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이루고 싶은 꿈을 하나 소개하겠다.
비현실적이고 불가능한 도전일 수도 있겠는데,
나는 미소 지으며 잠자는 인간이 되고 싶다.
자면서도 인상을 쓰는 내가 참 못마땅하다.
얄팍한 잠의 한 가닥 끈을 놓치지 않으려고 과한 노력을 하는 걸지도 모르겠다.
아니면 가끔 두통이 심해서? 혹, 낮에 있었던 여러 일들이 정리되지 않아서?
오후 늦게 커피를 마셔서? 그저 몸이 극도로 피곤해서?
새 아침을 주름진 얼굴로 (특히 미간!) 맞아본 분들은 내 맘을 알 것이다.
그래서 도전한다.
누우면서부터 웃긴 일 생각하기, 추억의 여행지 떠올리기, 다음 여정까지 미리 짜두기…
(이러면서 슬슬 잠을 내쫓는다는 사실!)
돌아가신 아빠를 기억하며 약 올리기 (누가 먼저 그렇게 급하게 가래?),
맛있는 음식 상상하기,
내가 지어내야 할 거짓부렁 이야기 고민하기(이쯤 되면 과각성 상태로 돌입?!?),
그 이야기를 읽어줄 독자님들 추앙하기…
어쨌든 포기하지 않고 반복하다보면,
언젠가는 미소 지으며 잠자는 인간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기계도 하는 딥러닝을 나라고 못하겠는가.
깊이 있는 문해력과 참신한 상상력을 장착한 인간 소설가가 되어 AI가 하지 못할 일,
엄밀히 말하자면,
AI가 절대 하지 않을 ‘미련한’ 일에 도전하고 싶다.
그래서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가치를 탐닉하겠다.
정보처리만으로 생산할 수 없는 빛나는 문장과 통렬한 사유로 세상과 소통하겠다.
이번 생은 덜 떨어진 채 살기로 한 나만의 환희와 승리감을 부끄러워하지 않겠다.
비효율적이고 번거로운 삶을 계속 고집하겠다.
지면에 발표했던 두 작품, 「한나의 숙제」(『악스트』 2020. 09/10)와
「불빛을 보며 걷는다」 (『웹진문장』에 2008년 4월)에다 다섯 편을 더해,
로봇을 다룬 나의 첫 소설 「에밀의 루소」를 표제작으로 정해 펴냈다.
나도 모르게 자꾸 붙들고 늘어지는 ‘옛 노래’ 시리즈(「이교도」, 「성년식」)를 이번에도 두 편 넣었고,
‘사랑’이라는 필터로 세상을 바라보며 썼던 작품 두 편(「숭의동」, 「보름 동안의 사랑」)도 첨가했다.
폐가 되지 않는다면 그리고 써진다면
앞으로도 읽고 쓰겠다. 지금처럼,
아껴가며 소중히 쓰겠다.
아마도 그런 내 모습이 가장 열심히 사는 나의 모습일 것이고,
나다움이 뭔지 아직도 모르겠지만 아마 가장 나다운 모습에 근접한 모습일 것이다.
그래서 한 분의 독자님에게라도 위로와 공감과 유머를 줄 수 있다면 만족한다.
‘나다움’을 찾아 떠나는 한 분의 독자님에게라도 소박한 등불이 되어줄 수 있다면
소설가로서 바랄 게 없겠다.
지금 이 글을 읽어주시는 모든 분들에게 마음 깊이, 두 손 모아
사랑의 인사를 전하는 나의 텐션을 글로 옮기기 힘들어 참으로 안타까울 뿐이다.
모두모두 완전, 진짜 고맙습니다! 꾸벅^^
-2024. 5월
미소 지으며 잠자고픈 김조을해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