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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소설 덕후극 _미들 마치/11. 39-41장

고전소설 덕후극_미들마치_11_39-41장

by 북인더갭 2024. 2. 26.

도로시아는 제부 체텀 경의 제안으로 큰아버지를 만난다.

농지 경영에 선한 비전과 계획을 품고 있는 도도만이 브룩 씨를 움직일 수 있다고

체텀 경은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미 01회에서 말했지만,도로시아는 농가 설계도까지 그려가며 쾌적한 농가를 꿈꾸던 사람이다)

마침, 그 시간 큰아버지 댁엔 윌 레이디슬로도 와 있다.

 

 

남편을 책 속에 내버려 두고 왔단 말이지.

그러는 게 좋아. 넌 여자니까 너무 유식해져도 곤란해.”

 

브룩 씨는 말 한마디를 해도 차별대마왕답게 한다.

굴하지 않고 도로시아는 큰아버지를 향해 단호하게 말한다.

 

 

킷다운스 말인데요,

아이들이 일곱이나 되는데 거실 하나와 이 테이블 크기 정도밖에 안 되는 침실 하나뿐인 집에서 살고 있어요.

큰아버지는 국민의 향상을 도모하는 의원으로서 국회에 출마하실 생각이시잖아요.()

당장에라도 찌그러질 것 같은 집에 있는 대글리네 가족은 식구들이 모두 뒤채의 부엌에서 살고 있고,

다른 방들은 쥐들이 설치는 대로 내버려 두고 있단 말이에요. ()

저는 마을에서 돌아올 때마다 그 불결함과 흉측함이 마음속에 상처로 남았어요.

다른 사람의 현실이 얼마나 비참한지 마음에도 두고 있지 않으니까요.”(660)

 

 

도로시아는 토로하고 토로한다.

(도로시아가 지금 대한민국의 시골을 둘러본다면

언젠가 기사에서 보았던 돼지 축사 한켠에서 살다 인생을 마감한 이주 노동자가 떠오른다.

돼지분뇨가 스며들어 악취는 물론 유독물질에 휩싸인 축사 쪽방에서 십년을 살다 죽은 노동자.

검색해보니 태국인 쁘라와 씨였다. 명복을 빈다)

 

'미들마치'의 부제목 '지방 생활 연구'(A study of provincial life) 이미지

 

그때 때마침 대글리 씨네 아이 하나가 새끼토끼를 죽인 걸 산지기에게 들켰다고 하인이 일러바친다.

브룩 씨는 성질을 내며 밖으로 나간다.

 

도도와 윌, 둘만이 남은 응접실.

 

윌은 커소번 아저씨에게 손절당했다고 말한다.

앞으로 도로시아를 자유롭게 만날 수 없으리란 생각에 눈앞이 캄캄한 윌.

 

당신에 대해서는 거의 모르겠지요. 아무도 말을 안 해줄 테니까요.”

 

제 생활 같은 것, 아주 단순한 것이에요.”

 

그렇다면 갇혀 있는 거나 마찬가지지요.”

 

저만을 위한 욕망은 갖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그것은 다른 사람한테 도움이 되지 않을뿐더러

저는 이미 많이 소유하고 있으니까요.”

 

도도는 욕심이 없는 건지, 믿음이 쎈 건지.

왜 자기검열 속에 자신을 가두는지.

보조자로 안주하며 선의겸손을 가장한 삶으로 스스로를 속이는 건 아닌지, 도도에게 묻고 싶군.

 

한편, 소작농 대글리네 아이를 혼내주러 나간 브룩 씨는 거나하게 취한 대글리와 마주친다.

 

난 취하지 않았어요. ()

사람들은 죄다 그렇게들 말하고 있어요.

머지않아 개혁이 있을 것이고 임금님은 그것을 막을 거라고,

소작인에게 제대로 안 한 지주는 지독한 변을 당하고 도망칠 거라고요.()

우리 아이 일에 간섭하지 마시고 개혁 같은 것에 붙잡히기 전에

나리 일이나 조심하시는 게 좋을 겁니다.” (673)

 

 

그러고는 대글리는 쇠스랑을 땅바닥에 위협적으로 내리꽂았다.

스스로를 호감형(!?)이라고 확신하던 브룩 씨에게 이제야 현타가 왔다.

‘12년 전 케일러브 가스와 싸우고 헤어졌을 때도, 지주가 직접 모든 일을 관리하니까

소작인들은 기뻐할 거라고 그는 생각했던 것이다.’(674)

도도네 큰아버지는 정말 꿈도 야무지다.

