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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도는 에볼리에 머물렀다/언론 서평

<그리스도는 에볼리에 머물렀다> 언론 서평...한겨레 한국 동아 외

by 북인더갭 2019. 5. 18.

<한겨레> 2019517

절망의 땅, 삶은 마법 같았다

1935년 이탈리아 남부 한 벽촌에 북부 토리노 출신 의사가 유배됐다. 화가이기도 했다. 사르트르가 현대의 르네상스인이라는 의미로 로마인들 중에 가장 로마인다운 존재라 평가한 카를로 레비(1902~1975). 반파시즘 단체 정의와 자유를 세우고 반파시스트 운동을 이끌다가 당국에 의해 갈리아노(현 지명 알리아노)라는 곳으로 보내졌다. 이탈리아에서도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는 표현은 부족할 것이다. 가난 속에 철저히 방치된 이곳은 레비가 쓴 이 회고록을 통해 비로소 세상에 드러났다. 현실을 지배하는 듯 보이는 문명, 국가, 이념, 종교 너머에서 작열하는, 삶의 원초적 에너지를 전 세계 독자가 발견하는 공간으로서 말이다.

레비는 1년 가까이 갈리아노에 머문 경험을 일기 형식으로 자유롭게 기록했다. 처음에는 그림을 그리며 지냈다. 검은 눈에 검은 옷을 입은 농민들, 집집마다 걸린 검은 조기가 단체로 바래져가는 마을, “봄이 와도 산사면에는 풀 한포기 자라지 않았으며 바이올렛을 비롯한 꽃 한송이도 피어나지 않는어두운 풍경 속에서. 그러다 차츰 환자를 더 돌보게 된다. 말라리아와 만성적 영양실조에 허덕였지만 의사는 돌팔이뿐인 마을이었다. 교사, 군인, 사제 같은 중간계급이 남아 있었지만 농부들에겐 그냥 흡혈귀였다. 생존이 곧 사인이라 해도 지나치지 않았다. 농부들이 할 수 있는 건 오직 두 가지뿐이라고 레비는 쓴다. “침묵과 인내.” 가능한 게 아무것도 없다는 뜻이다.

농부들에게 국가는 천국보다 먼 곳에 존재하는 재앙에 불과했다. () 국가에 대항하는 그들의 유일한 수단은 체념이었다. 천국에 대한 희망을 버렸을 때 허락되는 홀가분함에 비견될 만한 우울한 체념이 그들로 하여금 자연의 재앙 아래 묵묵히 굴종하며 살아가도록 한 것이다.” 책 제목은 이런 환멸을 자조적으로 담고 있다. ‘에볼리는 북쪽에서 출발할 때 갈리아노에 이르기 전에 닿는 지역으로, 인간 또는 문명을 상징하는 그리스도는 결코 여기까지 오지 않는다는 절망이다.

이 책이 현대 이탈리아를 다룬 중요한 정치적 산문으로 꼽혀온 이유는 르네상스 유산으로부터 소외된 남부의 문제를 온전히 해당 지역의 목소리로 담았기 때문이다. 19세기 이탈리아 통일운동(리소르지멘토) 이후부터 북부와 남부의 심각한 불균형은 이탈리아 지성계의 큰 숙제였다. 레비는 리드미컬한 문장과 생애사·풍속을 수집하는 사회학의 기술로 정치적 수사에 울림 페달을 밟는다. 1967년 사르트르가 이 책의 서평에서 쓴바 전반적인 사회를 그리지 않고, 지극히 개별적인 경험을 이야기하는 듯하다가 불쑥 사회의 전체적 그림을 끼워넣는다. 그렇게 해서 이야기는 추상적인 보편성으로 흐르지 않는 것이다.”

예컨대 이런 장면. 주술과 마법에 의존했던 농민들이 병을 고치되 주술은 존중하는 레비를 더욱 따르자, 당국은 레비의 진료행위를 금지시킨다. 농민들은 반발해 탄원서를 쓴다. 물론 받아들여지지 않았지만, 레비는 그 목소리를 놓치지 않았다. “농부들이 가장 흔하게 쓰는 표현은 법대로. 무언가를 결정하거나 처벌하는 맥락이 아니라 진짜’ ‘진정한이라는 의미로 쓰였다. 자신들 모두가 서명을 한 탄원서라면 그들이 보기에는 말 그대로 제대로 법대로인 것이었고 그래서 진정한 효력을 갖는 것이었다. () 정부와 국가가 마땅히 갖춰야 할 모습은 바로 법의 형태로 표현된 민중의 의지에 다름 아니라는 자생적인 이해를 수반했다.”

