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도가 없고 에볼리가 없는 아름다운 책
모니터에 구글지도를 띄워놓고 이탈리아 ‘에볼리’를 찾는다. 이국의 낯선 도시 이름이 쉴 새 없이 나오는 원고라니, 황홀하다. 그 낯선 도시를 내가 밟아본 것처럼 생생하고도 아련하게 상상한다. 그리고 그 상상이 구축된 지점에서 생각지도 못한 감동이 물밀 듯 밀려올 때, 즉 단순한 공간적 배경으로의 낯선 도시가 아닌, 삶이 이다지나 반짝거리고 아름다울 수 있음을 시공간을 초월해 깨닫는 순간, 나는 외쳤던 것 같다. 헐, 이 원고 대박! 한마디로 장르를 규정할 수 없는 깊이와 넓이, 첫 문장부터 마지막 문장까지 모조리 아름다운 것도 모자라, 저 깊은 사색과 날카로운 통찰력의 향연이라니. 호환, 마마, 전쟁보다 무서운 게 있을까? 있을 것이다. 아마도, 체념이 아닐까. 체념은 위대한 통치자다. 그 부정적인 영향..
2019. 5. 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