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성 없는 남자> 편집자의 말 |편집자의 말| 김조을해 편집자이자 소설가. 작품으로 장편 과 단편집 이 있다. 프롤로그-자기애 열아홉에 과부가 된 여자가 있다. 이삼년 지나 아버지의 뜻에 따라 재혼을 했지만 결혼(재혼)생활은 수치스러울 뿐이다. “그러면 왜 다른 남자를 찾아보지 않았니? 아니면 공부를 하거나 독립적인 생활을 해보지 그랬어?”(28쪽) 다 맞는 말이지만 여자는 고개만 가로젓는다. 그런데 잔인한 돌직구를 던진 이 사람은 후에 다음과 같은 고백도 남긴다. “나는 이제 네가 누군지 알아. 너는 나의 자기애야!”(341쪽) 초교 로베르트 무질의 『특성 없는 남자』 3부(천년왕국으로-범죄자들)가 드디어 마무리되었다. 무질이 고릿적 소설가로 잊혀선 안 되는데, 북인더갭 라인업답게 고통스러운 지루함을 타협해선 안 되는데, 기다려준 .. 2024. 1. 26. 산 너머 안골에는 누가 살길래_편집자의 말 어려서부터 변두리에 살아서인지 후미진 골목이 편하다. 나무와 풀, 흙과 지렁이, 날벌레, 털 달린 짐승 등등은 내게 ‘외계’이자 ‘낯섦’이다. 나란 인간이 참 드라이하다고 나도 생각한다. 이런 내가 올초 우리 아파트 단지내 텃밭 가꾸기 공고에 마음이 흔들렸다. 마감 전날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관리실이죠, 텃밭 가꾸기 신청하려고요… 충동적으로 통화를 마친 후, 몇몇 절차를 거쳐 2평의 텃밭을 배정받았다. 내가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틈나는 대로 마당에 나가서 물을 주고 풀을 뽑는다. 고기를 먹는 것보다 땅을 어루만지는 편이 차라리 원기회복에 훨씬 유익하다. (…) 흙이 나를 순화시키고 나의 원기회복을 돕는다. 고맙다. ― 141쪽/ 나를 순화시키는 것 『산 너머 안골에는 누가 살.. 2022. 4. 13. 특성 없는 남자_편집자의 말 “당신이 잠옷을 입는 소리가 들려. 그렇지만 모든 준비가 끝나려면 아직 멀었지. 수백 가지 사소한 행동들이 남아 있지. 당신이 서두르고 있는 거 알아. 분명 모두 꼭 필요한 일들이겠지. 나는 이해해. 우리는 말 못하는 짐승들의 행동을 보면서, 영혼이 없는 동물들이 아침부터 저녁까지 필요한 행동들을 순서대로 처리하는 모습에 놀라지. 이것도 아주 똑같은 거야. 당신 눈에 꼭 필요해 보이지만 아주 사소한 그 모든 일을 처리할 때도 당신은 무의식적으로 하지. 그렇지만 그것들은 당신 삶의 곳곳에 스며들어 있지. 나는, 기다리고 있는 나는, 우연히도 그걸 느껴.” -『1913년 세기의 여름』, 320쪽 잠자리에 먼저 누운 33세의 로베르트 무질이 이제야 잠잘 준비를 하는 아내를 기다리며 끄적거린 메모다. 참으로 아.. 2021. 10. 4.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