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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인 오스틴 무비 클럽> 책 속에서 2백년 전 오스틴은 여성이었고, 작가였고, 결혼하지 않았고, 넉넉한 지참금이 없었다. 재산이 없는 비혼 여성이 작가로 산다는 것은 단지 취미나 자아성취로 글쓰기를 즐기며 천상에 동동 떠 있을 수는 없는 환경을 의미했다. 그는 글을 써서 스스로를 먹여 살려야 했고, 언니와 노모와 함께 살아남아야 했다. 더욱이 작품에서 자주 오스틴이 주목했던 것은 결혼시장에서 여성이 어떻게 자신의 삶을 지켜내고 생존하는가의 문제이기도 했으니, 그것은 필수 정보였을 터이다. 그러므로 그가 속물적인 계산으로 사람에게 값을 매긴다는 비난은 부당하다. (34면) 제인과 랭글로이스의 이 팽팽한 대화는 자신의 문체에 대한 제인의 자부심pride과 확신을 보여준다. 모순된 서술이나 잘못된 진술을 사용해 독자 스스로 진실을 판단하게 하는.. 2021. 2. 4.
<제인 오스틴 무비 클럽> 저자의 말 저자의 말_최은 제인 오스틴 책을 내놓으며 헤아려보니, 원작과 각색 소설, 영화 등을 모두 포함해서 12권의 책과 26편의 영화와 드라마를 담은 책이 되었다. 출간된 모든 작품이 영화로 만들어졌고, 늘 새로운 버전의 이야기들이 어디선가 만들어지고 있는 이 작가의 생명력이 궁금했다. 그저 재미있고 좋아서 시작한 일이기도 한데, 영화를 공부한 사람으로서, 장르이론과 탈식민주의, 페미니즘, 작가론과 텍스트이론에서부터 관객성과 팬덤 현상까지, 학문하는 내내 매료되었던 영화와 대중문화 이론들을 이미지와 활자로, 또 살아있는 캐릭터로 만날 수 있었던 것은 뜻밖의 큰 행운이었다. 19세기 여성작가 제인 오스틴이 걸었던 관목 숲길 같은 좁은 길을 따라 출발했는데, 이 여정에서 라임 레지스 같은 바다를 만났고, 달고 쓴.. 2021. 2. 4.
<제인 오스틴 무비 클럽> 저자 소개 최은 문학작품이 원작인 영화를 좋아해서, 글을 쓰고 강의를 하다가 제인 오스틴을 만났다. 문학의 언어가 영상 언어로 바뀔 때, 수백 년 전의 이야기가 오늘의 일상에 말을 걸어올 때, 고전으로 불리는 서사가 가장 대중적인 장르영화의 관객에게 가닿을 때 생기는 균열과 모순, 유혹과 저항, 감춤과 드러남의 긴장을 사랑한다. 대학에서 신문방송학을 전공했고, 대학원에서 영화이론으로 석사와 박사학위를 받았다. 중앙대와 성균관대, 연세대학교 미래캠퍼스 등 여러 대학에서 강의했고, 서울시교육청 고전인문학 프로그램 ‘고인돌’과 ‘도서관 대학’, ‘길 위의 인문학’ 등 인문학 강연과 CBS TV 아카데미 ‘숲’, EBS TV 기획특강 등을 통해 대중과 만나왔다. 영화평론가로, 모두를위한기독교영화제 부집행위원장 및 수석프로.. 2021. 2. 4.
영화로 읽는 제인 오스틴! 문학과 영화의 상호작용에 관심을 가져온 영화평론가 최은이 제인 오스틴 원작을 바탕으로 한 영화를 참신한 시각으로 읽어낸 책 『제인 오스틴 무비 클럽』이 출간되었다. 제인 오스틴은 출간된 모든 작품이 영화와 드라마로 만들어졌으며 20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꾸준히 재해석되는 생명력 넘치는 작가다. 이른바 제인추종자들로 알려진 엄청난 팬덤이 증명하듯, 제인 오스틴은 대중적 인기를 유지하는 고전 작가이자 현대의 대중매체에까지 끊임없이 영감을 주는 급진적 작가임에 틀림없다. 에서 까지 제인 오스틴의 원작을 바탕으로 한 26편의 영화와 드라마는 물론, 원작 소설과 비평을 꼼꼼하게 읽어가며 저자는 제인 오스틴 현상에 숨어 있는 비밀을 ‘여성의 글쓰기’라는 주제 아래 담백하게 써내려간다. 비혼 작가의 신데렐라 같은 결.. 2021. 2. 4.
