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청춘을 아껴봐/저자 인터뷰

청춘 멘토 김정태 <청춘을 아껴봐> 출간기념 인터뷰

by 북인더갭 2012. 4. 23.

청춘 멘토 김정태

<청춘을 아껴봐> 출간 기념 인터뷰

 

 

* 새 책 <청춘을 아껴봐> 출간을 축하드립니다. 지금 영국에 체류중이신데, 영국에서의 생활을 궁금해하는 한국의 독자 분들께 근황을 먼저 소개해주시죠.

 

한국보다는 시간적 여유 그리고 생각할 여유가 더 많다고 할까요? 아내와 아들과 함께 생활하고 있기에 속도보다는 방향에 집중해서 살아갈 수 있는 것 같습니다. 학교에서는 사회적기업가정신을 공부하고 있고 예전부터 해왔던 국제 프로젝트들도 계속 진행해가고 있습니다. 한국에 있던 ‘단호글방’도 이곳에 새롭게 차려서 계속 다양한 글쓰기를 해가고 있습니다.

 

 

* 전작 <스토리가 스펙을 이긴다>는 사회 여러 방면에서 정말 놀라운 힘을 발휘했습니다. 가장 최근에는 민주통합당의 청년비례대표 선발 구호로도 활용될 정도였는데요. 전작에서 못 다한 근원적인 이야기를 <청춘을 아껴봐>에 털어놓을 수밖에 없었던 강하고도 은밀한 동기를 공개해주신다면.

 

많은 독자 분들의 피드백과 이야기를 들으면서 역시 책 한 권으로 소통을 한다는 것이 어렵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어떤 분들은 ‘스토리가 스펙을 이긴다’를 자신이 준비하고 갖추어야 할 기본적인 학습이나 경쟁력이 전혀 필요가 없다는 말로 오해하기도 했지요. 더 근본적인 이유는 책은 기본적으로 저의 세계관과 철학을 담고 있는데, 그 책의 깊은 밑바닥에는 크리스천으로서 제가 받아들인 신앙과 성경의 세계관을 담고 있습니다. 그 ‘밑바닥’ 이야기를 하지 않으면서 ‘스토리가 스펙을 이긴다’라는 책을 어떻게 해서 쓰게 되었느냐는 질문에 제대로 답변을 할 수가 없었습니다. <청춘을 아껴봐>는 ‘스토리가 스펙을 이긴다’ 2가 아니라 그 이전 버전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 전작과 이 책을 가장 강력하게 연결해주는 모티브는 역시 스토리가 아닐까 합니다. 또한 이 책은 성경 전체를 스토리라는 관점에서 바라본 아주 독특한 책이죠. 스토리텔링 멘토로서 선생님이 이 책을 쓰시면서 생각하신 성경 이야기의 가장 큰 특징은 무엇입니까?

 

방금 말씀하신 대로 성경은 ‘성경 이야기’입니다. 성경이 대학교에서 쓰이는 교재처럼 만들어지지 않은 게 정말 다행이죠. 정말 그랬다면 과연 지금처럼 크리스천이 역동적으로 살 수 있었을까 의문입니다. 이야기는 긴장, 변화, 확장, 개입, 참여의 특징이 있습니다. 죽어 있는 글이 아니며, 읽는 사람의 삶으로 확장되면서, 구체적인 개입과 참여를 초청합니다. 아주 오래전 이야기인 성경이 오늘날에도 우리에게 방금 전 쓰인 따끈따끈한 글로 인식되는 것은 바로 성경이 기본적으로 ‘하나님나라의 이야기’를 우리에게 들려주기 때문입니다.

 

* 성경의 스토리뿐 아니라 이 책에서는 본인의 스토리도 훨씬 많이 공개하셨잖아요. 책의 1부 1장에서는 ‘나는 모범생이 아니다’라고 화끈하게 커밍아웃(?) 하셨습니다. 책에 소개된 에피소드 말고 차마 활자화(?)되지 못한 더 화끈한 에피소드도 많으실 듯합니다. 하나만 밝혀주신다면?

 

 

<청춘을 아껴봐>에 이미 너무 많이 공개한 것 같은데요, 얼마 전 누나가 2명의 조카를 데리고 런던을 방문했었습니다. 런던 시내를 가이드 하기 위해 튜브(런던의 지하철 명칭)를 함께 탔는데, 옛날 제 이야기를 조카들에게 들려주며 튜브 문에 기대지 말라고 주위를 주었습니다. 아직까지 누나가 그 이야기를 기억하는 게 신기했습니다. 그 이야기란 제가 고향을 떠나 서울을 방문했을 때 생전 처음 지하철을 타면서 겪은 순진함에 대한 거였습니다. 지하철이 제 앞에 서는데, 눈높이에 이상한 기호가 보였습니다. 동그란 원 안에 ‘손바닥’이 그려져 있었는데, 안전벨트를 한 것처럼 사선이 그어져 있었습니다. 그 의미를 손바닥을 대어보라는 뜻으로 해석해 손을 갖다 대었는데 그만 좌우로 열린 문에 손이 끼어버린 거죠. 주변에 있던 사람들이 힘을 합해 힘껏 끌어 당겨서 겨우 위기를 벗어났던 기억이 납니다. 호기심과 그 호기심을 해소하려는 실천력을 갖춘 증거이기도 했지만 책에도 썼듯이 참 해찰맞은^^ 아이였지요.

