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혼여행지는 로마로 결정되었다.
그런데 더없이 행복해야 할 새신랑 커소번 신부는 묘한 허무와 고독, 슬픔의 시간을 겪는다.
(얼마나 큰 탐욕을 부렸는지는 본인이 잘 알 테니 괴롭겠지)
반면 행동가 도로시아는 남편을 통해
‘보다 완전한 가르침이 올’ 거라는 확신의 나날을 보내고 있다.
결혼을 앞둔 마지막 만찬회,
미들마치에서 방구 좀 낀다는 ‘인싸’들은 다 모였다.
작가 조지 엘리엇은 만찬회 장면을 통해 새로운 인물들을 등장시킨다.
10장부터 스토리는 자연스럽게 전환되면서 확장된다.
먼저, 외과의사 리드게이트 씨 등장.
파리에서 공부했다. 젊고 얼굴도 잘생겼다. 실력도 아주 용하다.
(재래의 치료법을 뒤집어엎는 개업의다)
집안도 좋다는 소문이다.
결혼을 앞둔 우리의 주인공 도로시아와는 당연히 성적 긴장감이 제로다.
리드게이트는 전형성을 탈피한 도로시아 같은 타입에는 별 관심도 없다.
그리고 그는 미들마치 출신이 아니다.
리드게이트 씨의 등장에 긴장하는 로저먼드 빈시.
그녀는 스물둘의 아가씨.
옷에 대한 기호가 뛰어나다. 그러니 뭘 입어도 잘 어울린다.
마치 요정과도 같은 모습이다. 게다가 남성들의 로망, 금발의 미녀다!
여학교 시절부터 유명했다.
부친은 미들마치의 최대 공장주이자 시장님이시다.
귀족은 아니지만 나름 명사 집안인데,
아빠가 개업의 리드게이트 씨를 초대해주지 않아 로저먼드는 몸이 달았다.
다음은, 프레드 빈시.
로저먼드의 오빠이자 빈시 씨의 장남이다. 똑똑하고 허우대도 멀쩡하고 매력도 있다.
그래서 대학에 보내놨더니 학위도 못 따고 돌아왔다.
늦잠이나 자고 당구나 치며 놀고 있다.
“여자는 쓸데없는 일이라도 참는 걸 배워야 해.
너도 언젠가는 시집을 가야 하니까 말이다”
(빈시 남매 엄마의 말. 우리 모두 이런 말도 안 되는 소리는 하지 맙시다!)
“오빠 같은 사람이라면 딱 질색이에요.”
“자기 오빠를 헐뜯는 게 아니야.”
19세기 현실남매의 모습이다. 지금이랑 다를 게 없다.
투닥거리면서도 다정한 남매는 말을 타고 이모부 집인 로윅의 스톤관으로 향한다.
그들의 이모부 페더스톤 영감 등장.
그는 돈 많은 홀아비. 인색하고 매정하다.
결혼을 두 번 했지만 슬하에 자식이 없다.
그래서 누가 상속자가 될지 모두 헛물을 켜고 있다.
특히 프레드 빈시는 술에 취해 이모부의 재산을 상속받을 거란 허풍을 떨기도 했다.
“도대체 이 무슨 꼴이냐? 난 아직 여든도 안 되었어.
알겠냐, 넌 이 소문에 대해 부정을 해야만 해. (…)
네가 내 땅을 담보로 빚을 갚겠다는 말을 하지 않았다는 걸
벌스트로드의 자필 문서로 받아 오너라.”
늙은 이모부는 화가 났다.
벌스트로드 씨는 페더스톤 노인이 보기엔 투기꾼에 불과하지만
프레드 빈시의 고모부이자 은행가다.
프레드 빈시가 빚을 지기는 졌다.
아버지한테는 이미 찍혔고, 자신 때문에 집안끼리 서로 불편해지는 것도 죄송스런 일이다.
그러니 이 일을 아버지에게 어찌 털어놓을 수 있을까. 어떻게 할까…
그러나 프레드 빈시가 마음을 졸이는 더 중요한 이유는 따로 있다.
바로 메리 가스 때문이다.
메리도 이 소문을 들었겠지. 메리가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메리 가스는 페더스톤 노인의 죽은 첫 부인의 조카다.