법으로도, 힘으로도 할 수 없다면농부들이 마지막으로 의존할 수 있는 것은 예술이었다. 의사 가운을 빌려 연극을 하거나 소원을 비는 말들 사이에 주술을 끼워넣은, 일종의 시로 사랑의 주문을 외운다. 레비는 마법과 주문을 후렴 구간까지 자세히 기록해뒀다. 해가 지면 집집마다 내려와준 천사들을 위해 쓰레기를 문 밖에 함부로 쓸어내지 않는다는 이들의 삶이 마법 같다. 불분명한 삶에, 이런 아름다움은 확신을 준다. 헷갈리지 않는다. 농민 자치가 곧 이탈리아 혁명이란 결론으로 나아가는 와중에, 비범하게 아름다운 문학성은 레비의 비장함을 덩달아 확신하도록 만든다. 석진희 기자 ninano@hani.co.kr

<한국일보> 2019517

국가도 종교도 버린 땅이탈리아 남부 오지에서 발견한 인간의 위대함

가진 것이라고는 햇빛과 가난이 전부인 곳. 이탈리아 반도 남쪽 산악지대에 박혀 있는 루카니아(오늘날 바실리카타주) 지방의 외딴 마을 갈리아노(오늘날 알리아노)’. 로마 제국의 영광도, 르네상스의 훈풍도 닿지 못하고 방치 됐던 절망의 땅. 이탈리아 북부의 부유한 도시들이 현대 문명의 이기를 누리고 있던 1930년대 갈리아노의 농민들은 야만의 그늘에 머물러 있었다.

그리스도는 에볼리에 머물렀다는 유대인 출신 의사이자 화가 카를로 레비(1902~1975)1935년 갈리아노에 유배돼 머물렀던 1년 남짓의 삶을 기록한 회고록이다. 르네상스로 번성한 토리노에 살았던 레비는 1929년 반()파시즘단체를 결성해 무솔리니 정권에 대항하다 체포돼 남부의 오지 마을로 보내졌다.

레비가 목격한 남부의 삶은 처참함 그 자체였다. 갈리아노의 평범한 가정은 아이, 어른 할 것 없이 새벽부터 밤까지 땅을 일궜다. 그러고도 먹을 것은 늘 부족했다. 말라리아로 마을 사람들이 죽어 가도 늙은 의사 2명은 강 건너 불구경만 했다. 시장과 관료 등 지배 계급이 하는 일이라곤 광장을 어슬렁거리며 자기 과시를 늘어놓거나 농민들의 세금을 착취하는 것이 전부였다.

책 제목은 갈리아노 농민들의 넋두리에서 따온 것이다. 농민들은 우리는 그리스도인이 아닙니다. 그리스도는 에볼리에서 멈췄어요라고 하소연한다. 여기서 그리스도인은 인간’, 그리스도는 문명을 뜻한다. 국가와 종교는 물론이고 그 어떤 정치 세력에게도 구원 받지 못하고 있다는 한탄과 체념의 표현이다. 에볼리는 남부 내륙으로 향하는 마지막 관문의 도시다. 갈리아노로 이어지는 도로는 여기서 끊긴다.

레비가 보기에 갈리아노 농민들은 누구보다 강했다. 태양처럼 이글거리는 강인한 생명력으로 삶을 버텨냈다. 자연의 이치를 거스르지 않았고, 사람뿐 아니라 동물의 목숨도 고귀하게 여겼다. 공동체는 단단했다. 현대 과학과 의료 기술은 없었지만, 마력을 품은 듯한 주술을 외워가며 서로를 치유했다. 문명의 잣대에서 보면 비상식적 행동이지만, 레비도 어느새 주문을 따라 하고 있었다.

레비는 갈리아노를 구원한 것이 정치도 종교도 아닌 갈리아노 사람들이었다는 점을 간파한다. “이탈리아에게 필요한 것은 자주성이다. 국가는 자주적인 존재들의 집합이 돼야 한다.” 파시즘이냐, 반 파시즘이냐를 따지는 것은 의미 없으며, 농민들이 삶의 주인으로 살아나가는 세상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는 깨달음이었다. 기층 민중의 자주적 정치 참여를 역설한 레비의 각성은 오늘날에도 유효한 메시지다. 유배 생활을 끝낸 레비는 베네치아 등지에서 활동하다 사망한 뒤 갈리아노에 묻혔다.

