아는 무작정 윌을 돕고 싶었다.

커소번은 질투와 분노로 미칠 지경이었다.

 

세 사람은 각자가 원하는 삶을 획득할 수 있을까.

 

다음 회 읽기 : https://bookinthegap.com/2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