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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도는 에볼리에 머물렀다> 언론 서평...한겨레 한국 동아 외 2019년 5월 17일 절망의 땅, 삶은 마법 같았다 1935년 이탈리아 남부 한 벽촌에 북부 토리노 출신 의사가 유배됐다. 화가이기도 했다. 사르트르가 현대의 르네상스인이라는 의미로 “로마인들 중에 가장 로마인다운 존재”라 평가한 카를로 레비(1902~1975). 반파시즘 단체 ‘정의와 자유’를 세우고 반파시스트 운동을 이끌다가 당국에 의해 갈리아노(현 지명 알리아노)라는 곳으로 보내졌다. 이탈리아에서도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는 표현은 부족할 것이다. 가난 속에 철저히 방치된 이곳은 레비가 쓴 이 회고록을 통해 비로소 세상에 드러났다. 현실을 지배하는 듯 보이는 문명, 국가, 이념, 종교 너머에서 작열하는, 삶의 원초적 에너지를 전 세계 독자가 발견하는 공간으로서 말이다. 레비는 1년 가까이 갈리아노에 .. 2019. 5. 18.
생명의 원체험을 건드리기에 충분한 책 자칫 종교 서적으로 오해될 만한 이 책의 제목에 대한 궁금증은 책장을 얼마 넘기지 않아 풀린다. ‘그리스도는 에볼리에 머물렀다.’ 결국 그리스도는 우리가 사는 세상까지 오지 않았다는 말이다. 그것이 종교든, 이성이든, 문명이든 그 어떤 얼굴을 하고 있든 간에 구원자는 이탈리아 남부의 소외된 농민들에게 손을 내밀지 않았다. 그들의 절망적 소외감을 단적으로 드러내는 표현이 바로 이 책의 제목인 것이다. 장화 모양의 이탈리아 반도 남쪽, 발바닥 안쪽 산악지대에 해당하는 곳이 오늘날 바실리카타 주로 일컬어지는 루카니아 지방이다. 그리스와 트로이의 정복자들이 이탈리아로 건너와 로마 제국을 건설할 때, 그들은 이탈리아 반도의 토착민들을 배제하고 또다른 정복민족인 에트루리아인들과 손을 잡았다. 사르데냐, 시칠리아, .. 2019. 5. 16.
그리스도가 없고 에볼리가 없는 아름다운 책 모니터에 구글지도를 띄워놓고 이탈리아 ‘에볼리’를 찾는다. 이국의 낯선 도시 이름이 쉴 새 없이 나오는 원고라니, 황홀하다. 그 낯선 도시를 내가 밟아본 것처럼 생생하고도 아련하게 상상한다. 그리고 그 상상이 구축된 지점에서 생각지도 못한 감동이 물밀 듯 밀려올 때, 즉 단순한 공간적 배경으로의 낯선 도시가 아닌, 삶이 이다지나 반짝거리고 아름다울 수 있음을 시공간을 초월해 깨닫는 순간, 나는 외쳤던 것 같다. 헐, 이 원고 대박! 한마디로 장르를 규정할 수 없는 깊이와 넓이, 첫 문장부터 마지막 문장까지 모조리 아름다운 것도 모자라, 저 깊은 사색과 날카로운 통찰력의 향연이라니. 호환, 마마, 전쟁보다 무서운 게 있을까? 있을 것이다. 아마도, 체념이 아닐까. 체념은 위대한 통치자다. 그 부정적인 영향.. 2019. 5. 16.
<그리스도는 에볼리에 머물렀다> 추천의 말 죽기 전에 꼭 읽어야 할 1001권의 책 _피터 박스올 이탈리아에 대한 가장 중요한 10권의 책 _『가디언』 비영어권 100대 논픽션 _『카운터펀치』 회고록이자 일기이며 소설이자 정치적 에세이로 읽힌다. 어느 장르에 한정되지 않는 아름다운 책! _『뉴욕타임즈』 이탈리아 남부와 북부의 차이를 이해하기 위해 꼭 읽어야 할 역사적이고 문학적인 텍스트. _ 『런던리뷰오브북스』 파시즘 국가 시절 남부 이탈리아의 가난과, 종교 너머의 이면을 다룬 책. _『가디언』 우리가 절대 잊을 수 없는 이 작가, 삶에 대한 열정으로부터 태어난 이 작가의 호기심은 자신은 물론이고 다른 사람들이 살아낸 모든 경험에서 가치를 발견하도록 이끈다. 레비에게 있어 모든 것들은 다 수용되고, 아무것도 거부당하지 않는다. 그는 처음에는 의사.. 2019. 5. 16.
