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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소설 덕후극 _미들 마치/09. 34-36장

고전소설 덕후극_미들마치_09_34-36장

by 북인더갭 2024. 2. 19.

페더스톤 노인은 그렇게 갔다, 옆에 있는 사람을 마지막까지 괴롭히면서.

 

장례식 조문객들 중 슬퍼 보이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런데 갑자기, 구경하던 한 부인이 행렬 가운데 지나가는 누군가를 가리키며 텐션 높게도 소리친다.

 

저기 낯선 사람이 있군요! 작고 동그란 얼굴에 눈이 툭 튀어나와서, 개구리 같네”(555)

 

(장례식에 나타난 낯선 사람이라... 더군다나 고인은 부자가 아니었던가)

 

도도의 동생 실리아도 호기심에 창밖을 바라보았다. 그러다 놀란 음성으로 소리쳤다.

 

세상에, 도도 언니, 레이디슬로 씨가 다시 왔는데도 언니는 아무 말도 안 했잖아.”

 

얼굴이 새빨개진 도도, 얼굴이 굳어버린 커소번.

그때 큰아버지 브룩 씨가 껴든다.

 

그래, 나랑 같이 왔다. (커소번을 향해)

자네가 건강이 좋지 못할 때였는데, 내가 청년을 초대했네.

여기에는 손님을 있게 할 수 없다고 도로시아가 그러기에 말이야.

나보고 그 사람한테 편지를 써달라 부탁하길래 그렇게 한 걸세.”

 

 

미들마치 BBC 미니시리즈-브룩 씨와 윌 레이디슬로

 

눈치가 100단인 제임스 체텀 경은 힐끗 도로시아를 살핀다.

도도의 얼굴이 두려움으로 떨리는 걸 제임스는 알아차린다.

늘 남편의 눈치를 살피며 자신을 검열할 수밖에 없는 도로시아의 상황을

제부 제임스는 놓치지 않은 것이다.

 

나를 오해하지 마세요, 나를 의심하지 마세요, 나는 윌을 부르지 않았어요,

큰아버지께 나 대신 큰아버지 집으로 초대해달라고 부탁하지도 않았어요,

큰아버지 혼자 벌인 일이라고요...

하지만 도로시아는 그 자리에서 아무말도 할 수가 없다.

 

(계속 보충 설명해야 하고,

계속 상황을 이해시켜야 하고,

계속 안절부절못하며 변명해야 하는 관계라면

이미 어긋난 관계다.

전반적으로 약자가 강자의 눈치를 보며 미리 알아서 기어야 하는 뭣 같은 세상이치라고나 할까.

직장에서건, 종교집단에서건, 친구 사이에서건, 부부 사이에서건 예외란 없다.

도도처럼 남편의 심기를 불편하게 하지 않도록 아무리 애써봐라.

강자에겐 약자를 괴롭히도 남을 수백, 수천의 말도 안 되는 이유가 있다)

 

그나저나, 장례식에 모인 사람들은 낯선 조문객의 등장에 모두 혼이 나간 상태다.

혼자 김칫국부터 마시던 모든 이들에게

수륙 양서 동물 특유의 무표정한개구리 얼굴을 한 사람은 불안 그 자체였다.

 

미들마치 BBC 미니시리즈-페더스톤 노인 장례식 장례식에 모인 사람들

 

그의 이름은 조슈아 리그.

유산 상속인인 걸까? 아니면 콩고물이라도 얻어먹으려는 먼 친척인 걸까.

 

드디어, 유언장 낭독의 시간. 두둥~

 

사람들의 심장이 몸 밖으로 일제히 튀어나오고도 남을 분위기다.

1825년에 작성된 첫 유언장일년 뒤 작성된 두 번째 유언장,

그리고 마지막은 1828년에 첨가된 두 번째 유언장에 대한 유언보충서.

 

아무도,

어떤 이유도,

진실도,

김칫국도,

억측도,

원망도

다 산산조각 났다.

땅과 유산은 수륙 양서 동물을 닮은 낯선 남자에게 돌아갔다.

노인네에게 숨겨놓은 아들이 있었다니!

그 외 부동산은 페더스톤 양로원이라 이름 붙여 땅에 세우도록 고인은 명시했을 뿐.

 

형제들은 욕을 퍼부으며 장례식장을 빠져나간다.

메리도 더이상 스톤관에 머물 이유가 없다.

아버지와 함께 돌아갈 채비를 하다가 프레드와 마주친다.

 

안녕, 기운을 내요, 프레드 씨. 그런 돈은 없는 편이 당신한테 이로울 거예요.”