 

며칠 후, 케일러브 가스, 즉 메리네 아빠는 편지 한 통을 받는다.

그런데 편지를 읽는 케일러브의 표정이 심상치 않다.

무슨 일이지? 분간할 수 없는 저 표정은 뭐지? 우는 건가, 웃는 건가?

마침내 케일러브는 편지를 내려놓고 안경 너머로 아내를 부른다.

 

죽으란 법은 없는 것이다.

제임스 체텀 경으로부터 온 편지는

그의 프레싯 영지와 브룩 씨의 팁턴 영지까지 묶어서 한번에 맡아줄 없겠느냐는 제안서나 마찬가지였다.

, 온 가족에게 서광이 비춰오는 것이다.

 

기쁨에 가득찬 집에 마침 방문객이 찾아온다. 페어브라더 신부다.

 

미들마치 BBC 미니시리즈 - 프레드와 메리

 

프레드 군은 저더러 이 댁에 찾아가서,

지금부터 여기를 떠날 작정인데,

가스 씨께 빚이 있는데다 그걸 갚아드릴 능력이

없는 것이 너무 괴로워서 직접 찾아와 작별 인사를 할 용기가 없다고,

그걸 좀 전해 달라지 뭡니까.”

 

가스 부부는 메리가 나간 뒤 신부와 이야기를 나눈다.

페더스톤 노인이 죽기 바로 전날 메리에게 금고를 열어라, 유언장을 태워라, 어쩌라 한 이야기,

그런데 메리는 그러지 못한 이야기,

그래서 마지막 순간 프레드가 1만 파운드의 유산을 받을 수 있었는데

결국 메리가 이를 막은 꼴이 되었으니 메리도 괴로워한다는 이야기

 

페어브라더 신부는 돌아가는 길에 메리와 마주친다.

 

옛 친구에게 전할 말은 없나요?”

 

아뇨, 별로.”

 

집으로 돌아가며 페어브라더 신부는 자문한다.

두 사람이 소꿉놀이 친구로 친밀하게 자랐다 해도

저런 여성은 그런 미숙한 풋내기 청년한테는 과분한 상대가 아닐까?

내가 지금 질투하는 건가? 근데 나라고 결혼 못하란 법이 있나?

노총각 신부님의 마음은 산란하다.

(메리는 신부님께도 과분한 상대라고 나는 생각함.

청춘들의 풋사랑이 한없이 부러운 중년 아재의 마음은 이해함.

따뜻한 눈으로 바라봐주는 딱  거기까지만! 선을 넘으면 추해짐!)

 

그렇다면, 페더스톤 노인이 죽으면서 스톤관을 상속받은 조슈아 리그는 어떻게 되었을까.

양서류의 얼굴을 한 조슈아는 스톤관을 은행가 벌스트로드에게 벌써 팔아버렸다.

스톤관에 일고의 애정도 없음을 숨기지 않은 것이다.

 

미들마치 BBC 미니시리즈 -  악당 존 래플스(조슈아의 의붓아버지)

 

오늘, 조슈아는 스톤관의 징두리널(현대 인테리어 용어로는 웨인스코팅)이 장식된 객실에서

마지막으로 방문객을 만나고 있다.

객실의 분위기는 더할 나위 없이 냉담하고 팽팽하다.

 

그러니까 조시, 이쯤에서 적당히 돈을 들여 어머니를 편안하게 살도록 해주는 게 어때.”

 

당신이 살아 있는 동안 안 돼요. 내가 어머니한테 드려도 당신이 빼앗을 테니까.”(703)

 

18년 전, 의붓아버지의 발길에 걷어 채이던 소년,

얻어맞으면서 눈치를 보던 소년,

기 한번 못 펴고 살던 불우한 소년은

이제 친아버지에게 엄청난 유산을 물려받은 상속자가 된 것이다.

 

늘 취해 있는 의붓아버지는 방안에 굴러다니는 종이쪽지로 술병을 막으며 비굴하게 한마디 보탠다.

 

자네를 찾아와선 안 된다, 이 말인가?

잘 있어, 조시이것으로 작별이란 말인가!”

 

얼굴이 붉고 뒤룩뒤룩한 존 래플스라는 빌런이 등장했도다.

 

다음 회 읽기 : https://bookinthegap.tistory.com/2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