 

* 19살에 하나님을 만나고, 수색부대에서의 은혜로운 군생활, 이어 복학하면서 총순장으로의 헌신에 이르기까지 정말 함께 공감하며 때론 콧등이 시큰하게, 때론 박장대소를 하며 읽었습니다. 그런데 선교회 활동에 열심이었던 이유를 본문을 미루어 추측해보건대, 맘에 드는 자매님이 있었기 때문이 아닌가 싶은데요, 선교회를 섬기며 배우자까지 얻은 ‘작업의 비밀’(!)을 미혼의 후배님들에게 팁으로 선사해주시죠.

 

사실 저는 교회에서도 자매분들 눈도 똑바로 바라보지 못할 정도로 ‘쑥맥’이었어요. 그런데 선교동아리 임원활동을 하면서 함께 임원이 되었던 지금의 아내와는 ‘임원’이라는 이유 때문에 부담 없이 함께 지낼 수 있는 시간이 많았습니다. 그러지 않았다면 따로 만나자고도 못했을 텐데, 임원이니까 만났고 그러면서 좋은 면을 보게 되고 매력을 느끼면서 결국 임원 역할을 끝낸 후에 사귀자고 제안을 했죠. 그런데 쉽게 연결이 되진 않았어요. 사귀자는 제안을 거절했거든요. 그래서 결국 2년을 더 기다리고 다시 프러포즈를 한 뒤에 정식으로 교제를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교회나 선교동아리 또는 어떤 모임에서 이렇게 사회적인 관계를 먼저 시작해보면 다른 사람에 대한 폭넓은 면모를 볼 수 있어 이성교제의 측면에서는 정말 좋은 것 같습니다.

 

* 이 책의 2부 제목이 <스펙 뚫고 하이킥>입니다. 스펙은 추구하면 추구할수록 외로워지고 고립되는 반면, 스토리는 섬김과 공동체로 나아간다는 대목이 특히 감동적이었습니다. 이 땅의 기독청년들 또한 스펙 때문에 많은 고민을 할 줄 압니다. 이런 청년들에게 다시 한번 말씀해주신다면?

 

그야말로 ‘스펙’에 머물러 있으면 시간이 갈수록 외로워지는 한계에 부딪치게 됩니다. 많은 분들의 이야기를 들어봐도 취업이나 경력전환에는 자신의 ‘스펙’이 아니라 누군가의 추천이나 인맥, 그리고 ‘사회적자본’이 더 큰 역할을 하곤 합니다. 스펙은 스스로에게 감동을 줄 수 있을지는 몰라도 남을 감동시킬 수는 없습니다. 또한 스펙은 지식을 주로 측정하는 도구이지만, 회사가 더욱 관심을 가지고 보는 역량을 나타내지는 않습니다. 역량은 실제 행동을 통해 개발되는데, ‘행동’을 위한 가장 강력하고 효과적인 시작은 바로 내가 아닌 타인과 공동체를 섬길 때 가능해집니다. 나를 위한 목표는 우리가 잘 못 지켜도 다른 사람을 위한 목표나 약속은 민망해서라도 지키려고 노력하잖아요. 자신을 위한 투자와 남을 위한 투자가 함께 균형을 갖추어가야 하는데, 사회적 분위기 때문인지 워낙 자신을 위한 ‘스펙’에만 관심을 많이 갖습니다. 그래서 이번 책에는 ‘타인과 공동체를 섬기자’에 더 많은 초점을 두었습니다.

 

* 그런데 사실 책을 읽다 보면 김정태 작가님의 스펙도 만만치 않다는 걸 알게 됩니다. 혹시, 난처한 질문일 수도 있지만, ‘스토리가 스펙을 이긴다’의 저자도 스펙이 장난이 아니라며 누군가 따져 묻는다면, 어떤 답변을 해주실 수 있을까요?

