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2011. 8. 6.
약탈로 얼룩진 역사, 그리고 고통의 삶
대학교수가 아니라 회사를 다니는 철학박사로 알려진 강유원씨는 <서양문명의 기반>이라는 자신의 책에서 서양 역사의 키워드를 ‘약탈’로 규정했다. 서양 사상의 뿌리이자 인문주의의 요람으로 칭송돼온 그리스는 정작 척박한 자연환경 때문에 끊임없이 약탈을 해야 했다. 이 전통은 그리스를 정복한 로마로 이어졌고 21세기가 된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다. 역사의 원동력을 ‘영웅’ 또는 ‘인간 자유의지’로 규정한 서구 역사학에 반기를 든 셈이다.
역사 만화인 이 책 역시 아동물로는 드물게 왕조와 강대국 중심의 약탈 이야기에서 벗어나 있다. 오히려 이 책은 제국의 패권 따위보다는 그 아래서 고통받는 어린이의 삶을 부각해 아이들이 스스로 역사에 대해 질문하고 생각할 수 있도록 이야기를 풀고 있다.
주인공인 피터는 기원전 2700년께 현재의 이라크 지역에 위치한 메소포타미아의 작고 평화로운 마을에 산다. 하지만 이웃나라 우르크의 침략으로 부모를 잃고 노예가 된다. 비인간적인 삶을 벗어나기 위해 목숨을 걸고 탈출한 피터는 한 노인의 도움으로 영원히 죽지 않는 아이로 거듭난다. 피터는 자신의 성을 역사라는 뜻의 히스토리아로 바꾸고 세계사의 장면들을 탐험한다.
꼽추에 추남인 이야기꾼 아이소포스(영어명 이솝)와 함께 노예로 그리스에서 살아가는 에피소드가 무엇보다 인상적이다. 걸쭉한 입담의 아이소포스 덕분에 여자도 노예와 다를게 없다는 자의식을 갖게 되는 그리스의 귀부인 이야기가 흥미진진하다. 또 대항해 시대 백인들의 학살로 마을사람들의 멸족을 목격하는 원주민 소녀, 자본주의 초기 살인적인 노동에 신음하는 영국의 올리버 트위스트같이 흥미로운 인물들과 함께 역사의 격변기를 체험하게 한다. 피터의 마지막 시간 여행은 1991년 미국이 침공한 이라크. 4700여년 전 맨 처음 떠나온 메소포타미아와 똑같이 전쟁으로 신음하고 있는 바그다드를 걷는 피터의 모습은 많은 여운을 남긴다.
권은중 기자
<연합뉴스>
고대부터 현재까지 격변기를 살아간 10대들의 이야기를 통해 세계사의 이면을 들여다본 역사 만화책.
기원전 2천700년경 고대 메소포타미아. 길가메시의 침략으로 부모를 잃고 고아가 된 주인공 피터는 한 노인의 도움으로 영원히 죽지 않는 불멸의 아이로 다시 태어나 세계사 탐험에 나선다.
피터는 프랑스 혁명, 폴란드 레지스탕스 운동, 미국 흑인해방 운동 등 역사의 현장을 몸소 경험하며 자유와 평등, 인권의 소중함을 깨닫는다.
역사를 균형 있게 바라볼 수 있는 안목을 키워주는 책이다.
북인더갭. 각 권 260여쪽, 1만2천800원.
(서울=연합뉴스) 황윤정 기자
<어린이 동아>
[I♥Books]‘만약에’라는 상상력으로 본 역사의 두 얼굴
피터 히스토리아 / 북인더갭 펴냄
역사에 가정은 없다. 이미 지나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 보면 당시 선택이 옳았는지 어땠는지에 대한 판단은 생긴다. 그럴 때 ‘만약’이라는 인문학적 상상력이 생긴다. 주인공 피터가 겪는 고대∼현대 사건을 보면서 역사의 두 얼굴을 함께 들여다볼 수 있다.
●누구를 위한 법이지?
기원전 2700년 경 메소포타미아의 작고 평화로운 마을에 살고 있는 소년 페테루(피터)와 엔키두. 둘은 평화로운 이 마을 너머에 어떤 세상이 있는지 늘 궁금하다.
어느 날 무장한 우르크의 군인들이 마을을 습격하고 사람들을 노예로 삼는다고 선포한다. 이 법을 어기면 무서운 형벌을 내린다며 엄포도 놓는다. 페테루와 마을 사람들은 우르크의 신전을 짓는 노예가 된다.
‘세상은 얼마나 넓은 거지?’ ‘노예는 왜 자유가 없는 걸까?’ ‘사람이 사람을 부려먹고 마음대로 죽일 수 있는 것이 왜 당연한 것이지?’
탈춤을 감행한 페테루는 마음의 궁금증을 놓을 수 없다.
함무라비 법전을 보면 해답은 아니지만 상황이 이해된다.
“아들이 그의 아버지 손을 잘랐다면 그의 손을 잘라야 한다. 어떤 사람이 노예의 눈을 멀게 하거나 뼈를 부러뜨렸다면 그 사람은 노예 몸값의 절반을 지불해야 한다.”
지금 보면 얼토당토않은 이런 일이 고대에는 실제로 행해졌던 것이다.
●최고의 음식과 최악의 음식
페테루가 그리스로 가자 이름은 그리스식인 페트로스로 바뀐다.
신분은 여전히 노예. 주인은 그리스 철학자 크산토스. 어느 날 주인은 세상에서 가장 좋은 음식과 나쁜 음식을 대령하라고 명령한다.