(프레드와 로저먼드는 둘째 부인의 조카다. 헷갈리지 마시길)
메리와 로저먼드는 절친이기도 하다.
하지만 메리는 로저먼드와는 다른 개성의 소유자다.
책을 좋아하고 생각이 깊다.
형편이 어려운 집 맏딸이다 보니
이 좋은 나이에 괴팍한 노인 옆에서 간병인으로 수발을 들고 있다.
페더스톤 노인과 프레드 빈시가 신경전을 하는 동안
메리 가스와 로저먼드 빈시도 스톤관에서 그들만의 시간을 즐긴다.
그런데 이윽고 집안을 울리는 종소리. 땡땡. 방문객이 왔다. 누굴까.
외과의사 리드게이트가 페더스톤의 저택을 마침 방문한 것이다.
‘만약 이런 사람이라면’
로저먼드 빈시는 집으로 돌아가는 말 위에서 혼자 황홀하다.
'내가 아는 최고의 소녀’ 메리를 생각하는 프레드 빈시는 괴로울 뿐이다.
그래, 아버지께 솔직하게 털어놓자.
빈시 남매는 각자 딴 생각을 하며 집으로 향한다.
자식이 웬수로다.
남매의 아빠 빈시 씨는 매제인 벌스트로드 씨를 찾아간다.
빈시 씨도 아들놈 문제로 매제를 만나기 싫었을 테지만 어쩌겠는가.
그러나 역시 은행에서 매일 돈을 만지는 깐깐한 벌스트로드 씨가 순순히 편지를 써줄 리 없다.
하지만 지역의 시장님이자 공장주이자 프레드와 로저먼드의 아빠 빈시 씨도 자존심이 있다.
“아무러하건 편지 정도 쓰는 걸 거절하다니, 쩨쩨하기 짝이 없는 처사라고 생각해.
(…) 차라리 프레드를 욕하는 게 좋겠어.”
“형님, 형님이 끝까지 저하고 싸우려고 하신다면,
저는 물론이고 집사람한테도 몹시 괴로울 겁니다.”
그 와중에 은행에서 만난 외과의사 리드게이트 씨에게
빈시 씨는 자신의 집 식사 자리에 오라고 초대를 한다.
아침 식탁에서 딸 로저먼드가
‘페더스톤 이모부는 새로 온 의사가 상당히 마음에 든 모양이라고 말한’ 게 생각났기 때문이다.
역시, 자식이 뭐길래.
은행가 벌스트로드 씨는 아내와 의논한 결과 빈시 씨가 요청한 편지를 쓰기로 한다.
가정의 평화를 위해.
이튿날 아침, 편지를 전해 받은 프레드는 편지를 들고 바로 이모부 페더스톤 노인에게로 향한다.
“내가 한마디라도 곧이들을 줄 알아서는 안 된다. 알겠냐?
(…) 그건 그렇고 넌 지금 뭘 기대하고 있지?”
“기대 같은 것 눈곱만큼도 없습니다.
(이모부님의 땅을 담보를 돈을 빌린 적 없다는 벌스트로드 씨 증빙) 편지를 전해 드리러 왔을 뿐입니다.”
이 일은 이 정도로 마무리 되는 듯한데 프레드와 메리의 밀땅이 더욱 꼬여간다.
“메리, 네가 나에게 희망을 주지 않으면 난 잘되기는커녕 나쁘게 되고 말 거야.”
(남 핑계는!)
“빚을 지고 있으면서도 돈벌이할 생각이 없는 사람의 청혼을 승낙한다면,
저희 아버지께서는 제 수치라고 생각하실 거예요.”
(똑 부러지게 말도 잘하는 메리)
“메리, 네가 나를 사랑한다고 말하지 않는다면 나는 무엇이든 소용이 되지 않을 거야.
네가 나랑 결혼하겠다고 약속하지 않는다면 말이야.
그러니까 내가 결혼할 수 있게 될 때 말이야.”(240쪽)
(아이고, 사랑이 협박으로 되냐?)
“제가 만일 당신을 사랑해도 저는 결혼하지 않을 거예요.
저는 누구에게도 결혼하겠다고 약속하지 않을 거예요.”
(메리, 너의 기개가 맘에 든다. 아마 프레드도 너의 그런 면을 좋아할 거다^^)
다음 회 읽기: https://bookinthegap.tistory.com/2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