 

참 재미난 질문입니다. 우리가 흔히 비판적으로 말하는 ‘스펙’이란 자신의 적성이나 흥미, 필요와 상관없이 그저 주변에서 필요하다고 하거나 자신이 훗날 어떻게라도 필요할 것 같아 닥치는 대로 주워 담는 잡동사니 자격증, 대외활동, 공모전 등을 의미합니다. 반면 어떤 사람은 자신이 소중하게 여기는 가치와 방향을 알기에 그 방향으로 진득하게 선택하고 배우고 성장하게 됩니다. 말하자면 똑같은 자격증을 따더라도 어떤 사람에게는 그저 ‘스펙’이 될 뿐이고, 다른 사람에게는 자신의 역량을 갖추어나가는 하나의 과정이 되는 셈이지요. 결과적으로 저의 ‘스펙’은 제가 ‘주변의 시선’이나 ‘남과의 비교’에서 추구한 것이 아닌 제 ‘업’의 방향으로 꾸준히 밀고나간 결과물들입니다. 그것이 스펙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저는 신경쓰지 않습니다. 제가 남에게 보여지는 ‘스펙’을 정말 최우선적으로 고려해서 살았다면 지금 여기 영국에까지 와서 사회적기업가정신을 공부하지는 않았을 테니까요^^

 

* 청년 시절 ‘국제인’으로서 소명을 받아들이고 대한민국 유일의 UN 산하기관인 유엔거버너스센터에서 근무하기까지 열심히 살아오신 과정을 보면서 깊은 인상을 받았습니다. 특히 국제인이란 가난을 공유하는 것이라는 말씀에 적지 않은 감명을 받았는데요. 국제인의 꿈을 키워가는 젊은이들에게 한 말씀 해주신다면?

 

최근 젊은 후배들이 ‘국제’라는 것에 두려움이 없이 자유롭게 활동하는 것은 참 바람직하고 부럽기까지 합니다. 다만 ‘국제’라는 것에 대한 근거 없는 환상이나 거품이 있지는 않을까 한편으로는 걱정이 됩니다. 국제가 어떤 이들에게는 ‘자유’ ‘여행’ ‘사교’ ‘이국적 경험’과 같은 것들로 해석될 수 있거든요. 국제보다 앞서야 할 경험은 바로 ‘개인이 느끼는 불편함’ 또는 ‘개인의 소중히 여기는 가치의 발견’입니다. 국제라는 공간은 ‘개인의 불편함’이 없다면 너무나 쉽게 편견과 선입견을 가지고 살아갈 수 있고, 가치가 없이는 다양한 사상과 가치의 흐름 속에 자아를 잃어버릴 수 있거든요.

 

* 뒷부분으로 갈수록 긴장감이 고조되며 집중하게 되는데요, 아무래도 3부 ‘성경은 스토리다’의 내용이 워낙 흥미롭기 때문인 듯합니다. 이곳에 소개된 성경인물들 말고도 추가하고 싶었던 인물이 많았을 듯합니다. 여기에서 한명만 소개해주신다면 어떤 인물을 추천하시겠습니까?

 

분량과 시간 관계상 다루지 못한 인물 중에 한 명은 여호수아라는 인물입니다. 모세와 같이 입지전적인 인물 뒤에 등장하는 리더는 앞선 리더의 영향으로 쉽지 않은 갈등과 역할을 맡아야 할 때가 있습니다. 어찌 보면 우리 삶에는 무언가를 새롭게 개척하고 시작하는 ‘모세의 역할’보다는, 이미 주어진 조직과 사업을 계승하고 계속 이끌어나가야 하는 ‘여호수아의 역할’이 많은 게 사실이죠. 그런 면에서 여호수아가 어떻게 지혜롭게 그런 압박감과 어려움들을 헤쳐 나갔는지 더 집중해서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 선생님을 보면 정말 하나님의 선한 계획을 매순간 잊지 않고 삶에서 실천하시는 작가라는 생각이 듭니다. 마지막으로 지금 진행하시는 사업들과 또 앞으로의 계획도 듣고 싶습니다.

 

최근 많은 공을 들이는 프로젝트는 개발도상국 아이들에게 현지 상황에 맞게 모국어 동화책을 기획제작해 전달하는 북스포인터내셔널(Books for International)입니다. 네팔을 시작으로 현재 르완다, 말라위, 세네갈 등에서 프로젝트가 전개되고 있습니다. 2015년까지 51개국이 진출할 계획을 세우고 있는데, 이러한 일에 뜻을 함께할 분들의 참여와 지원이 필요합니다. 유네스코지속가능발전교육 공식프로젝트로 인증을 받기도 했고, 반기문 유엔사무총장님께 사례가 보고되기도 했지요. 저자로서 본다면 지금 마무리 하고 있는 책은 제 국제활동에 대한 이야기와 조언을 담은 <국제적으로 생각하고 개인적으로 행동하라>(가제)란 책입니다. 그리고 올해 하반기 출간을 계획으로 유엔의 2대 사무총장을 지낸 다그 함마르셀드에 대한 국내 첫 평전을 집필할 계획입니다.

 

* 바쁘신데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9월중에 귀국하시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때까지 건강하시고 선한 계획들 모두 성취되시길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