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백년 전 오스틴은 여성이었고, 작가였고, 결혼하지 않았고, 넉넉한 지참금이 없었다. 재산이 없는 비혼 여성이 작가로 산다는 것은 단지 취미나 자아성취로 글쓰기를 즐기며 천상에 동동 떠 있을 수는 없는 환경을 의미했다. 그는 글을 써서 스스로를 먹여 살려야 했고, 언니와 노모와 함께 살아남아야 했다. 더욱이 작품에서 자주 오스틴이 주목했던 것은 결혼시장에서 여성이 어떻게 자신의 삶을 지켜내고 생존하는가의 문제이기도 했으니, 그것은 필수 정보였을 터이다. 그러므로 그가 속물적인 계산으로 사람에게 값을 매긴다는 비난은 부당하다. (34면)
제인과 랭글로이스의 이 팽팽한 대화는 자신의 문체에 대한 제인의 자부심pride과 확신을 보여준다. 모순된 서술이나 잘못된 진술을 사용해 독자 스스로 진실을 판단하게 하는 것이 제인 오스틴의 아이러니가 지닌 결정적인 힘이라고 보았을 때, 가장 잘 알려진 아이러니의 문장은 『오만과 편견』의 첫 문장이다.
“재산깨나 있는 독신 남자에게 아내가 꼭 필요하다는 것은 누구나 인정하는 진리다.” (53면)
하지만 자신은 단호하게 거절했던 결혼의 기회를 샬롯에게 제공하면서 제인 오스틴은 자신이 살게 되었을지 모르는 다른 종류의 삶을 상상해보았을 것이다. 샬롯이 만들어낸 자신만의 공간은 따라서 자신이 창조했지만 작품의 주인공은 될 수 없었던 샬롯, 나아가 시대의 주인공이 될 수는 없었지만 한계 많은 삶의 자리에서 어떻게든 행복의 기운을 만들어낸 당대의 여성들에게 건넨 위로이자 최고의 선물이었다. 우리는 또다른 버전의 여러 샬롯들을 오스틴의 다른 작품들에서 계속해서 보게 될 것이다. (90면)
오스틴의 소설들에서 나를 자주 놀라게 하는 것은 이 두번째 통찰이다. 어쩌면 ‘정신 승리’일 수도 있겠으나, 여튼 오스틴은 사랑이 떠나가 상처 입은 존재들을 위로한다. ‘나를 버리고 떠나? 흠, 나 같은 여자를 차지할 수 없다니, 그게 바로 당신이 받는 최고의 벌이지!’ 마리앤쯤이라면 이런 생각을 해도 좋지 않을까? 그러고는 그가 원하던 대로 젊고 돈 많은 여성을 만나 다시 흥청망청 살더라도 내버려두는 거다. 그런 남자가 당신의 자존감을 해치지 못하도록 격려하고, 그가 당신의 존귀함을 해칠 수 없다고 다독이는 것 같기도 하다. 어딘지 통쾌하지 않은가. (120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