시대적 배경이 이질적이지만 책은 술술 읽힌다. 빼어난 묘사와 탁월한 문체 덕분이다. 1945년 출간된 책은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문학 작품이자 정치적 산문으로 꼽힌다. 장 폴 사르트르, 이탈로 칼비노 등 세계적 작가들도 찬사를 보낸 현대 고전이다. 국내에는 처음 번역돼 나왔다. 강윤주 기자 kkang@hankookilbo.com

 

<동아일보> 2019518

문명의 손길 닿지 않은 이탈리아 남부의 풍경

남북 갈등은 이탈리아에도 있다? 1930년대 반파시즘 운동으로 이탈리아 남부 알리아노로 유배된 저자가 이탈리아 내 남북 갈등을 다룬 정치·사회 에세이집. 유배지에서 의사, 화가로 활동한 저자는 체험을 토대로 풍요로운 북부와 달리 척박한 남부의 모습을 생생히 그렸다.

책의 제목은 내용을 함축적으로 보여준다. 문명세계를 상징하는 그리스도가 알리아노 인근의 문턱 에볼리에서 멈췄다는 의미로, 문명의 수혜를 받지 못한 야생의 남부를 간접적으로 말하고 있다. 책이 단순히 남북을 대조하거나 비극적 모습만을 강조하진 않는다. 오히려 문명과 대비되는 남부인의 일상을 꾸준히 관찰한 뒤 생명력 넘치는 존재로 표현했다. 계몽적 관점에서 야만을 재단하지 않았던 작가의 시각만으로도 참신한 맛이 있는 작품이다.

김기윤 기자 pep@donga.com

 

<서울신문> 2019517

그리스도는 에볼리에 머물렀다(카를로 레비 지음, 박희원 옮김, 북인더갭 펴냄) 소설가이자 화가인 저자가 무솔리니 정권 시절 반파시즘 활동으로 이탈리아 남부 벽지에서 겪은 유배 생활을 바탕으로 써내려간 회고록. 기독교로 상징되는 문명세계조차 철저히 외면해 온 남부 이탈리아의 척박한 역사 속 국가와 종교 너머 강인하게 살아가는 농부들의 삶을 적었다. 412. 15800.

<문화일보> 2019517

그리스도는 에볼리에 머물렀다(카를로 레비 지음, 박희원 옮김북인더갭) = 현대 이탈리아를 다룬 가장 중요한 정치적 산문이자 문학적 성취로 꼽히는 작품으로 국내에 처음 번역 출간됐다. 남부 이탈리아의 척박한 역사 속에서 국가와 종교 너머의 강인하고 마법적인 세계를 살아가는 농부들의 삶을 그려냈다. 412, 15800.

<조선일보> 2019520

그리스도는 에볼리에 머물렀다(카를로 레비 지음)=현대 이탈리아를 다룬 가장 중요한 정치적 산문이자 탁월한 문학적 성취로 꼽히는 책. 남부 이탈리아의 척박한 역사 속에서 국가와 종교 너머의 강인하고 마법적인 세계를 살아가는 농부들의 삶을 그려냈다. 북인더갭, 15800.

<주간조선> 2019520

대표적인 현대 이탈리아 작가로 꼽히는 저자의 책이 처음으로 번역 출간됐다. 기독교 문명에서 외면받은 남부 이탈리아 지역의 척박한 역사를 그린 작품으로 정치적 격동의 시기에 생생하게 펼쳐지는 인물과 사건이 아름다운 문장으로 그려져 있다.

<연합뉴스> 2019515

그리스도는 에볼리에 머물렀다 = 의사이자 화가이면서 반파시즘 작가로 활동한 카를로 레비가 1945년 저술한 정치 에세이. 빈곤한 이탈리아 남부의 사회 정치적 문제점을 날카롭게 파헤치면서도 아름다운 풍광과 농부들의 생명력을 생생한 문체로 그려내 문학적으로도 평가받은 작품이다. 박희원이 옮겼다. 북인더갭. 412. 158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