카를로 레비 카를로 레비 (Carlo Levi 1902-1975) 이탈리아 토리노에서 태어나 토리노대학에서 의학을 공부했고 이후 파리로 건너가 화가로 활동하는 한편 의학 공부를 계속해나갔다. 1929년 반파시즘 단체 ‘정의와 자유’Giustizia e Libertà를 설립했으며 긴츠부르그L. Ginzburg와 함께 이탈리아 반파시즘 운동을 이끌었다. 이런 활동 때문에 당국에 체포되어 이탈리아 남부 루카니아 지방의 갈리아노(알리아노)로 유배되어 2년간 지역의 의사이자 화가로 생활하는데 이때의 경험을 바탕으로 자신의 대표작 『그리스도는 에볼리에 머물렀다』를 집필했다. 이 작품에서 저자는 ‘그리스도’로 상징되는 문명 세계로부터 소외된 채 가난한 야생 상태에 놓인 이탈리아 남부의 상황을 빼어난 문체에 담아내 장-폴 사르트르.. 2019. 5. 15.
국가와 종교 너머의 공동체를 꿈꾸며 현대 이탈리아를 다룬 가장 중요한 정치적 산문이자 탁월한 문학적 성취로 꼽히는 카를로 레비의 작품 『그리스도는 에볼리에 머물렀다』가 국내에 처음 번역돼 나왔다. 기독교로 상징되는 문명세계조차 철저히 외면해온 남부 이탈리아의 척박한 역사 속에서 국가와 종교 너머의 강인하고 마법적인 세계를 살아가는 농부들의 삶을 그려낸 이 작품으로 카를로 레비는 장-폴 사르트르, 이탈로 칼비노 등 세계적인 작가들의 찬사를 받았다. 또한 이 작품은 회고록이자 일기로, 정치적 텍스트이자 아름다운 문학작품으로 읽힌다는 평가를 받으며 진정한 르네상스인이 쓴 현대의 고전으로 지금까지도 전세계 독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1945년 카를로 레비의 『그리스도는 에볼리에 머물렀다』가 출간되어 각국에 번역되면서 화제를 모으자 평자들은 먼저.. 2019. 5. 15.
수용소에 관한 책들 에 관해 읽고 있는 책들... 는 형제복지원에 대한 구술자료들로 연구자들에게는 아우슈비츠 못지않을 만큼 최고의 자료들임에 틀림없으나 이런 연구자료들이 하필이면 한국의 사례라는 점에서 착잡한 심경에 빠지게 된다. 읽기에도 너무 괴로운 참상을 담고 있지만 분명 훌륭한 책들이므로 연구에 도움이 될 것이다.어빙 고프만의 는 기대했던 내용의 책은 아니었다. 병원, 감옥, 수용소, 종교시설, 군대 등 총체적 수용시설의 특징을 파헤친 책으로, 너무 다른 성격의 시설을 종합적으로 분석하다보니 만의 특징을 기대하기는 힘들었던 것 같다. 다만 구술, 소설, 에세이 등을 가리지 않고 파고드는 연구자세는 매우 독특해 보인다.2차세계대전 이후 소련수용소를 그린 헤르타 뮐러의 소설 는 매 순간이 시처럼 날카로우면서도 치명적으로 .. 2018. 12. 24.
<마시멜로 언덕> 책 속의 문장 그는 휴대전화에 저장된 이력서 사진을 찾아 나에게 보여준다.“정면을 바라보는 그 순간이 왜 그리 싫은 거냐, 나는?”한주는 확실히 멋져 보인다. 이십대 초반으로까지 보일 정도다.“남들이 내게 어떤 권위도 부여하지 않아서 그런가. 내가 그들에게 어떤 권위도 강요하지 않아서 그런가.”“이력서용 사진 한 장에 누가 그런 복잡한 의미를 부여해?”“우스꽝스럽지?”“아니.”“잔인해 보이지. 여기 독을 품었거든.” 「연금술사에게」 중에서 문득 라인장의 고향을 생각한다. 남의 고향을 내 고향처럼 뻔뻔스럽게 떠올려본다. (…) 언덕 위는 춥지 않다. 그늘 아래로 포근한 바람이 불어올 것이다. 새들도 지저귈 것이다. 세상 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그 언덕은 높지도 않고 낮지도 않아 위아래를 두루 살펴볼 수 있다. 세상도 보.. 2018. 11. 19.