페트로스는 꼽추 노예인 아이소포스의 도움을 받아 ‘혀 요리’를 준비한다. 주인 크산토스가 불같이 화를 내자 페트로스는 이 요리를 준비한 이유를 설명한다.
혀는 인간을 하나로 만들고 사람을 가르치고 사랑을 표현하게 한다. 당연히 최고의 음식 재료다. 반면 음모와 간사함을 만들고 거짓말로 진실을 감춘다. 최악의 요리도 된다. 이런 양면성을 모두 가진 것이 ‘혀요리’.
그리스 철학자들이 어떤 문제에 골몰했는지를 보여준다. 실제로 그리스 사람들은 아테네의 광장 아크로폴리스에서 이런 대화를 나누며 민주주의를 성장시켰다.
이후 피터는 예수 시대 예루살렘을 방문해 반로마제국 운동원을 만나고 중세로 건너가 갈릴레이의 삶을 통해 과학 탄생의 의미를 배운다.
어려운 주제를 가볍지도 무겁지도 않게 만화로 펼쳐낸 힘이 대단하다. 초등 고학년부터 중고교생이 읽기에도 손색없는 역사 철학 교양서다. 교육공동체 나다 글, 송동근 그림. 1만2800원.
< 허운주 기자 apple297@donga.com >
<KBS>
뉴스광장 <새로 나온 책>
영원히 죽지 않는 불멸의 10대 주인공이 고대부터 현재까지 세계사를 탐험합니다. 고대 메소포타미에서 미국의 흑인해방운동까지 세계사의 이면을 재미있게 풀었습니다.
http://bit.ly/pKO1QY (동영상 1분 5초부터)
조성훈 기자
<한겨레 21>
아이들에게 마음 놓고 추천할 수 있는 역사책이 나왔다. 영웅 인물 위주의 서사, 강대국의 패권 쟁탈에 초점을 맞춘 역사 지식에서 벗어났다. 이야기는 영웅 길가메시의 침략으로 부모를 잃고 한 노인의 도움으로 영원한 생명을 얻은 고대 메소포타미아 소년 피터의 길 안내로 시작된다. 피터는 고대부터 현대까지 역사의 격변기에서 또래 친구들을 만나 질문하고 사유하며 역사에 참여한다.
<한경 키즈맘>
영웅인물 위주의 서사나 강대국의 패권쟁탈에 초점을 맞춘 역사지식에서 과감히 벗어나 어린이, 청소년들이 스스로 역사의 가치를 느끼고 사유하도록 이끌어주는 역사만화 ‘피터 히스토리아’(북인더갭 펴냄)가 출간됐다.
역사의식이 싹트기 시작하는 어린이, 청소년들에게 권하는 첫 역사책으로 기획된 이 책은 고대부터 현대까지 중요한 역사적 격변기를 살아간 십대들의 이야기를 통해 자유, 평화, 평등 같은 인문학적 상상력을 키워준다.
영원히 죽지 않는 아이가 된 주인공 피터가 방문하는 곳은 고대에서 현대까지의 세계사적 현장으로, 그곳에서 피터는 단순한 역사의 목격자가 아니라 어려움에 처한 친구들과 함께 역사에 참여하며 질문을 던진다.
그 질문 속에는 세계사의 이면에 숨은 역사의 비극이 담겨 있다.
가령, 고대 그리스의 민주주의에 가려진 반인권적인 노예제, 콜럼버스의 신대륙 탐험 뒤의 추악한 식민지쟁탈, 산업혁명의 빛나는 성과 뒤에서 신음하는 어린이 등이다.
각장의 말미에 삽입된 ‘피터의 세계사 비밀수첩’은 본문에서 다루지 못한 역사적 의미와 생각거리들을 들려줌으로써 생생한 역사교육 자료가 된다.
결코 가볍지 않은 스토리를 사실적인 그림체에 담아내 어른도 같이 읽고 아이와 역사를 토론할 수 있는 책이다.
한경닷컴 키즈맘뉴스 손은경 기자(sek@kmomnews.com)
<중앙일보>
◆피터 히스토리아 1, 2(교육공동체 나다 글, 송동근 그림, 북인더갭, 각 260쪽 내외, 각 1만2800원)=13살 소년 ‘피터 히스토리아’가 세계 역사의 체험자가 된다. 메소포타미아에서는 노예로 잡혀가 계급에 따른 엄격한 차별을 강조한 ‘함무라비 법전’에 의문을 품는 등 질문을 던지는 신선한 역사 만화.
<경향신문>
■ 피터 히스토리아 1·2(교육공동체 나다 | 북인더갭) = 고대부터 현대까지 역사적 격변기를 살아간 10대들의 이야기를 통해 자유와 평화의 가치를 그려낸 학습만화다. 각장 말미에 ‘피터의 세계사 비밀수첩’이라는 도움말을 수록해 역사적 의미를 설명한다. 각권 1만2800원
<소년 한국일보>
△피터 히스토리아 1ㆍ2권(교육공동체 나다 글ㆍ손동근 그림)=세계사 학습 만화 시리즈. 기원전 2700년 고대 메소포타미아의 작고 평화로운 마을에 살던 소년 피터는 영웅 길가메시의 침략으로 부모를 잃고 고아가 된다. 한 노인의 도움으로 영원히 죽지 않는 아이로 다시 태어난 그는 이후 세계사를 탐험하는 여정에 나선다. 자유의 의미를 되새기는 고대 노예제부터 중세 갈릴레이의 삶, 18세기 말 프랑스 혁명 등 방대한 이야기를 사실적인 그림의 만화로 표현해 재미를 높였다.(북인더갭 펴냄ㆍ값 낱권 1만 2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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