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소설 쓰는 김조을해입니다.
다들 잘 지내시죠?
최근에 제가 일곱 편의 단편을 모아 『에밀의 루소』라는 소설집을 펴냈어요.
제 책을 기억해주신 것만도 고마운데,
북인더갭 출판사 블로그까지 먼길(!)을 찾아와주신 독자님들께
정말 어떻게 감사의 말을 전해야 할지!
작은 거라도 꼭 보답을 하고 싶어서 고민고민하다가,
‘번외_작가의말_기타등등 버전’을 준비했습니다ㅋㅋ
저는 ‘SNS 울렁증’이 있는 사람이라,
공유와 개방의 가치를 실천하는 데는
블로그만으로도 차고 넘친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종이책 ‘작가의 말’에 다 쓰지 못한 말을
블로그에서 독자님들과 하드코어하게(!) 나눌까 합니다.
먼저, 표제작부터 시작할까요.
표제작「에밀의 루소」의 주인공은 당연히 루소입니다.
여러분이 아는 18세기 사회사상가 루소가 아니라,
생활밀착형 교육로봇 ‘루소’.
헐ㅋㅋㅋ 저도 로봇이 주인공인 소설은 처음 써보았어요.
웃픈, 내지는 안타까운 이야기라고 힌트를 드릴게요.
나의 ‘루소’가 여러분들에게도 따뜻한 사랑을 받기만을 바라고 있어요.
「한나의 숙제」는 제 상상의 딸 ‘한나’가 주인공이에요.
저는 열 살짜리 꼬마를 ‘교실’이라는 정글 속에 밀어넣었어요.
한나는 권력과 냉소와 폭력의 세계에서 자신의 세계를 지키기 위해
치열하게 싸워요. 한나는 얼마나 외로웠을까요.
결국, 한나는 담임선생님이 내주신 숙제를 안 해요.
(무슨 숙제인지는 더 이상 안 알랴줌~ㅋ)
참, 이 소설은 계간지 <악스트AXT>에서 청탁을 받고 쓴 소설이기도 해요.
십년 만에 받은 청탁이었어요!!!
악스트 만세!!! 악스트는 나의 수호천사!!!
(AXT 032호 2020,09/10)
「숭의동」, 「불빛을 보며 걷는다」, 「보름 동안의 사랑」은
톤과 분위기가 비슷해요.
알고 보면, 제가 ‘줄거리없는소설쓰기’를 애정해요 ㅎㅎㅎ
‘각 잡고’ 심각&진지&지루하게 쓰기!
사실 「불빛을 보며 걷는다」는 제가 아껴두었던 단편이에요.
제 데뷔작은 「야곱의 강」이지만,
(물론 이 작품으로 등단한 것만으로도 원이 없지만!)
제 마음속에서는 「불빛을 보며 걷는다」도 제 데뷔작이에요.
(2008년 웹진 문장 4월호에 발표)
이십년 전, 제가 등단한 문예지에 복수의 단편을 응모했었는데요,
두 작품이 나란히 최종심까지 올랐어요.(우쭐!)
아마 「야곱의 강」이 무게감과 안정감 면에서 점수를 따지 않았나 싶어요.
(「야곱의 강」은 제 전작前作 『마시멜로 언덕』에 수록되어 있어요)
「불빛을 보며 걷는다」는 파편적이고, 산만하고, 다소 감상적이에요.
(그래서 나는 지금도 애정해요!)
근데 뒤늦게 읽다가 새삼 아빠를 생각했어요.
떠난 후에도 아빠는 날마다 생생해요. 이상한 현존이에요.
「숭의동」은 인천에 있는 동네 이름이에요.
엄마의 본가는 숭의동이었고, 아빠의 본가는 인천 용현동이었어요.
용현동에서 길 건너 숭의동으로 기찻길을 따라 걸었던 기억이 나요.
어느날 엄마와 통화를 하다 엄마와 함께
옛 숭의동을 떠올렸어요.
이 소설은 엄마의 추억과 열망, 가난과 절망, 그리고
청춘과 늙어감에 대한 헌사일지도 몰라요.
불효녀는 울어요…
「보름 동안의 사랑」은 김조을해식 연애소설이에요.
마지막 문장, ‘이제는 나와 당신차례임이 분명하다’
저는 이 말을 하고 싶었던 것 같아요.
내 차례라는 걸 어찌 알까요?
그리고 나의 당신이 곧 당신의 나, 일까 아닐까, 를 헤아리느라
날밤을 새우는 모든 분들에게도 응원의 박수를 보내고 싶었어요.
우리 ‘보름’이 지난 후 후회하지 않기로 해요.
‘옛 노래’는 왜 자꾸 나를 찾아오는지 모르겠어요.
옛 노래를 모티브로 왜 자꾸 이야기를 지어내는지 나도 모르겠어요ㅎ…
「이교도」와 「성년식」은 연작소설로 묶어도 손색이 없을 거예요.
같은 삘(!)로 썼거든요.
어찌 보면 서사구조가 있는 정통 스타일의 글을
이제야 습작생처럼 연습했다고나 할까요.
「이교도」는 미래의 어느 신정神政시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어요.
「성년식」은 먼 과거 부족시대를 배경으로 하고요.
두 시대를 옛 노래가 관통해요.
「이교도」는 환상특급 분위기를 내고 싶어서 애를 쓴다고 썼는데,
독자님들께는 어찌 다가갈지 쑥스럽네요.
주인공 슐라를 지켜주지 못하고 소설을 마치려니,
제 맘도 참 힘들었어요…(지못미ㅠㅠ)
「성년식」에서는 평화를 노래하고 싶었어요.
우리가 전력을 다해, 급진적으로 지켜야 할 평화.
주인공 미누옥의 앞날을 여러분도 같이 축복해주길 바랄 뿐이에요.
이렇게 일곱 편이 이번에 제가 준비한 소설들이에요.
부족하지만, 조촐하지만, 소중하게 아껴가며 썼어요.
쓸 수 있어서, 무엇보다도, 써져서
정말 감사했어요.
기분이 좀 이상해요.
저는 배가 고프면 손발에 쥐가 나고, 식은땀이 나며, 가슴이 뛰는 사람인데
지금은 안 먹어도 배불러요ㅎㅎ
제가 ‘못난이쿠키’를 꽤 굽거든요.
기회가 닿으면 함 대접할게요^^
제가 느무느무 고마워 한다는 거,
모두 잊지 마시길 당부 드리며,
‘번외_작가의말_기타등등 버전’을 이제 마무리 할게요.
다시 한번, 엄청, 진짜, 하드코어하게(!) 고맙습니다!!!!!
-2024년 5월, 안 먹어도 배부른 김조을해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