두번째 도시, 두번째 예술 언론 서평 2020. 12. 3. ▲ 두번째 도시, 두번째 예술 = 노명우 지음. 동네 서점을 운영하는 사회학자가 관광 명소를 서둘러 찾아다니며 수없이 사진을 찍었던 '첫 번째 여행'에서 벗어나, 도시의 깊은 곳에 숨겨진 '두 번째 예술'을 찾아 나선 이야기를 정리했다. 저자는 독일 유학 시절 언어의 장벽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으면서 오히려 예술에 관심을 두게 됐다고 말한다. 당시 베를린 근교 미술관이나 공연장을 찾아다니며 예술 언어의 가능성에 주목했다며, 지금도 틈만 나면 세계의 박물관과 미술관으로 훌쩍 떠난다고 강조한다. 책에는 저자가 독일과 프랑스, 터키, 이탈리아, 오스트리아, 러시아 등을 돌면서 경험하고 생각한 내용이 담겼다. 저자는 우리가 코로나 시대에 언제 다시 여행을 갈 수 있을지 모르지만, 다녀온 여.. 2020. 12. 7.
<두번째 도시, 두번째 예술> 책 속에서 예술을 통해 지금 현재의 한계에서 벗어나기를 상상하고, 경제적 유용성이라는 좁은 틀에 갇히기를 거부하고, 인류의 보편언어로 의사소통하면서 특별한 사람이 되고 싶다면 여행을 시작하는 첫 장소는 당연 쇼베여야 한다. 쇼베에서 우리는 인류 보편언어로 이야기하는 법을 배운다. 74면 터키석의 색을 닮은 그 푸른색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석양이 지고 한낮의 그 아름다웠던 하늘이 어둠과 만나면서 살짝 무거운 색조로 바뀌는 사이 태양은 사라졌으나 아직 달은 휘영청 밝은 빛을 내지 않는 그때 보았던 내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운 하늘색이 떠오른다. ‘갈라 플라치디아 블루’라고 명명할 수밖에 없는 그 푸른색 사이에 ‘구원’에 대한 갈망을 새긴 모자이크로 마우솔레움은 장식되어 있다. 108면 그래서 그는 타협안을 생각해냈다. .. 2020. 12. 2.
쇠락과 소멸이 있어 아름다운 예술 이 책이 각별한 이유는 나의 ‘두번째 여행’을 담은 기록이기 때문이다. 유학 시절 스치듯 지나쳤던 도시를 중년에 이르러 다시 방문하면서 나는 쇠락과 소멸이 있어 더욱 아름다운 예술을 비로소 깨닫게 되었다. 당신이 이 책을 펼치면 어떤 도시가 화려했기에 가장 빛났거나 가장 아팠기에 심오했던 그 시간으로 순식간에 이동할 수 있다. 이 책에서 우리는 아르데슈 론강의 원시동굴에서 최초의 ‘예술-인간’이 호모 루덴스의 모습으로 출현했음을 알리는 기원전 수만년 전의 그날부터, 기독교를 받아들인 콘스탄티노플이 로마제국의 새 수도가 되면서 구원이라는 기대를 예술에 새겨넣던 그날, 인간이 신을 대신하여 예술의 영역 안으로 저벅저벅 걸어들어오던 피렌체의 그날, 모차르트가 잘츠부르크를 버리고 빈을 선택한 이후 전통에 반격을.. 2020. 12. 2.
<두번째 도시, 두번째 예술> 저자 소개 노명우 독일어 울렁증에 시달리던 독일 유학 시절, 집 근처 어느 옛 성에서 그림을 감상하다 예술언어에 눈을 뜨기 시작했고 점차 예술인간으로 거듭났다. 그 후 현실 밖 예술세계가 그리울 때면 책을 싸들고 낯선 도시로 떠나곤 했다. 고국에 돌아와선 뒤늦게 사랑에 빠진 모국어로 읽고 쓰고 가르치다보니 중년이 되었다. 박물관과 미술관이 있는 도시로 훌쩍 떠나는 습관을 버리지 못한 덕분에 젊은 시절 그냥 지나쳤던 예술작품을 다시 감상할 기회를 얻었다. 지나간 청춘처럼, 사라져 없어지는 것이 있기에 삶과 예술은 아름다울 수밖에 없음을 ‘두번째’ 여행에서 깨달았다. 베를린 자유대학교에서 사회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대학교수보다는 사회학자라는 호칭을 더 좋아하며 서울 골목길에 작은 서점을 차려 책을 소개하고 추천하는 북.. 2020. 12.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