(이 말을 건네는 메리의 심장이야말로 얼마나 쿵쾅거렸을까)

 

첫 유언장에서 1만 파운드를 프레드에게 준다고 명시했었고

그 사실을 사람들 앞에서 변호사가 낭독했지만,

당연히 그 내용은 후속 유언장에 의해 취소되었다.

 

메리 넌 단돈 100파운드도 물려받지 못했더구나. 앞으로 어떻게 할 거야?

 

그렇게 헤어지는 두 사람.

 

한편, 집으로 돌아온 빈시 씨속이 부글부글 끓는다.

제 방으로 기어들어가는 아들놈이 꼴도 보기 싫다.

김칫국은 아빠 빈시 씨도 백 사발은 넘게 마셨다.

 

다음 학기에는 대학에 가서 시험에 합격할 결심이 되었겠지?”

 

프레드는 24시간 전만 해도 무엇을 하며 살아야 할지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이모부의 유산이 있었으니까. 하지만 백일몽은 끝났다.

 

너무 심하게 그러지 마세요.

그 고약한 이모부한테는 배신을 당했지만, 저 애는 앞으로 잘 될 거예요.”

 

당신은 언제든지 너무 오냐오냐했어.”

 

물 건너간 유산 때문에 이 집안의 부부 금슬도 슬슬 위태로워진다.

이어 이번에는 딸 로저먼드를 향해 빈시 씨는 터뜨린다.

 

올해는 망나니 자식 뒷바라지만으로도 벅찰 정도요.

세상은 지독히 불경기야. 다들 파산하고 있어.

게다가 그 의사는 돈 한 푼 없는 빈털터리임이 틀림없어.

난 이 결혼에 반대야.”

 

로저먼드 혼자 응접실에서 훌쩍인다.

그때 리드게이트는 타이밍도 잘 맞춰 나타난다.

무슨 일 있느냐고, 오빠랑 아빠가 맨날 한바탕 소동을 일으킨다고... 약혼자들은 속삭인다.

그러나 속내를 끝까지 감출 수는 없다.

아빠는 우리의 약혼을 달가워하지 않는 것 같다고.

 

당신도 취소할 생각입니까?”

 

저는 하려고 정한 일은 절대 취소하지 않아요.”

 

이리하여, 다혈질인 아빠도 딸을 이기지 못했다.

아빠를 이긴 로저먼드는 예비신부로서 행동을 개시했다.

준남작을 친척으로 둔 남편을 위해 신혼집을 위한 쇼핑질 시작!

예비신랑 리드게이트도 확신했다.

결혼을 하면 그의 연구가 방해받기는커녕 더욱 잘될 거라고, 그래서 목표를 이룰 거라고!!!

 

미들마치 미니시리즈 -로저먼드와 리드게이트

 

그의 고원한 사색이나 중요한 일을 존경하며

결코 이를 방해하지 않는 사람,

마술처럼 조용히 집 안에 질서를 만드는 한편,

언제라도 하프를 잡아 생활을 로맨틱하게 바꿀 마음가짐이 있는 사람,

교육을 받아도 참된 여자다움의 한도를 지키며

결코 그것을 넘으려 하지 않는”(598)

교양 있는 여성을 리드게이트는 찾아낸 것이다.

 

(, 알겠다, 이 커플한테 글빨이 좋게 안 나오는 이유를.

그런 집구석은 가능하지도 않고, 그런 여자는 애초에 존재하지도 않는데

지나치게 확신한 죄를 리드게이트에게 묻겠노라.

그러면 그는 억울하다 하겠지?

다른 남자들도 다 그렇게 생각한다고 대들겠지?

로저먼드에게는 문제의식조차 없겠지?

나는 예쁘잖아, 당신도 나한테 반했잖아? 하며 혀 짧은 소리를 하겠지?

그러면 이 커플도 부부가 되는 순간 전쟁이겠지.

커소번과 도로시아 커플과는 다른 양상의 전쟁.

하지만 공통적인 건 교감도, 긍휼히 여김도, 존중도 없이 평생을 살다보면

서로의 생명을 갉아먹는 건 시간문제라는 사실.

남자는 능력, 여자는 미모라는 가부장적 황당 이데올로기에 우리 모두 속지 맙시다.

그 말도 안 되는 통념에 매여 서로가 서로에게 굴레를 씌우고,

불행을 향해 전력질주 하지 맙시다.

아이고…이 예비부부가 걱정되도다!)

 

헛물켜던 유산 상속, 잔치는 끝났다.

 

그리고 이 불안한 결혼은 6주 안에 이뤄진다.

 

다음 회 읽기 : https://bookinthegap.tistory.com/2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